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소비자물가 둔화에 상승…나스닥 5거래일 연속 랠리

뉴욕=조슬기나 2023. 1. 13.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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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12일(현지시간) 공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폭이 예상대로 둔화하면서 일제히 올랐다. 지난해 9%대까지 치솟았던 CPI 상승률이 6%대까지 둔화하면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속도 조절 가능성에 한층 더 힘이 실린 여파다. 다만 금리 인상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가 상승폭은 제한을 받았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16.96포인트(0.64%) 오른 3만4189.97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3.56포인트(0.34%) 높은 3983.17에, 나스닥지수는 69.43포인트(0.64%) 상승한 1만1001.11에 장을 마감했다.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작년 7월 이후 처음으로 5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다만 3대 지수 모두 상승폭이 1%를 넘진 않았다. 아스피리언트의 샌디 브래거 최고고객책임자는 "시장이 CPI 보고서에 기뻐하면서도, 지나치게 흥분하지는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CPI 상승폭 둔화가 이미 시장에 선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S&P500의 11개 섹터 중 유틸리티, 헬스케어 등 3개 섹터를 제외한 나머지 8개 섹터가 일제히 올랐다. 에너지, 부동산주의 랠리가 특히 두드러졌다. 대표 에너지주인 엑손모빌은 전장 대비 1.66%, 옥시덴털페트롤리엄은 2.57% 상승했다.

대표적 밈주식인 베드배드앤드비욘드는 공매도 포지션에서 '쇼트 스퀴즈(short squeeze)'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으로 이날 50%이상 치솟았다. 쇼트 스퀴즈는 주가 하락을 예상해 공매도 했던 투자자들이 주가가 상승할 경우 손실을 커버 또는 예방하기 위해 해당 주식을 되사는 상황을 가리킨다. 지난해 주가가 폭락한 중고차 플랫폼 카바나의 주가도 46% 뛰어올랐다. 아메리칸항공은 4분기 실적 예상치를 상향했다는 소식에 9.71%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미국의 12월 CPI가 전월 대비 하락세를 보이고 전년 대비로도 상승폭을 낮추자 일제히 안도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2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6.5% 올랐다. 5개월 연속 상승 폭이 축소된 것이다. 이는 2021년 10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소폭이다. 작년 6월 9.1%까지 뛰었던 CPI 상승률이 10월 7.7%로 둔화한 데 이어 6%대까지 내려간 것이다.

특히 12월 CPI는 전월 대비로도 0.1% 하락했다. 전월 대비로 CPI가 감소세를 나타낸 것은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5.7%, 전월보다 0.3% 각각 올랐다.

이러한 인플레이션 지표로 Fed의 공격적 긴축에 대한 우려는 완화됐다. 당장 오는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Fed가 금리 인상 폭을 0.25%포인트까지 낮출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2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96%이상 반영하고 있다. 일주일 전 62%대, 전날 76%대에서 더 높아진 수준이다.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은 4%이하로 떨어졌다.

모건스탠리는 "12월 CPI는 Fed가 2월 FOMC 회의에서 금리 속도 조절에 나설 상황을 부추길 것"이라며 2월 베이비스텝 전망을 유지했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6.5% 상승률은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인플레이션은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한 행사에 참석해 올해 금리가 몇 차례 더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앞으로는 0.25%포인트가 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2월 CPI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내려오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옳은 방향을 가고 있다면 Fed가 통화정책 대응을 과도하게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예상치에 부합한 CPI 완화 추세를 소화하면서 하락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3.42%선으로 밀렸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13%건으로 떨어졌다.

달러도 약세를 나타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전장 대비 0.9% 이상 떨어진 102선에서 움직였다.

다만 시장에서는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한 것과 별개로 서비스 물가가 빠르게 치솟고 있다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마켓의 팀 그라프는 "전체 지표상 수치는 양호하지만 주거, 서비스 관련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끈적(stickiness)하다"면서 "Fed가 원하는 만큼 빨리 인플레이션이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고용지표도 최근 지표들과 마찬가지로 탄탄한 노동시장을 뒷받침했다. 이날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1월 1일~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0만5000건으로 전주보다 1000건 감소했다. 이는 15주 만에 최저치다.

현재 Fed는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과열된 노동시장이 임금 상승을 부추겨 고물가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최근 발언들에서도 서비스 물가, 임금상승률에 대한 경계감이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CPI가 예상치에 부합한 만큼 이제 투자자들이 Fed의 향후 행보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Fed 당국자들의 연설을 주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음달인 14일에는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가 연설에 나선다. 앞서 콜린스 총재는 2월 0.25%포인트 인상을 지지한 인물이다.

이와 함께 14일에는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시티그룹, 웰스파고 등 대형은행들이 일제히 분기 실적 발표에 나설 예정이다. 델타항공도 실적 발표를 대기하고 있다.

블리클리 파이낸셜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정확히 일치했다. 모든 사람이 약한 물가 수치를 기대하면서 S&P500지수가 올랐고, 그것은 예상대로였다. 이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사람들이 집중해야 하는 것은 '더 높은 곳에서 더 오래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유가는 CPI상승률 둔화 소식과 달러화 약세 흐름에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98센트(1.27%) 오른 배럴당 78.3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오름세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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