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지러운 공직 감찰 범위와 주체, 교통정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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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의 감찰팀 신설에 ‘옥상옥’ 논란 나와
공수처도 제 역할 찾고, 특별감찰관 임명해야
대통령실이 공직기강비서관실 산하에 공직감찰팀을 신설한다. 공직사회에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회적 재난 예방과 민생 안정을 주문하고, 집권 2년 차 기강을 다잡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하지만 국무총리실이 고위 공직자의 감찰을 전담할 감찰팀을 추가로 만들고 있어 ‘옥상옥’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무의 중복은 물론 권한 다툼까지 발생할 여지가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용산이 왜 이런 조직 결정을 했느냐는 건 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민정수석실이 없어졌으니 (관련 인원을) 좀 늘릴 필요가 있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과거 민간 사찰 논란이나 감찰 무마 의혹이 일었던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감찰반(문재인 정부 시절 특별감찰반)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민정수석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서 폐지했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털기와 뒷조사를 벌여 왔다”고 비판했었다. 이런 우려와 해석을 피하기 위해서는 감찰 범위에 대한 명확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국무총리실이 사실상 감찰하기 어려운 1∼2급 수준의 고위 공직자를 대통령실이 맡는 식이 될 수 있다.
감찰 강화와 더불어 고위 공직자의 비위를 수사하기 위해 설치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역할 정립도 필요하다. 검사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의 비위와 관련한 고발이 연일 접수되는데 제대로 처리된 사건을 찾기 힘들다. 정치권에선 폐지론까지 나온다. 출범 첫해인 2021년 공수처는 무려 1390건의 사건을 대검찰청에 넘겼다. 공수처가 직접 수사하겠다며 이첩해 달라고 대검에 요청한 사례는 2건에 불과했다. 최근에도 직접 수사하겠다고 검찰에서 이첩받았던 ‘김학의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을 검찰로 다시 이첩하는 일이 발생했다. “검찰과 협조가 안 되고, 인력이 부족하다”는 하소연만 하고 있다.
7년째 공석인 특별감찰관의 임명 절차도 진행돼야 한다.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의 친족 등을 감찰하는 역할을 하는데, 올해도 공석인 가운데 조직 유지 명목으로 약 10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세금만 축내고 있는 모습이다. 공직사회에서는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일은 들여다보지 않고 공직자들만 길들이려고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윤 대통령도 취임 이후 임명 필요성에 동의하면서 규정상 절차인 국회 추천을 기다리겠다고 한 만큼 여야가 합의만 보면 해결될 일이다. 이번 기회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거나 부실한 감찰 기능을 전반적으로 보완·조정해 효율적이고 공정한 공직 기강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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