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제3자 변제’ 공식화…피해자들 “매국노” 반발

김영선,신용일 2023. 1. 1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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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공개토론회서 “日 대신 재단이 변제”
“日 사죄 계승이 중요”…직접 사과 어려울 듯
피해자 측 “매국노” “친일파” 맹비난…난항 예고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전범기업이 아닌 제3자로부터 판결금을 대신 변제받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겠다는 뜻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정부가 제시한 해결안의 핵심은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이 제3자인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지원재단(이하 지원재단)의 재원으로 판결금을 대신 변제받는 방식이다.

그러나 일본 전범기업들이 배상에 참여하지 않고, 일본의 사죄가 담보되지 않았다는 점에 피해자 측이 강하게 반발해 향후 난항이 예상된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12일 외교부와 정진석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강제징용 해법 논의 공개토론회 발제를 통해 그동안의 검토 경과를 공개했다.

서 국장은 “채권 채무 이행의 관점에서 판결금은 법정채권으로 피고인 일본 기업 대신 제3자가 변제 가능하다는 점이 (민관협의회에서) 검토됐다”고 말했다.

서 국장은 이어 “검토를 거듭할수록 핵심은 어떤 법리를 택하느냐보다 피해자들이 제3자를 통해서 우선 판결금을 받으셔도 된다는 점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 국장은 그러면서 “정부로서는 반드시 원고인 피해자 및 유가족분들을 직접 찾아뵙고 수령 의사를 묻고 충실히 설명드리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채권자인 피해자의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 등 법리 검토는 계속될 예정이다.

제3자 변제로 할 경우 지원재단이 바람직한 주체로서 의견이 수렴됐다고 서 국장은 전했다.

심규선 지원재단 이사장은 “지원재단이 재판 승소 피해자 15명 문제에 관여하는 기관이 될 경우 우선은 청구권 자금 수혜 기업의 기금을 받아 써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구권 수혜 기업 중 하나인 포스코는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30억원씩 모두 60억원을 지원재단에 출연했다.

서 국장은 일본의 사죄와 관련해 “일본이 이미 표명한 통절한 사죄와 반성을 성실히 유지 계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 기업의 직접적인 사과보다는 과거 일본 정부가 밝혀왔던 과거사 문제에 대한 반성 입장 정도로 매듭지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강제징용 피해자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피해자 측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본질을 호도하는 왜곡된 프레임”이라며 “일본 측의 사과는 사실 인정·유감 표시가 아니라 일본 측 (기존) 담화를 확인하는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변호사는 이어 “정부안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더 거쳐야 한다”면서 “피해자 측이 반대하는 안을 굳이 신속하게 밀어붙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대외협력실장은 “한국이 먼저 (기금에) 출연하고 일본의 호응을 기대하겠다는 것은 안타깝게도 일본 책임 면책해 주는 것 아닌지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많은 청중이 찾은 이번 토론회는 아슬아슬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박홍규 고려대 교수가 “일본의 사죄와 기금 참여 같은 것에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자 항의가 빗발쳤다.

방청석에서는 “매국노” “친일파” 등 고성이 터져 나왔고, 마이크를 잡은 한 시민단체 대표는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들이 모여 있는 토론회 같다”고 비난했다.

좌장을 맡은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더는 정상적인 진행이 어렵다”며 서둘러 마무리했다. 감정이 더욱 격해진 일부 청중들은 단상 위로 올라가 몸싸움까지 벌이려고 하다가 제지당했다.

피해자 측 임 변호사는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요식 행위라고밖에 평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설 연휴 직후 국민적 공론화 과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피해자 의견을 수렴하고 경청할 것”이라며 “토론회 결과를 갖고 일본 측과 협의를 가속화하며 조속히 최종안을 마련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영선 신용일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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