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협에 의해 불량 금융사 낙인"…자산운용사의 '하소연'

부광우 2023. 1.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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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대출 연체 두고 공방 지속
"부실 리스크 주범인 양 호도"
내용증명 이어 공식 소송 예고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본관 전경. ⓒ농협중앙회

부동산 개발 대출을 알선해 오던 한 자산운용사가 농협중앙회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농협중앙회가 각 지역 조합들에게 관련 대출의 리스크 관리에 보다 신경을 쓰라는 내용의 공문을 배포하면서, 자금 조달을 중개했을 뿐인 외부 금융사를 연체의 주범으로 낙인찍으며 책임의 화살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이와 연계된 대출로 위기가 확산돼 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간의 잡음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JMC자산운용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달 23일과 이번 달 5일 두 차례에 걸쳐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앞으로 '허위 기재된 공문에 대한 항의 및 명예회복을 위한 정정 촉구'란 제목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농협중앙회는 답변 기한인 이날까지도 공식 회신을 하지 않고 있다. JMC자산운용은 추가적인 내용증명에 이어 공식적인 소송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JMC자산운용은 농협중앙회 산하 상호금융여신지원부가 지난해 12월 15일 각 지역 단위 농·축협 조합에 발송했던 공동대출 관련 공문을 문제 삼고 있다. 공동대출은 여러 단위 조합이 함께 토지 매입자금 등을 조달해 주는 행위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사업 규모가 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개발 사업이 주로 공동대출을 받아왔다.


농협 상호금융은 이 공문에서 '공동대출의 특성 상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등 판매사로부터 최초 추진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판매사가 여신업무방법에 위배되는 대출을 판매 권유하거나 부실화 이후 사후관리 지원에 소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판매사에서 권유하는 공동대출 취급을 금지하라'고 공지했다.


쟁점은 이와 함께 덧붙인 공동대출 연체 명단이다. 공동대출에서 발생한 연체를 주선 금융사별로 나눠 명시하면서, 이들 기관이 부실의 주체인 것처럼 여겨지게 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연체액이 가장 많다고 표시된 JMC자산운용은 마치 자신이 농협 조합에 부실한 대출 상품을 판매해 대규모 연체를 불거지게 한 주범인 양 호도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JMC자산운용은 우선 농협이 판매사라는 표현을 쓰는 것부터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역 농협이 취급하는 대출의 중재·주선 업무를 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두고 대출 상품을 판매했다거나 구매를 권유했다고 묘사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자신을 판매사라 부르는 건 연체율이 높아진 대출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악의적 용어 선택이란 비판이다. 특히 이런 주선을 통해 이뤄진 대출은 각 조합의 여신 심의를 걸쳐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개별 조합이 실행 여부를 결정하고 당사자들과 직접 계약을 맺은 대출을 두고 다른 금융사에 책임을 묻는 행태는 옳지 못하다는 반문이다.


또 JMC자산운용은 실상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농협이 지목한 만큼 연체가 많다고 볼 수 없다고도 강조한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 다른 기관들보다 중개·주선한 대출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이에 대비한 연체율이 아닌 연체액 절대값 만으로 공동대출 연체 최대 판매 채널로 언급한 건 악의적인 측면이 있다는 볼멘소리다.


더욱이 이 같은 대출 중개와 주선으로 농협 조합 측이 상당한 이자와 수수료 수입을 거둬왔고, 농협중앙회에서도 이를 공로로 인정해 대표이사 앞으로 수차례 감사패까지 보내 왔다고 JMC자산운용은 토로한다. 그런데 이제 와서 불량 금융사인 것처럼 공격을 하는 현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부동산 개발 대출을 두고 이런 갈등이 곳곳에서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한파에 PF 대출의 부실이 확대되면서 책임 공방이 만연할 수 있다"며 "원칙적으로 대출 리스크의 책임은 이를 실행한 금융사에 있는 만큼 결자해지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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