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 의심하는 KBS에 "그랬으면 여기까지 안왔다"…허위제보가 오보 만들었다

KBS의 2020년 ‘채널A 사건 오보’와 관련해, 신성식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지속적으로 KBS에 거짓 정보를 전한 정황이 12일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은 “전 채널A 기자 이동재씨가 지난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검사장을 만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한 KBS의 2020년 7월 18일 보도가 오보라고 판단하고, 지난 5일 신 검사장과 KBS 기자 A씨를 불구속기소 했다.

지난 2020년 10월 22일 신성식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남부지검의 공소사실에 대한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0년 6월 30일 오후 당시 중앙지검 3차장 검사였던 신 검사장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KBS 기자 B씨를 만나 “조선일보가 한동훈이 ‘(유시민에) 관심 없다. 연관성도 모른다’고 말한 앞부분만 보도했지만, 이는 극 초반부”라고 말하며 “이동재와 한동훈 사이의 녹취록을 보면 한동훈이 ‘한번 취재해봐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신 검사장이 언급한 건 지난 2020년 2월 부산고검에서 녹음된 ‘이동재‧한동훈 녹취록’으로, 사건 수사팀이 확보한 이 녹취록의 내용을 자신은 전부 알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실제로 신 검사장은 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수사팀으로부터 채널A 사건 관련 일부 보고를 받고 있었다. 당시 한 장관은 부산고검의 차장검사였다.

그는 이어 “이는 강요미수 공범일 가능성 높은 것”이라며 “보도시점을 3말4초(3월 말에서 4월 초)로 조율한 대목도 있다”고 말했다. 신 검사장은 이에 대해 “왜 (보도 시점을) 조율하겠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너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취재원에게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제보하라'고 강요하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해 8월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후에도 KBS 취재팀은 사실 확인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취재를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보도가 늦어지자 신 검사장은 2020년 7월17일 이 전 기자의 구속을 기점으로 재차 KBS 취재팀을 채근했다.

신 검사장은 KBS의 C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전 기자에 대한 영장이) 발부됐잖아. 내가 말했잖아. 다른 것도 많다”고 말했다. C기자가 “선거법 위반까지 갈 수 있나”고 묻자 “거기까지는 쉽지 않지만, 공모해서 짠 거는 맞다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신 검사장은 다른 기자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줬는데 믿지 않았다며 “계속 ‘에이 설마’ 했고, 다른 기자들도 그랬다”고 했다.

이튿날인 7월 18일, “한동훈 검사장이 이동재 기자한테 ‘열심히 해보라’고 한 정도가 아니냐”는 C기자의 거듭된 질문에도 신 검사장은 “그랬으면 여기까지 가지도 않았다”며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리고, 현 정부는 레임덕이 오고. 이 구도를 짜고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 댓글 사건도 선거 등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그랬다는 것이 핵심이듯 이번 사건도 그와 같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신 검사장의 수차례 증언에 KBS는 2020년 7월 18일 “전 채널A 기자 이동재씨가 지난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검사장을 만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후 공개된 녹취록에는 관련 내용이 등장하지 않았다. KBS는 보도 이튿날인 2020년 7월 19일 “기사 일부에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된 점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한편 신 검사장은 지난 5일 검찰이 자신을 기소하자 “사실관계나 법리적으로나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고소인이 한 장관으로, 검찰권이 사적으로 남용된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며 “재판을 통해 무고함이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 확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