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바다 된 국조특위…“독립투사처럼 이렇게 해야됩니까”

이가현,손재호,김승연 2023. 1. 1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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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2차 공청회에서 진술인(유가족 및 생존자)들이 눈물을 닦고 있다. 이한결 기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공청회가 국회에서 열린 12일 유가족과 참사 생존자들이 관계 당국의 부실한 대응과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참사 생존자들이 직접 나서서 참사 당시의 상황, 그리고 그 이후 겪고 있는 트라우마에 대해 진술할 때에는 특위 소속 의원들과 유가족, 참사 생존자들이 모두 눈물을 흘리는 등 회의장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러다 수사기관과 구조 당국의 대처에 분노하는 목소리와 통곡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12일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2차 공청회에서 책상에 얼굴을 묻고 오열하고 있는 배우 이지한씨 어머니 조미은씨를 참사 생존자 조경선씨가 위로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국조특위는 이날 오후 희생자 유족들과 생존자, 상인,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 서울시, 용산구, 경찰청 및 소방청 관계자를 상대로 2차 공청회를 열었다.

유가족과 참사 생존자의 진술로 공청회는 시작됐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2차 공청회에서 유가족 최선미씨가 진술하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먼저 진술에 나선 김초롱씨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예전에 비해 특별히 우려할 정도의 인파는 아니었고 경찰 병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저는 이 말을 (희생자들이) 놀러갔다 죽은 사람들이라고 받아들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울먹이며 진술을 이어간 김씨는 이 대목에서 발언을 잠시 멈췄다.

김씨는 김씨는 “몇 주 전 고등학교 생존자가 스스로 세상에 작별을 고했을 때 저는 스스로 잡고 있던 끈을 놓칠 뻔했다”며 “그런 결정을 했을 그 마음을 너무 알 것 같아 슬펐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상담) 선생님을 찾아 약의 용량을 늘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그때 국무총리가 했던 발언이 생각난다. (한 총리의) ‘스스로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말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다”며 “참사와 같은 재난을 겪은 사람에게 개인적인 극복도 중요하지만, 진상규명만큼 큰 치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2차 공청회에서 유가족 김호경씨의 진술을 듣고 우상호 특위위원장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한결 기자


익명을 요구한 생존자는 “이태원 참사로 예비 신부를 잃었다. 이태원 도착 후 15분 만에 참사를 당했다”며 “초기에 왜 소수 (구조)인원만 출동했는지 의문이다. 처음부터 많은 인력이 투입됐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희생자를 잃었다는 슬픔에 대해 공감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버텨낼 수 있었다. 이런 공감이 없었더라면 저는 159번째 희생자와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며 “유가족들이 서로를 만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런 모임은 만들어주지 않았다. 이것 또한 2차 가해”라고 말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2차 공청회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왼쪽)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한결 기자


참사로 오빠를 잃은 조경선 씨는 “엄마가 오열하며 오빠의 시신을 만지려고 했지만, 경찰이 손대지 말라고 했다. 우리 가족은 한 번도 오빠를 만져보지 못했다. 그게 오빠의 몸을 살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며 눈물을 흘렸다.

조씨는 안치실에서 오빠의 시신을 발견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가족 모두 오빠의 몸을 만질 수 없었다며 “오빠의 몸을 살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는데 그 기회마저 빼앗겼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어이없는 떠넘기기 상황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고 오빠는 지금까지도 방치되고 있다는 생각만 든다”며 “행적을 좇던 시간 동안 대한민국 경찰의 행정 처리, 부실 수사, 수사 방치에 정말 진절머리가 나고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배우 고(故)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는 “대통령께 묻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입양한 반려견) 새롬이도 보는 당신을, 접견 신청한 저희는 왜 못 보나”라며 “유가족도 국민이고 이 참사의 당사자”라고 비판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2차 공청회에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한결 기자


조씨는 “우리가 독립투사처럼 이렇게 해야 하는 거냐”며 “나라가 해주면 되는데”라며 통곡했다.

이어 “유가족들이 적인가요”라고 물으며 “여야를 떠나 진심으로 같은 부모로서 조금이라도 돕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왜 현장 상황을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는지, 왜 부모가 시신 옆에 있음에도 실종신고를 먼저 하라 했는지, 왜 애플워치에 10월 30일 새벽까지도 맥박이 표시돼 있던 아이가 주검으로 나타났는지 물어봐 달라”고 했다.

유가족 최선미씨는 이상민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정무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를 명령한다”고 강조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2차 공청회에서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한결 기자


참사로 아들을 잃은 김호경씨는 “아들은 키가 엄마보다 커진 뒤 자기가 엄마를 지켜 준다고 했다”며 “지금 그곳에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할 거 같아 엄마에게 미안해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울먹였다.

이를 듣던 민주당 소속 우상호 특위 위원장은 휴지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가현 손재호 김승연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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