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적체, 건설사 유동성 악화 올해 본격화
건설사들의 유동성 악화가 올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부동산 경기 냉각으로 부동산업계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은 올해 상반기 최대 고비다. 부동산 PF 우발채무 부담이 큰 일부 건설사와 증권사의 신용등급 혹은 등급 전망이 하락하며 PF ABCP(자산유동화 기업어음) 금리가 10%대를 기록하는 등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건설사, 미분양 적체…현금흐름 리스크
정부가 전방위 규제 완화에 나섰음에도 미분양 물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5만8027가구다. 이는 전월 4만7217가구 대비 22.9% 급증한 규모로 한 달간 무려 1만 가구 넘게 늘었다.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속도도 매우 가파르다. 미분양 물량은 지난 5월 2만7375가구를 시작으로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최근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올해도 상황은 좋지 않다. 하나증권 김승준 연구원은 “현재 주택시장 시세는 하락하고, 미분양은 증가하는 추세”라며 “2023년 미분양 추정 물량은 전년(4만7000호) 대비 두배 가까이 증가한 8만2000호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분양 실패로 인한 미분양은 건설사 현금흐름에 지장이 생긴다. 분양 후 소비자는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건설사는 분양대금으로 공사비와 PF 대출을 상환한다. 만약 분양대금이 공사비보다 적을 경우 책임 준공 약정에 따라 건설사는 잔여 공사비를 건설사 비용으로 집행한다. 추후 미분양 물량을 매각 시 공사비 수령이 가능하나 할인 분양 등으로 인해 기대수입에 못 미치면 채권 상각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이는 시행사에 지급보증을 한 건설사 혹은 금융사로 리스크 이전하는 것이다. 특히 건설사는 책임준공을 하는 경우가 많기에 공사대금을 못 받아도 시공을 마무리해야해 손해가 커질 수 있다.
둔촌주공 PF 한 차례 고비 넘겼지만 위기 지속
올해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유동화증권 물량은 30조에 달한다. 특히 롯데건설은 단기 채권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유동성 위기로 부도설도 휩싸였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롯데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규모는 6조7500여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착공이나 분양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미착공사업은 4조4000억원으로 우발채무의 65.7%에 달했다. 올 1분기과 2분기에 각각 1조8696억원, 4819억원의 신용연계 유동화증권 만기가 돌아올 예정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 6일 메리츠증권 주관으로 PF 관련 채권 1조5000억원어치를 매각했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이 매각 대상이었다. 또 전환사채 2000억원과 공모사채 2500억원 등 4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모두 판매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계열사에서 빌린 자금도 조기 상환했다. 롯데건설이 PF채권 매각에 성공해 큰 위기는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오는 19일 프로젝트파이낸싱 만기가 도래하는 올림픽파크 포레온도 한숨 돌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19일 연 12% 금리에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전자단기사채(ABSTB) 방식으로 조달한 7231억원 규모 상환을 앞두고 있다. 당초 기대보다 낮은 청약 성적을 기록해 미분양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그러나 정부가 1‧3 부동산 정책을 통해 대출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하며 계약률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계약률은 최소 70% 수준을 넘겨야 PF ABCP를 상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건설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고 미분양 등 리스크 요인이 남아 시장 상황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금조달도 골치…고금리‧신용등급 빨간불
공모사채 완판으로 건설사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였지만 유동성 우려는 여전하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이달 중 만기가 도래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 ABCP) 규모는 유동화사채를 포함해 17조원에 달한다. 또 올 상반기 중 만기가 오는 건설기업들의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 총액은 6조4690억원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건설사의 신용도 하락, 고금리 여파로 자금조달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는 최근 일부 건설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건 향후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기업평가는 17개 건설사에 대한 정기 평가를 진행한 결과 롯데건설, 태영건설, 한신공영의 신용도를 지난해 12월 하향 조정했다. 롯데건설은 종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변동됐다. 태영건설은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한신공영은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로 조정됐다.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자금조달에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금리 인상이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건설업계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
위기 극복 KEY는 ‘금리 인하’
건설업계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금리가 내려가야 부동산 시장에도 활기를 띠고 건설사도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리가 인하했던 2009년과 2013년~2016년, 2019년에는 미분양이 감소했고 착공이 반등했다. 금리 인하는 유동성 증가와 주택 구매, 투자 수요를 견인하고 매매가격 상승과 청약 시장 활성화로 이어진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주택 업황은 매우 좋지 않다”며 “분양 26만호, 미분양 8만2000호로 전망한다”고 전망했다. 이어 “미분양이 많다는 것은 시행사, 건설사가 가진 재고가 많아 현금흐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분양 증가가 계속되면 책임 준공을 위한 현금여력이 충분한지 재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사 관계자들도 규제완화에도 고금리로 인한 위기가 더 크다며 금리 인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올림픽파크 포레온이 규제완화로 인해 얼마나 수혜를 보는지가 관건이다”며 “그 이후 분양하는 단지에서도 효과가 있다면 규제완화 수례가 있을 거 같은데 아직은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가 너무 높아서 규제가 완화된 상태에서 금리가 내려야 더 큰 효과를 볼 거 같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규제완화로 인해 체감되는 반응은 없다”며 “고금리로 인한 금리 부담이 크기 때문에 금리 하락이 이뤄지지 않는 한 시장이 살아나기는 힘들 것 같다”고 전망했다. 건살사 관계자도 “당분간 금리 인하 시그널이 보이지 않아 시장이 계속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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