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식욕, 한마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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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은 마음으로 만들어진다.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고 재료와 소통해야 한다. 같은 재료로 같은 과정을 거쳐도 마음 때문에 다른 음식이 된다. 사랑과 정성이 깃든 음식이라야 배부르다."
창욱은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아내 다정(김서형)을 위해 매일 음식을 만든다.
연출을 맡은 이욱정 PD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만두, 쌈, 타코, 피자, 샌드위치, 스시 등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음식의 역사와 문화, 디자인, 레시피 그리고 맛을 취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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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은 마음으로 만들어진다.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고 재료와 소통해야 한다. 같은 재료로 같은 과정을 거쳐도 마음 때문에 다른 음식이 된다. 사랑과 정성이 깃든 음식이라야 배부르다.”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에서 주인공 창욱(한석규)이 말한다. 창욱은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아내 다정(김서형)을 위해 매일 음식을 만든다. 그가 원래 요리하길 좋아하는 다정다감한 사람이었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닐 거다. 적어도 결혼 이후에는 말이다. 그는 고집 세고 깐깐한 동시에 무심하기도 한 작가이자 남편이었다. 두 사람은 이혼을 앞두고 별거 중이었다.
잡채와 보리굴비, 탕수육, 해삼탕…. 창욱은 아내에게 먹이고 싶은 것, 아내가 먹고 싶다는 걸 요리한다. 메뉴보다 중요한 건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든다는 행위다. 그는 아내, 아들과 함께 매일 식사하고 일상을 이어가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사랑을 깨닫는다. 다정은 남편이 해준 음식을 먹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병마와 싸운다. 강창래 작가의 에세이가 원작인 드라마를 입맛을 다시며, 웃으며, 오열하며 정주행했다. 희극과 비극과 식욕이 한데 어우러졌다. 연기 장인들이 차려준 감칠맛 나는 밥상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슬픈데 배가 고프다니. 죽음을 앞두고 머릿속에 떠오른 게 대패삼겹살이라니.
식욕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본능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같은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했다. 음식은 거대한 산업을 만들었다. 이제 콘텐츠 업계에서 음식과 요리는 정보와 시청각적 재미를 주는 좋은 소재가 됐다. 음식 관련 프로그램이 업계의 총아가 된 건 인간이 음식을 통해 풀어갈 얘기가 여전히 많기 때문일 거다.
티빙 다큐멘터리 ‘푸드 크로니클’은 인류의 음식을 쌈(wrap)과 판(flat), 층(layer) 세 가지 종류로 나눠 맛의 기원을 찾아 나서는 프로그램이다. 인간은 왜 음식을 뭔가에 싸서 먹거나 겹겹이 쌓아 올렸을까, 피자는 왜 납작할까. 연출을 맡은 이욱정 PD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만두, 쌈, 타코, 피자, 샌드위치, 스시 등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음식의 역사와 문화, 디자인, 레시피 그리고 맛을 취재한다. 이 PD는 “‘식’은 인간 생활의 중심이다. 음식을 통해서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음식도 언어처럼 계보가 있다”면서 “시리즈 안에 들어간 음식들은 지구상의 한 지역에서 탄생했지만 결국은 오늘날 전 인류가 다 먹게 된 음식이다. 어느 특정한 음식이 전 세계로 확산된 건 우연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들 프로그램은 단순히 다른 사람이 음식을 먹는 걸 관찰하는 게 아니다. 식욕이라는 단어 하나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본능과 감정, 문화를 파고든다. 사람들이 다양한 음식 프로그램을 보는 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 모든 요소를 ‘건드리기’ 때문은 아닐까. 마크 트웨인은 “인생에서 성공하는 비결 중 하나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힘내 싸우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도시 생활에 지친 혜원(김태리)은 제 손으로 키운 식재료로 제철 음식을 만든다. 친구들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상처입은 청춘을 치유하고, 또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잊고 살았던 사랑을 일깨워주고 세상과 맞서 싸울 용기를 주는 게 음식이라면 무언가를 먹고 마시는 행위는 얼마나 힘이 있는가. 누군가와 함께 맛있는 걸 먹고 싶다는 소망이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지게 해준다면, 식욕은 인간의 어떤 욕구보다도 놀라운 능력을 가진 게 아닐까. 당신은 오늘 누구와 무얼 먹었는가.
임세정 문화체육부 차장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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