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하기 이상한 모양새 됐다"…잠행 들어간 나경원, 지방행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촉각이 쏠린 나경원 전 의원이 12일 모든 공개 일정을 취소하고 잠행했다.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서울을 떠나 지방에 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초 세종시당·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 예정이었지만 축사 영상으로 대신했다. 영상에선 “우리 다시 한 번 힘을 뭉쳐서 윤석열 정부가 성공할 수 있게 하고 총선에서 승리하자”고 했다.
나 전 의원의 이런 행보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사의 표명을 사실상 반려한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일 문자 메시지와 유선 전화로 사의 표시를 한 나 전 의원을 향해 전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나 전 의원에 대한 윤 대통령의 애정이 여전히 크다”며 “사의를 받아들일 마음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중앙일보 12일자 8면 참조〉
일각에선 나 전 의원의 잠행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14일 다보스포럼 참석을 위해 출국한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국내 정치로 여론의 관심을 쏠리게 하는 행보를 여권에선 통상 꺼린다. 윤 대통령은 21일 설 연휴 시작 날 귀국한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출마 여부에 대해 “설 전에 입장 표명을 하겠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 측 인사는 “당장 출마하기 이상한 모양새가 됐다”며 “일단 나 전 의원은 한동안 주변 조언을 들으면서 여론 추이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에 당권 주자의 경쟁은 가열되고 있다.
‘윤심(尹心)’을 앞세운 김기현 의원은 전날 저녁 부산에서 박형준 부산시장과 김두겸 울산시장, 장제원·김정재·박수영·배현진 의원 등 친윤계 의원 20여명과 만찬한 데 이어 이날은 대구 영남지방자치연구원 개원식에 방문했다. 이어 경북 경산의 윤두현 의원 의정보고회에 참석한 뒤 상경해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 참석했다.
15일엔 오세훈 서울시장과 막걸리 회동을 갖는다. 안철수·윤상현 의원이 밀고 있는 ‘수도권 연대’에 맞서 김 의원과 오 시장의 ‘김오 연대’로 맞서겠다는 게 김 의원 측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김태흠 충남지사, 이장우 대전시장, 박완수 경남지사 등 국민의힘 출신 시·도지사와의 회동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김장 연대’를 통해 김 의원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장제원 의원은 당분간 공식석상에 나서지 않을 계획이다. 장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에 대한 지지율을 15%까지 끌어올린 것까지가 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종시당·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충청권 당심 확보에 나선 ‘수도권 연대’ 안철수 의원과 윤상현 의원은 김기현 의원에 대한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안 의원은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김 의원의 여론조사에 대해 “ARS(자동응답) 조사는 전당대회에서 영향 별로 없을 것”이라며 “면접원 여론조사를 봐야 하는데 거기선 꾸준히 내가 앞선다”고 반박했다. 또 김 의원이 이날 대구에서 ‘당원투표 100%’ 경선규칙을 “한국 축구팀의 감독을 뽑는데 일본 국민의 의견을 30%로 반영하라는 게 가능한 일이냐”고 빗댄 데 대해 “그렇게 윤심을 팔더니 정작 (한·일 관계를 되돌리려는) 중요한 윤석열 대통령의 뜻은 읽지 못하는 듯하다”며 “이야말로 대통령과 따로 노는 당권 주자의 모습”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김 의원의 주장은 민주당의 ‘토착 왜구’ 세계관과 다르지 않다”며 “지지층을 욕보이는 것이야말로 총선 필패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 의원과 장 의원이 행사장에서 함께 찍힌 사진을 올리며 “김장 연대? 누가 ‘배추’이고 누가 ‘양념’입니까”라고 적었다. 후보인 김 의원 대신 친윤계 핵심인 장 의원이 부각되는 상황을 비꼰 것이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세종시당 신년인사회에선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의힘의 DNA를 바꿔야 한다”며 “뺄셈 정치를 지양하고 덧셈 정치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영·김준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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