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규명이 치유"… 눈물로 얼룩진 이태원 국조

박준이 2023. 1. 1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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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마지막 공개회의
참사 대응, 직후 관리 미흡 문제 지적
오는 17일 전 결과보고서 채택 남아

[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저는 올해도 이태원에 갈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태원과 핼러윈은 잘못한 게 없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공청회 자리에서 참사 생존자 김초롱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뗐다. 그는 "치료와 상담으로 아무리 개인적으로 노력해도 결국 바뀌지 않는 사회와 매번 쏟아지는 망언들이 제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든다"며 "참사와 같은 재난을 겪은 사람에게 진상규명만큼 큰 치유는 없다"고 말했다.

참사 이후 일상 복귀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이를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건 정부와 정치권의 진상 규명과 사후 대처가 올바르게 이뤄질 거라는 믿음이라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 자리는 눈물로 얼룩졌다. 생존자와 유가족들이 발언을 이어갈 때마다 공청회에 참석한 다른 유가족과 생존자, 상인을 비롯해 여야 국조특위 위원들까지 울음을 터뜨렸다.

조미은 이태원 참사 진술인이 12일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 8명과 생존자 2명, 이태원 지역 상인 2명 등으로부터 참사와 관련된 증언을 경청했다./윤동주 기자 doso7@

이날은 17일 결과보고서 채택 전 위원들과 유가족들이 모일 수 있는 마지막 공개석상이었다.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울음을 애써 참으며 위원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또박또박 전달했다. 익명을 요구한 생존자는 올해 결혼을 약속한 예비신부를 잃었다며 현장에 출동한 구조 인원이 적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초기 대원은 어떤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왜 소수 인원만 출동했는지 의문"이라며 "부상자 한분 한분마다 전문 인력이 전담했다면 한 분이라도 더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부상자, 사망자 관리가 미흡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유가족인 서이현씨는 참사 직후 사고를 당한 동생이 실종됐다는 연락을 받고 이태원으로 향했으나 신원 확인 및 환자 이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전달해주는 기관이 아무 데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서씨는 "처음에는 신원이 확인되는 대로 부상자 및 사망자 명단이 뉴스로 나올 줄 알았다"며 "하지만 뉴스에는 같은 내용만 나올 뿐이었고 한남동 주민센터에서도 부상자, 사망자 신원 확인 및 이송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가족들에게 전혀 설명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 정부로부터 참사 후 유가족들에 대한 심리 치료 등 의료비 지원에 대한 전달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왜 우리가 물어보고 찾기 전에 안내하고 챙겨주면 안 되는 건가"라며 "참사가 난 지 76일째지만 단 한 번이라도 정부가 공식적으로 유가족을 만난 적도, 사과한 적도 없었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대표인 이정민씨도 참사 직후 대응 문제를 비판하며 "왜 유가족의 동의도 없이 희생자들의 옷을 모두 탈의시키고, 시급하게 검시가 이뤄졌고, 마약 이야기를 했으며 유가족들에게 의사 확인도 없이 분향소를 운영했는지, 대비와 대응이 왜 그리 난장판이었는지"라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뭐 했나?"라고 말했다. 또 여야 의원들을 향해서도 "정말로 진상규명을 위해 조사를 하기는 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유가족협의회 대표 이종철씨는 2차 가해 문제를 꼬집었다. 이씨는 "정부의 부재 속에 희생된 친구를 모욕하는 온라인 글에 고통받는 등 2차 가해로 (한 생존자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며 "지금도 많은 유가족들이 2차 가해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 유가족들을 계속 방치할 건가?"라고 했다.

이어 "국정조사를 지켜보며 우리 유가족들은 외려 실망감과 좌절감을 크게 느꼈다"며 "허위·부실자료를 제출하거나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기관들, 출석조차 하지 않는 국무총리,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기관들, 허위로 답변하거나 책임회피식 답변으로 하는 증인들, 너무나 좌절스러운 수난이었다. 더욱 좌절스러운 부분은 피 같은 국정조사 시간에 진상규명이 아니라 정쟁을 위해 질의하는 일부 위원님들의 질의였다"고 질타했다.

그는 "유가족들의 절박한 호소에 국회가 응답해주길 바란다"며 "다시 한번 이런 참사가 발생을 하지 않도록 여러분들이 행정부를 국민들을 위해서 진심으로 일할 수 있는, 그런 공무원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위원님들이 힘써 주셔야 된다"고 당부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진상규명이 돼야 유가족은 비로소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다"

이태원 골목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남인석씨도 "이태원에서 젊은이들이 기분을 마음껏 피우고 놀고 싶어서 왔는데 그걸 막지 못하고 그 죽음을 내 집 앞에서 보고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고, 저는 그 애들하고 그날부터 계속 49제까지 그 자리에서 같이 잤다"며 "너무 힘들다"고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의원들을 향해 "유족들 너무 슬프게 하지 말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옳은가 진실되게 말을 들어서 정말로 헛된 죽음이 되지 않도록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서울특별시·용산구·경찰청·소방청 측 실무자들 7인이 배석했다. 이들은 유가족, 생존자의 요구사항을 청취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는 17일로 활동 기한이 마무리되는 국정조사 특위는 이날 2차 공청회를 마친 후 결과보고서 채택이라는 마지막 단계를 남겨두고 있다. 특위는 지난 공청회, 청문회, 전문가 간담회 등 각 과정에서 취합한 참사의 진상과 책임의 내용을 결과보고서에 정리해 기록할 계획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책임 소재를 두고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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