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다'는 성추행 피고인 꾸짖은 판사 "피해자는 더 할 말 많다"

김종훈 2023. 1. 1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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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자 성추행' <파이낸셜뉴스> 간부, 2심에서도 벌금 500만원

[김종훈 기자]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모습.
ⓒ 이희훈
 
"피해자는 할 말이 더 많을 겁니다."

수습기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파이낸셜뉴스> 간부 조아무개씨(60)가 2심에서도 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억울함을 호소하자 재판장이 피고인을 꾸짖었다. 조씨는 "너무 억울합니다. 재판장님. 알리바이 증명을 왜 안 받아줍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소란을 피우다 결국 법정 경위에 의해 재판정 밖으로 쫓겨났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3부(김형작·장찬·맹현무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파이낸셜뉴스> 간부 조씨에게 원심과 같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면서 "특히 피해자는 추행 행위 당시의 상황, 피고인과 피해자의 자리 배치 당시 느꼈던 감정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고 그 진술 내용이 크게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며 이러한 진술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해자의 입사동기가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나와 피해자가 피고인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여 회식 자리에서 일부러 남자 동기를 피고인이 옆에 앉혔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은 피해자의 진술과 부합한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은 개방되고 공개되는 회식 장소에서 추행 행위가 의도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통상 추행 행위는 다른 사람의 눈으로 뒤에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이러한 여러 사정 등을 종합해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조씨는 법정에서 혐의를 줄곧 부인 해왔다. 하지만 1·2심 재판부 모두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피고인, 사건 알려지자 피해자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조씨는 2015~2016년 신입 수습기자의 교육을 담당하며 회식 자리에서 피해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2019년 기소됐다.

<파이낸셜뉴스> 수습기자였던 피해자 A씨는 지난 2018년 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입기자 교육을 담당한 조씨가 회식 때마다 자신의 옆에 앉아 어깨나 허벅지를 만졌고 다리를 덮어놓은 겉옷 속에 손을 집어넣기도 했다"는 글을 올려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공론화했다. 

논란이 커지자 조씨는 같은해 10월 피해자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에 A씨 역시 조씨를 성추행 혐의로 맞고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3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고인 조씨는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상당히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며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당시 검찰은 조씨가 회식을 자주 소집하면서 피해자 A씨 참석을 요구했고, 사건 발생 뒤 A씨가 힘들어했으며 이후 남성 동기들이 순번을 짜 조씨 옆에 앉았다는 등 내용을 담은 동료 기자들의 사실확인서와 카카오톡 대화 캡처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앞서 <파이낸셜뉴스> 인사위원회는 사건이 알려진 뒤인 2018년 3월께 자체 조사를 한 뒤 조씨의 성추행 가해 혐의를 인정하고 정직 3개월 중징계 처분했었다. 조씨는 2019년 기소된 뒤 부국장급 직위로 대기발령 처분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조씨는 당시 인사위에서도 사건 발생 시기 및 시점 등이 불명확한 점, 사실관계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점, 관련 사건이 기억나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선고 후 재판정에서 쫓겨난 조씨는 재판정 밖에서 기자들을 향해 "한 번 가해자로 지목되면 증거도 없는 사건으로 성범죄자가 된다"면서 "양성 평등을 위해서 이번 사건이 공론화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일 피해자인 A씨는 기자들에게 탄원서를 보내 "이미 언론계를 떠난 제가 피고와의 법정 다툼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라면서 "우리 사회에서 여성 부하 직원을 향한 성희롱과 성폭력이 용납되지 않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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