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도 괜찮았는데, 이상민이…" 이태원 생존자 무너뜨린 말

정혜정 2023. 1. 1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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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연 공청회에 참석해 "정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가장 큰 위로가 될 것"이라며 눈물을 쏟았다.

참사 생존자인 김초롱씨는 이날 공청회에서 "저는 강한 사람이다. 심리상담도 자발적으로 잘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악성댓글이나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이 저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다"며 "저에게 2차 가해는 장관, 총리, 국회의원들의 말이었다"고 밝혔다.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참사 희생자 배우 고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가 진술을 마치고 울먹이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위로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씨는 "참사 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첫 브리핑을 보며 처음으로 무너져내렸다"며 "'예전에 비해 특별히 우려할 정도의 인파는 아니었고 경찰 병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는 말을 저는 '놀러 갔다 죽은 사람들이다'라고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몇 주 전 고등학생 생존자가 스스로 세상에 작별을 고했을 때 저는 잡고 있던 끈을 놓칠 뻔했다"며 "그런 결정을 했을 그 마음을 너무 알 것 같아 슬펐다.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선생님을 찾았고 약의 용량을 늘렸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그때 한덕수 국무총리가 했던 발언이 생각난다"며 "'스스로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다. 치료와 상담을 이렇게 열심히 받는 저는 매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참사와 같은 재난을 겪은 사람에게 개인적인 극복도 중요하지만 진상규명만큼 큰 치유는 없다"며 "잘못한 사람을 찾아서 벌주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극복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참사로 오빠를 잃은 조경선씨는 "저에게 있어 제일 큰 2차 가해는 뒤에서는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으면서 앞에서는 모든 책임과 의무를 다했다고 언론플레이하는 정부와 공무원, 몇몇 비윤리적인 의원들의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했다.

조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 갔으나 경찰이 제지해 만져보지도 못했다"며 "오빠 행적을 찾고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구급일지를 요청했지만, 비공개 처분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몇 번이고 정상적인 일상을 하려고 노력해도 항상 제자리로 돌아왔다"며 "저의 고통은 결국 정부가 책임을 다해 해결해야지 끝나는 고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한목소리로 참사 이후 정부 대응에도 총체적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참사로 딸을 잃은 최선미씨는 "대통령이 행안부 등에 유족을 위한 여러 지시를 한 것으로 아는데 어느 정부 기관도 유족에게 브리핑한 사실이 없다"며 "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왜 유가족 연락처를 공유해 주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는 이 장관 등을 염두에 둔 듯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정무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를 명령한다"고 했다.

유가족 서이현씨는 "유가족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은 정확한 진상규명과 모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 가족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유가족 8명, 생존자 2명, 지역 상인 1명이 참석했다. 야당은 이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를 출석시켜 유족 및 생존자 '대질'(對質)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당이 반대하면서 결국 이 장관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발언 과정에서 참사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 감정이 북받친 듯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이를 듣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우상호 특위 위원장과 조응천 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장 의원 등도 눈물을 훔쳤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기간은 오는 17일까지다. 국정조사 특위는 이날 공청회를 끝으로 그간 활동 내용을 토대로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작성에 들어간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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