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만1000명 조기사망…서울 시민 죽인 '침묵의 살인자'

강찬수 2023. 1.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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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시울시청 앞에서 바라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뉴스1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 탓에 연간 1만1000명 넘는 서울 시민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에서 2001년을 기준으로 1만 1000여 명(서울 5426명)이, 2010년 기준으로 1만5343명이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했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비교하면 서울 시민의 조기 사망 위험이 더 커진 것이다.

싱가포르 난양 공과대학 스티브 훙-람 임 교수와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허연숙 교수 연구팀은 11일(현지 시각)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런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고해상도 시공간 모델링 수행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8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뉴스1
연구팀은 2019년 기준으로 서울의 대기오염도와 기상 자료, 인구 분포, 인구 이동(교통정보), 토지 이용 형태 등의 자료를 활용, 기계학습(랜덤 포레스트) 방식의 고(高)해상도 시공간 오염(LURF) 모델링을 수행했다.

이는 일반적인 토지 사용 회귀(LUR) 모델에서 진전된 분석 모델이다.

연구팀은 특히 500m 해상도로 서울시를 2429개 구획으로 나눠 초미세먼지(PM2.5)와 이산화질소(NO2) 등 지점별 대기오염을 분석한 다음, 심혈관질환 등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또, 40개 대기오염 자동측정망에서 1시간 단위로 측정되는 오염도 수치에서 일·월·연 평균치를 구해 계절별 오염 특성 파악했고, 24시간을 주기로 오염도가 시간대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도 분석했다.

분석 결과, 2019년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평균 26.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었다.
아침 피크 시간(오전 8~11시)에는 평균 27.21㎍/㎥, 낮에는 25㎍/㎥였다.
지역별로는 영등포구와 성북구가 높았다.

고해상도 모델링을 통해 분석한 서울의 대기오염도(2019년 평균). 왼쪽 초미세먼지는 영등포구와 성북구에서 오염도가 높았고, 이산화질소는 영등포구와 노원구, 강남구, 공항이 있는 강서구가 높았다.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3]

이산화질소의 경우 24시간 주기 전체의 평균은 28.97ppb였고, 아침 출근 시간 피크 때는 31.57ppb, 저녁 퇴근 시간 피크 때는 31.38ppb의 오염도를 나타냈다.

이산화질소는 영등포구와 노원구, 강남구에서 높게 나타났다.
일반 측정지점 25곳의 연평균은 28.01ppb, 도로변 측정소 15곳에서는 평균 40.56ppb였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중국 등에서 오는 월경성 오염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산화질소는 자동차 등 국지적인 오염 배출의 영향이 크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인구 이동 고려하면 조기 사망 늘어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8일 오전 서울 중구 시울시청 인근 전광판에 초미세먼지 농도가 61㎍/㎥로 나쁨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연구팀은 이러한 수준의 대기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즉 조기 사망 숫자를 두 가지 방법으로 산정했다.

행정구역별 거주 인구를 고려한 '정적(靜的) 인구 모델'에서는 서울시민의 대기오염 조기 사망을 연간 1만274명으로 분석했다.
이 가운데 초미세먼지가 원인이 된 사망이 6640명(64.6%), 이산화질소 원인이 3624명(35.3%)으로 추정됐다.

'동적(動的) 인구 모델'에서는 조기 사망이 1만1183명이었는데, 초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이 7261명(64.9%), 이산화질소 원인이 3922명(35.1%)으로 분석됐다.

초미세먼지(왼쪽)와 이산화질소 대기오염으로 인한 서울시민 조기사망률.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3]

동적 인구 모델은 서울을 1만9153개 구역으로 쪼개고 이동 통신사를 통해 확보한 통화 데이터로 실시간 인구 이동 상황을 반영했다.

시민들이 근무 등으로 대기오염이 높은 시내 중심지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탓에 동적 인구 모델에서 조기 사망자 숫자가 많았다.

동적 인구 모델에서 초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 원인을 세부적으로 보면 심혈관 질환이 5450명,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284명, 허혈성 심장 질환 840명, 폐암 678명이다.
이산화질소의 경우는 심혈관 질환이 2129명, COPD가 194명, 허혈성 심장질환이 799명, 폐암이 801명이었다.

서울의 대기오염 건강영향은 주로 뇌졸중을 비롯한 심혈관계 질환이 원인이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500m 공간 해상도로 초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의 시공간적 변화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환경보건 연구와 대기 질 관리에 필수적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 대기오염 개선 추세


2021년 3월 15일 서울 양천구 궁동터널 인근에서 서울시청 기후환경본부 차량공해저감과 운행차관리팀 공무원들이 자동차 배출가스 단속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한 차량이 배기구에서 검은 연기가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한편, 지난해에는 서울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18㎍/㎥로, 이산화질소는 0.021ppm으로 측정되는 등 최근 서울의 대기오염이 개선되고 있다.
2020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상황으로 국내외 오염 배출이 줄고, 오염 대책이 시행된 덕분이다.

서울의 공기 질이 개선된 점을 고려하면 조기 사망자도 2019년보다는 줄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인하대 의대 임종한 교수팀은 서울 등 수도권 전체에서 2010년 기준으로 1만5343명이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2015년 발표한 바 있다.

임 교수팀은 대기오염을 방치할 경우 2024년 수도권 전체 조기 사망자가 2만5781명으로 늘어나고, 대기오염을 규제할 경우 2024년 1만866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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