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는 ‘확’ 떨어지는데…대출금리는 ‘찔끔’
대출금리는 꾸준히 올라…코픽스 금리 상승추세
금융당국 압박 통했나…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내리기 시작
새해부터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예금금리를 낮추고 있다. 불과 1~2개월 전만 하더라도 5%대 금리를 제공하면서 ‘예금 오픈런’이라는 신기한 사회현상을 만들어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금융권에선 지난해 3분기부터 불거진 채권시장 불안정성이 해소되면서 시장금리가 낮아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여전히 내려올 기미가 없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에서 압박에 나서면서 조금씩 낮아지는 상황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는 연 3.93~4.30%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시중은행에서 최고 연 5%대의 예금상품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불과 2개월 사이에 상단은 0.7%p, 하단은 1.1%p가 내려갔다.
시중은행에서는 예금금리가 하락한 데엔 시장금리 영향이 크다고 설명한다.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은 주로 은행채 금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특성이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1년물은 지난해 11월10일 연 5.117%로 고점을 기록한 후 꾸준히 하락, 지난 10일엔 4.037%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은행채의 금리가 떨어진만큼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도 함께 하락한다는 것.
이같은 시중은행의 수신상품 금리 인하는 2금융권까지 확산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저축은행 업권의 평균 예금 금리는 연 5.25%(12개월 기준)다. 평균 금리가 가장 높았던 지난해 11월 말 대비 약 0.28%p 하락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11월 최고 연 6.5%에 달하는 금리의 예금 특판 상품을 선보이면서 엄청난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연 5.5%를 넘는 예금 상품을 찾기 힘들어졌다.
저축은행 업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시중은행의 금리 변동이 이뤄진 이후 시간이 지난 뒤 금리를 낮추는 모습을 보인다”며 “본격적인 수신상품 금리 하락은 1월 중순 이후 진행될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수신상품의 금리는 점차 낮아져가고 있지만, 대출금리만큼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0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4.93~8.11%로 집계됐다. 또한 은행연합회가 집계한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평균금리(고정·변동금리)는 평균 5.452%로 전월대비 0.144%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를 보면 상승일변도임을 알 수 있다. 10월 신규 코픽스는 3.98%, 11월은 4.34%로 집계됐다.
이처럼 대출금리는 높아지고, 수신금리는 낮아지는 현상에 대해 은행연합회에서는 ‘시차’로 인한 오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코픽스는 지난달 중 취급된 예금금리 등을 집계해 그 다음달 발표하는 만큼, 예금금리 하락이 은행 대출 기준금리에 반영되는 데엔 시차가 발생한다”며 “12월초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예금금리 하락분은 1월 중순 발표 예정인 코픽스부터 반영돼, 주택담보대출 금리 변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두고 금융당국에서는 불편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 중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가장 적극적으로 발언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이복현 원장은 지난 10일 임원회의에서 “금리상승이기에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 실태를 지속해서 점검·모니터링 해달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원장의 발언 이후 약 3일이 지난 13일 시중은행들은 하나둘씩 대출금리 인하 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NH농협은행은 오는 20일부터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8%p 내린다. 변동금리 주담대는 연 5.12~6.22%로 적용될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고정금리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금리 인하를 지난해 10월과 이달 각각 시행한 바 있다.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은 최저 4.69%, 전세자금대출은 최저 4.55%다.
우리은행은 오는 13일부터 가계 부동산금융상품 우대금리를 변경한다. 우대금리를 올려 최종 대출금리를 낮추는 효과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주택·주거용 오피스텔 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상향 조정한다. 급여 및 연금이체와 신용카드 사용 시 적용하던 우대율을 연 0.10%p에서 연 0.20%p로 각각 확대한다. 또 인터넷 뱅킹인 ‘WON뱅킹’에 월 1회 이상 로그인할 경우 연 0.10%p의 우대율을 추가로 적용한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1일부터 대출금리를 선제적으로 낮췄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신용대출 일부 상품의 금리를 최대 0.5%p 인하했으며,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사장님 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0.9%p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금리 인하 행보는 13일부터 막힐 가능성이 있다. 당장 13일 오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하기 때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실제 수신, 대출상품에 반영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만큼 인상 이후 추이를 봐야 할 듯 하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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