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개신교인, 非개신교인에 비해 동성혼·낙태 반대 ↑

기독교사회문제硏 설문 조사
비개신교인 62% "교회가 차별·혐오 부추겨"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한국의 개신교인과 비(非)개신교인은 정치 성향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으나 낙태(임신 중지)나 동성혼에 대해서는 큰 입장 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우선 주관적 정치 성향에 대해서는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간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신교인은 자신이 보수 성향이라고 답한 경우가 27.0%, 중도 성향 44.8%, 진보 성향 28.2%였다. 비개신교인은 보수 24.3%, 중도 44.7%, 진보 31.0%라고 답했다.

한반도의 군사 안보를 위해 전술핵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견을 묻자 개신교인 74.1%, 비개신교인 76.1%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필요 없다는 의견은 각각 25.9%, 23.9%로 나타났다. 정치 관심도나 북한에 대한 햇볕 정책, 사회복지 정책의 방향 등에 대한 응답 역시 두 집단 모두 비슷하게 나타났다.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사이에 가장 극명한 의견 대립을 보이는 주제는 낙태와 동성혼이었다. 낙태 문제에 대해 '여성의 결정권'과 '태아의 생명' 둘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냐고 묻자,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모두 여성의 결정권이 더 중요하다는 대답이 많았다. 그러나 개신교인 중 '여성의 결정권이 중요'하다고 답한 경우는 59.4%인 반면, 비개신교인은 76.8%가 그렇다고 답했다.

동성 간 결혼제도에 대한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의 의견. [사진출처=연합뉴스]

동성 간 결혼제도에 대해서는 개신교인은 반대 80.1%, 찬성 19.9%라고 답했으나 비개신교인은 57.7%가 '반대', 42.3% '찬성'이라고 밝혀, 개신교인이 동성 결혼에 대해 훨씬 강경한 반대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신교인, 비개신교인 모두 남성의 반대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으며 연령이 낮을수록 찬성률이 높아졌다. 또 개신교인과 타 종교인 모두 신앙생활 연수가 길고 종교 중요도가 높을수록 반대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타자에 대한 거리낌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지하철에서 내 옆자리에 OOO가 앉으면 꺼리게 된다'라는 질문을 던지며 노숙자, 성 소수자, 장애인(자폐 성향, 지적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이성, 70세 이상의 노인을 보기로 들자, 두 집단 모두 가장 꺼리는 대상은 '노숙자'(개신교인 79.7%, 비개신교인 80.4%)였다. 나머지 대상에 대한 응답 비율은 두 집단 간에 큰 차이가 없었으나,

성 소수자를 꺼리는 경향은 개신교인(39.9%)이 비개신교인(31.9%)보다 높았다. 개신교인 가운데 '동성애가 죄'라는 설교를 들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도 60%가 넘었고, 그 가운데 67.9%가 그 설교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개신교 교회가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느냐는 질문에 개신교인은 47.0%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지만, 비개신교인은 62.2%가 '그렇다'고 답해 양측의 견해가 크게 달랐다. 개신교인 가운데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30.5%으로, 비개신교인의 절반을 밑돌았다.

이 설문조사에는 개신교인 1000명과 비개신교인 1000명이 각각 참여했으며, 조사는 지역·성·연령별 비례할당을 통해 진행했다. 비개신교인의 종교는 불교 21.7%, 천주교 14.2%, 기타 종교 1.2%, 무교 62.9%였다. 표본 오차는 무작위추출을 전제로 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