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공개 협의하고, 미국 대놓고 반대… 망 사용료 ‘시계’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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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가에서 '망 사용료'가 뜨거워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선제적으로 망 사용료 법안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와 달리 EU는 망 사용료 부과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국회에 이른바 '망 사용료 법안'이 상정됐지만, 이동통신사와 콘텐츠 업계의 이견으로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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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가에서 ‘망 사용료’가 뜨거워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선제적으로 망 사용료 법안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반면 미국은 국무부까지 나서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에서는 ‘이동통신 산업 보호’ ‘콘텐츠 제작자 보호’라는 2가지 가치가 맞부딪히는 중이다. 명확한 궤도를 형성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은 지난 9~11일 방한 일정 중 구글코리아, 넷플릭스 한국법인 관계자들을 만나 시장 상황과 성장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12일 밝혔다. 그는 “망 중립성은 콘텐츠를 원할 때, 원하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게 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을 내용·유형·기기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망 사용료를 부과하면 트래픽 제한, 전송 속도 차등 등으로 차별이 생길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의 이동통신사들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해외 콘텐츠 사업자에 망 사용료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페르난데스 차관이 ‘망 중립성’ 원칙을 들이밀며 자국 기업 보호에 나선 것이다.
이와 달리 EU는 망 사용료 부과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빅테크, 통신사에 인프라 투자 현황과 향후 계획, 클라우드 인프라로의 전환 계획 등을 질의할 예정이다. 집행위는 글로벌 빅테크가 망 투자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한 ‘연결 인프라 법안’을 만들고 있다. 도이치텔레콤, 오렌지, 텔레포니카 같은 유럽의 대형 통신사들은 “6대 CP(구글, 넷플릭스, 메타 등)가 인터넷 전체 트래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투자비용에 공정하게 기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국회에 이른바 ‘망 사용료 법안’이 상정됐지만, 이동통신사와 콘텐츠 업계의 이견으로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9일(현지시간) 망 사용료 등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를 방문하면서 ‘입법 시계’가 다시 돌아간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다음 달에 열리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도 망 중립성이 주요 의제로 자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MWC의 개막일에 ‘공정한 미래에 대한 비전’이 첫 기조연설 주제로 잡혔다. 망을 많이 쓰면 돈을 더 내는 것이 공정하다는 내용일 전망이다. MWC 주최 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이사회는 지난해 2월 열린 MWC에서 ‘빅테크가 인프라 투자 비용에 기여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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