[단독]‘롯데建 1.5조 펀드’ 메리츠, 다른 건설사에도 투자 제안

PF 유동화증권 투자협약 협상
우발채무 부담 큰 건설사와 추가 거래 주목

[아시아경제 임정수 기자] 최근 롯데건설과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메리츠금융그룹이 태영건설 등 다른 건설사에도 같은 방식의 거래(딜)를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태영건설은 다른 계열사들이 후순위대출을 책임지기 어렵고 부동산 담보 제공도 쉽지 않아 거래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 측은 제안을 받았지만, 다른 자금 조달 수단을 강구하고 있어 거절했다는 입장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투자증권 등 메리츠금융그룹은 태영건설 등 다른 건설사에도 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매입을 위한 펀드 조성을 제안했다. 태영그룹 계열사들이 유동화증권 매입용 펀드에 후순위대출을 제공하고 메리츠금융그룹이 선순위대출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롯데건설이 메리츠금융그룹과 조성하기로 한 펀드와 유사한 구조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롯데건설이 지급보증을 선 PF 사업장의 유동화증권을 매입하기 위해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롯데물산·롯데호텔·롯데정밀화학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6000억원의 후순위대출을 책임지고, 메리츠증권·화재·캐피탈 등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가 나머지 9000억원의 선순위대출을 집행하기로 했다. 또 롯데건설 본사 사옥과 주요 사업장, 매출채권 등을 담보로 제공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 측에서 태영건설에 거래를 제안했으나 후순위대출에 나설 계열사가 없고 부동산 담보 제공에 대한 이견 때문에 딜이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태영그룹 지주사인 TY홀딩스는 태영건설 지분 27.8%를 보유한 대주주다. 윤석민 회장과 서암윤세영재단 외 특수관계인이 지분 21.4%의 지분을 갖고 있다. 주요 계열사로 SBS 등이 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에서 펀드 조성 제안을 받았지만, 당장 유동성이 급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자금 조달을 강구하고 있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3조2000억원 규모의 PF 지급보증 채무를 갖고 있다. 2020년 말 2조1000억원 규모에서 군부대 이전, 역세권 복합단지, 산업단지 등의 개발 사업 추진으로 1년 9개월 만에 1조4000억원 증가했다. 부채비율이 400%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지급보증이 현실화되면 재무상황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유동성 위기 국면에서 롯데건설과 함께 부도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이 다른 건설사들과 다른 딜을 성사시킬지 여부도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PF 지급보증 등 우발채무 부담이 큰 건설사들이 건설 사업장 채무를 책임져야 할 상황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메리츠가 공격적으로 이들 건설사를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어 추가 거래 성사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