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악화, 당국 압박 통했나…은행, 슬금슬금 대출금리 낮춰

김경희 2023. 1. 1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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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압박이 통한 걸까. 시중은행이 경쟁적으로 대출금리를 내리고 있다. 예금 이자는 빠르게 줄이면서 대출 이자 인하는 더디다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NH농협은행은 오는 20일부터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8% 포인트 내린다고 밝혔다. 이번 금리 인하로 현재 5.92~7.02%인 변동형 주담대 대출금리는 연 5.12~6.22%가 된다. 상단 금리가 연 6%대 초반으로 떨어진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과 이달 초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각각 0.3%포인트, 1.1%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저 연 4.69%, 전세자금대출은 최저 연 4.55%로 은행권 최저 수준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우리은행도 13일부터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최대 0.9%포인트 내린다. 급여 이체나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각종 우대금리를 확대하고 가산금리의 일종인 본부조정금리를 조정해 금리 인하 효과를 내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의 아파트담보대출 변동금리는 12일 기준 연 7.31~8.11%다. 우대율을 높이면 실질적인 금리 상단이 7%대로 내려가게 된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최근 가계대출금리를 매일 조금씩 내렸다. 이달 초 6.32%였던 신한은행의 주담대 금리 상단은 이날 연 5.85%로 0.47%포인트 내렸다. 하나은행도 주담대 금리를 0.38%포인트 인하해 이날 기준 5.73~6.33%다. KB국민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이날 5.35~6.75%로 종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나 금융채 6개월물을 기준으로 하는데 국민은행은 코픽스 기준으로 월에 한 번 변경하고 있다. 코픽스에 따라 2월에는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은 그간 예금금리 하락세에도 대출금리는 오히려 높이거나 더디게 내려 비판을 받아왔다.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최근 연 3% 후반까지 떨어졌다. 반면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올해 들어 8%대를 돌파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금융당국이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일 임원회의에서 “고금리가 지속하는 가운데 경기 하강 우려도 커지면서 서민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금리 상승기에 은행이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 실태를 지속해서 점검·모니터링해 미흡한 부분을 개선해 달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은행은 단순히 ‘금융당국 눈치 보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영향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결국 대출금리는 은행이 자체적인 자금 조달 비용 등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대금리차 확대로 은행이 ‘이자 장사’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은행연합회는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예금과 대출의 만기 구조 차이에 따른 단기적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은행연합회는 “작년 12월 초 이후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예금금리 인하분은 올해 1월 중순께 발표될 코픽스부터 반영돼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향후 대출금리 인하가 이어질 거라고 예상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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