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자물가 6%대로 둔화...Fed 속도조절 힘 실려(종합)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지난해 여름 9%대까지 치솟았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대까지 둔화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속도 조절 가능성에도 한층 힘이 실렸다.
1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12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6.5% 올랐다. 5개월 연속 상승 폭이 축소된 것이다. 이는 2021년 10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소폭이다. 작년 6월 9.1%까지 뛰었던 CPI 상승률이 10월 7.7%로 둔화한 데 이어 6%대까지 내려간 것이다.
특히 12월 CPI는 전월 대비로도 0.1% 하락했다. 전월 대비로 CPI가 감소세를 나타낸 것은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5.7%, 전월보다 0.3% 각각 올랐다. 근원 CPI 상승률이 5%대로 돌아온 것은 작년 7월(5.9%)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12월 CPI에서 인플레이션 둔화가 확인되자 시장은 환영하고 있다. 당장 오는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Fed가 금리 인상 폭을 0.25%포인트까지 낮출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른다. Fed로선 이러한 CPI를 그간의 긴축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하는 근거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2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95%이상 반영하고 있다. 일주일 전 62%대, 전날 76%대에서 더 높아진 수준이다.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은 5%이하로 떨어졌다.
모건스탠리는 "12월 CPI는 Fed가 2월 FOMC 회의에서 금리 속도 조절에 나설 상황을 부추길 것"이라며 2월 베이비스텝 전망을 유지했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6.5% 상승률은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은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Fed 내 매파 인사로 꼽히는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한 행사에서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시절은 지났다"면서 "앞으로는 0.25%포인트가 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2월 FOMC에서 0.25%포인트 인상을 지지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Fed는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이후 작년 12월부터 빅스텝으로 긴축 속도를 늦춘 상태다.
다만 시장에서는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한 것과 별개로 서비스 물가가 빠르게 치솟고 있다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마켓의 팀 그라프는 "전체 지표상 수치는 양호하지만 주거, 서비스 관련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끈적(stickiness)하다"면서 "Fed가 원하는 만큼 빨리 인플레이션이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 공개된 고용지표들이 여전히 강력한 수준이라는 점도 긴축 지속에 무게를 싣는다. 이날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1월 1일~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0만5000건으로 전주보다 1000건 감소했다. 이는 15주 만에 최저치다.
Fed는 이처럼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과열된 노동시장이 임금 상승을 부추겨 고물가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최근 발언들에서도 서비스 물가, 임금상승률에 대한 경계감이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몇달간 상품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떨어지는 반면,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상승세"라며 "근원 인플레이션을 넘어 범위를 더 좁힌 ‘초근원’(슈퍼코어) 인플레이션을 들여다보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Fed는 지속적으로 시장의 피벗(pivot·방향 전환) 기대에 선을 긋고 있다. 이는 피벗 기대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진행 중인 Fed의 행보에 부정적 여파를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을 기반으로 한다. Fed가 이달 초 공개한 12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19명의 FOMC 위원 중 2023년 중 금리 인하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 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점도표 상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5.0∼5.25%로 현재보다 0.7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하커 총재는 이날 "올해 몇차례 더 금리를 인상하고, 높은 수준에서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애쉬워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ed는 노동시장 과열, 임금상승률 완화 등을 확인하기 전까지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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