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기름' 싸들고 도망자 김성태 생파…조력자 2명도 조폭이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양선길 현 회장이 지난 10일 태국에서 체포되면서 이들의 해외 도피 조력자에 대한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수원지검은 이들의 도피를 도운 쌍방울그룹과 계열사 임직원 6명에 대해 지난 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 중 2명이 과거 폭력조직에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회장의 해외 도피 등을 도운 혐의(범인도피 등)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6명 가운데 조직폭력배 출신은 쌍방울 계열사 '광림' 소속인 A씨와 B씨다. 이들은 김 전 회장 등의 해외 도피를 돕는 것은 물론 국내에 남아 관련된 증거를 인멸한 혐의, 2019년 전후 직원 10명을 데리고 미화 64만 달러를 해외로 밀반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들은 또 김 전 회장이 도피 중이던 지난해 7월 29일 태국의 한 가라오케에서 김 전 회장의 생일파티를 열어줬는데, 이를 위해 한국에서 들기름·참기름·과일·생선·전복·김치 등을 담은 냉동 스티로폼 박스 12개를 들고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경우 자신의 동생을 직원 명부에 올려 3000만원의 월급을 받게 한 혐의(횡령)도 추가됐다.
나머지 4명은 주로 증거인멸에 가담했다고 한다. 이들 중 1명은 김 전 회장의 친동생이다. 김 전 회장의 동생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3명도 검찰 조사에서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전북 남원 출신인 김 전 회장은 전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폭력조직 ‘나이트파’ 조직원으로 알려져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거나 사채업 등을 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2006년 불법 도박장 운영으로 적발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쌍방울 관계자는 “김 전 회장과 함께 들어오거나 발탁한 측근들은 주먹을 썼던 사람들로 안다”며 “그 외엔 원래 쌍방울에 있었던 공채 출신이나 정상적인 채용 절차를 거쳐 입사한 경력 직원”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의 조폭과의 친분은 영입으로까지 이어졌다. 쌍방울그룹과 김만배씨의 연결고리인 쌍방울그룹 전 부회장 최우향씨는 2000년대 중반까지도 전남 목포에 기반을 둔 ‘목포새마을파’ 일원이었다. 지난해 11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쌍방울 그룹 관계자 대표 C씨도 조폭 출신으로 알려져있다. C씨는 김 전 회장의 자금 일부를 관리해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불렸다. 김 전 회장이 사채업을 할 당시에 불법 추심 업무를 맡았다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 스스로도 평소 임직원들을 거칠게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임원이라고 해도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주먹을 휘두르고 겁을 줬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의 폭행으로 수개월 병원 신세를 졌다고 주장하는 임원도 있다고 한다. 이에 일부 쌍방울 임직원들은 김 전 회장이 도피한 뒤에도 회사에 남아있던 측근들을 의식해 검찰 진술을 꺼리기도 했다.
한편 지난 10일 태국에서 체포된 김 전 회장과 양 회장은 12일 ‘자진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당국에 밝혔다. 쌍방울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송환 거부 소송도 검토했으나 지인 등의 의견을 수렴해 자진 귀국으로 입장을 정했다”며 “이르면 13일 오후 비행기에 탑승해 14일 새벽 도착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주 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검찰 수사를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모란·손성배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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