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해지고 싶지만…日은 사과·배상이 우선, 中은 한한령 멈춰라” [新애치슨 시대]

박현주 2023. 1. 1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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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 1월 미국은 소련과 중국의 확장을 막기 위한 ‘애치슨 라인’을 발표했다. 그리고 5개월 뒤 애치슨 라인 밖에 위치하게 된 한반도에선 전쟁이 발발했다. 73년이 지난 2023년 한국은 다시 미ㆍ중의 공급망 전쟁으로 그려질 ‘신(新)애치슨 라인’의 최전선에 서 있다.
중앙일보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소장 박수진 교수)와 함께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 한국 외교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아르스프락시아’는 아시아연구소의 의뢰로 2020년 1월~2022년 9월 30일까지 한ㆍ미ㆍ일ㆍ중 4개국 824개 언론사의 기사 550만여건을 빅데이터 분석했고, ‘한국리서치’는 지난달 6~9일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심층 웹설문 조사를 진행했다.(95% 신뢰수준ㆍ표집오차 ±3.1%ㆍ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

"다시 친해지고 싶지만 그러려면 상대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한ㆍ일, 한ㆍ중 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한 국내 여론을 요약하면 이렇다.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한ㆍ일 과거사 갈등과 경제ㆍ안보 협력은 별개지만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선 일본의 사과ㆍ배상이 우선돼야 한다고 봤다. 또 중국과도 교류를 확대해야 하지만 한한령(限韓令ㆍ한류제한령) 등 중국의 강압적 외교 관행부터 멈춰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일본, 중국을 향한 응답자들의 '양가적(兩價的) 감정'에서 비롯한다. 즉 한ㆍ일, 한ㆍ중 협력 강화의 당위성에는 공감하지만, 상대방의 '행동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정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조사 결과 한ㆍ일 관계 관련 응답자의 67.1%가 과거사 문제와 경제ㆍ안보 협력을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고 답했다. 일본은 자유ㆍ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고 북핵 위협에 대응해 협력해야 할 이웃 국가이자 한·미·일 공조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국민 여론에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일본과의 협력 의지와는 별개로 일본이 한국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본 응답 비율은 57.5%에 달했다. 조사 대상 20개국 중 북한(83.7%), 중국(63.1%)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또 한국이 협력해야 할 국가로 일본을 꼽은 비율은 응답자의 35.6%로, 미국(86%), 중국(46.3%)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특히 응답자의 72.6%가 '일본의 진실한 사과와 배상이 있기 전까지 한ㆍ일 관계 경색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한국이 일본보다 먼저 대승적으로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사람은 37%에 그쳤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중국을 향해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미ㆍ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국 외교가 미국으로 쏠리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친중 외교가 필요하냐'고 묻자 응답자의 57.9%가 동의의 뜻을 밝혔다. 또한 '중국과 인적 교류 확대로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83.5%에 달했다. 한ㆍ미동맹을 우선하면서도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도 미래지향적인 협력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한령 해제 등 중국이 먼저 바뀌기 전에는 한ㆍ중 관계 개선이 쉽지 않다'고 답변한 응답자가 전체의 77.4%에 달했다. 일본을 향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꾸준히 요구하듯, 중국을 향해서도 한한령 등 기존의 강압적 외교 행태 근절을 선결 과제로 제시한 모습이다.

이에 대해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요즘 한국 사회의 최대 화두는 '공정'인데 일본 및 중국과의 국가적 관계에서도 서로 주고받는 공정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우리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화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일본이든 중국이든 경제·문화 측면의 인적 교류 확대에 대해선 여론이 거의 전적으로 긍정적이기 때문에 주장할 건 주장하고 협력할 건 협력하며 밸런스를 맞춰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강태화ㆍ정영교ㆍ정진우ㆍ박현주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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