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리서치에 불어닥친 ‘30대’ 열풍···증시 위기에 빛난 ‘올드스쿨’ 파워
패기와 관록의 조화. 2022년 여의도 증권가를 상징하는 말이다. 요동치는 증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젊은 패기를 앞세운 30대 애널리스트들 약진이 빛을 발했다. 동시에 과거 여의도 증권가에서 활약했던 ‘베테랑’의 저력도 만만찮았다. 30대와 40대 애널리스트들이 저마다의 무기를 갖고 좋은 활약을 펼쳤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53)가 순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7위에서 6위로 그리고 4위로 매년 차근차근 순위를 높여왔던 그다. 마침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송 애널리스트는 ‘다각적인 분석’을 선호한다. 반도체 종목 특성상 업황만으로는 제대로 된 주가 파악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경기선행지표를 비롯한 다양한 자료를 검토, 반도체 종목들의 주가 향방을 예측한다.
“반도체 산업은 특성상 사이클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승과 하락 주기에 익숙해지다 보면 시장이 주는 신호를 놓치고 말지요. 업황 전환을 알려주는 새로운 신호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송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종합 반도체 회사들의 설비 투자액을 집중해서 보라고 권한다.
“반도체 업체의 설비 투자액은 소재·부품·장비 업체의 매출로 이어집니다. 반도체 업체의 매출과 설비 투자액을 분석하며 추세를 살펴볼 것을 권합니다. 반도체 기업의 지표를 살핀 이후 소재·부품·장비 회사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게 좋습니다.”
엔터테인먼트 레저 | 2위 이혜인 유안타증권
엔터테인먼트 종목은 주가 특성상 변동성이 크다. 때문에 빠른 데이터 업데이트가 가장 중요하다. 시시각각 데이터를 모아 이슈에 대응해야 해서다. 이혜인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28)는 2019년 데뷔 이후 ‘엔터: Monthly’ 자료를 발간하면서 데이터를 꾸준히 업데이트했다. 매월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했다. 지난해 12월 발간한 연간 전망 보고서 ‘2023년 엔터: 세대교체, 새로운 성장의 시작’은 그 노력의 산물이다. 추천 종목들의 주가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며 투자자들로부터 호평받았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경우, 소비집단(팬덤)의 유입과 유지 역량이 가장 중요합니다. 개별 IP에 대한 분석도 필수입니다. 수시로 들여다볼 정량적 지표가 매우 많은 업종입니다. 데이터를 꾸준히 모아야 장기적인 주가 전망도 가능합니다. 새해 추천 종목은 JYP, 목표주가는 8만4000원입니다.”
은행 | 2위 강승건 KB증권
강승건 KB증권 애널리스트(48)는 애널리스트 경력 18년의 ‘베테랑’이다. 노련한 분석 능력으로 증권·보험 분야 1위, 은행 분야 2위에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강 애널리스트의 주특기는 ‘금융지주’ 분석이다. 은행보다는 금융지주사 전체 실적을 들여다보려 한다.
“금융지주는 은행이 이익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바뀌고 있습니다. 비은행 자회사의 이익 기여도가 20~50%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입니다. 증권과 보험 업종을 오랜 시간 분석해온 경험이 저의 강점입니다. 비은행 자회사의 이익·성장 분석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금융지주의 정확한 실적 분석이 가능합니다.”
강 애널리스트가 새해 추천하는 종목은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은 2023년 이익 증가율이 경쟁사 대비 높습니다. 타 시중 은행 금융지주 대비 주가가 상당히 낮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주목해볼 만한 종목입니다. 목표주가는 5만원입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32)는 지난해 ‘카카오페이’ 종목을 분석한 ‘카카오페이: 부진한 업황보다는 우수한 경쟁력에 관심 필요’라는 보고서로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당시 카카오페이는 국내 주식 시장에 상장된 유일한 금융 플랫폼이었다. 전통 금융 업체를 분석하는 기존의 잣대로는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하기 힘들었다. 이때 임 애널리스트는 ‘Value per MAU’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 카카오페이의 적정 기업가치를 도출해냈다. 앱 사용자 수를 기초로 지표를 내놓은 것. 색다른 접근법으로 가치를 제시한 보고서에 투자자들은 좋은 평가를 내렸다.
“새로운 투자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늘 노력합니다. 그 결과 카카오페이 등 새로운 종목의 적정 주가도 제대로 낼 수 있었습니다.”
에너지 | 2위 문경원 메리츠증권
2021년 에너지 분야 3위를 차지했던 문경원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30)가 이번 평가에서 순위를 한 계단 올렸다. 문 애널리스트는 정확한 예측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의 분석력을 잘 보여주는 예가 2021년 7월 발간한 ‘나아질 결심’ 보고서다. 그는 요금 인상과 원자재 가격 안정화를 근거로 한국전력을 투자 종목으로 추천했다. 당시 투자자 반응은 뜨겁지 않았다. 이후 연말로 갈수록 그의 전망이 맞아떨어지면서 시장의 관심이 쏟아졌다. 문 애널리스트가 추천하는 새해 종목은 한국전력이다. 목표주가는 2만8000원이다.
“중요한 이벤트에 대해 최대한 적시성 있는 코멘트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업을 분석할 때 기초 자료는 물론이고, 거시적 환경과 잘 들어맞는 종목인지도 중요합니다.”
제약·바이오·헬스케어 | 3위 박재경 하나증권
박재경 하나증권 애널리스트(33)는 ‘전공’을 제대로 살린 사례다. 숙명여대 약학과를 졸업, 삼진제약에서 근무하다 여의도 금융가로 뛰어들었다. 본래 전공을 살려 심도 있는 분석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 애널리스트는 기업을 분석할 때 확실한 기준을 세운다. 바로 ‘구조적인 성장’이다. 일회성 호재로 인해 실적이 급증한 기업은 선호하지 않는다. 실적보다는 R&D 비용, 연구개발 인력 현황, 프로젝트에 대한 집중 정도를 고려한다.
“실적이 좋다고 무조건 그 기업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구조적인 성장이 가능한지를 내다봅니다. 일회성 수혜 외에 별다른 성장동력이 없다면, 장기적으로 투자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박 애널리스트가 2023년 주목하는 종목은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의 주특기인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성장세가 가팔라서다. 미국 매출액만 177억달러에 달하는 ‘휴미라’의 특허가 2023년 만료된다. 해당 시장을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차지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36)는 지난해 10월 ‘난세는 영웅을 만든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2023년 도·소매 유통 채널의 전망을 다룬 보고서였다. 더딘 경기 회복과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주목해야 할 유통 관련 주식을 체계적으로 설명해 호평받았다. 이후 보고서에 언급된 기업들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투자자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유통 기업은 실적뿐 아니라 소비 트렌드, 경제 상황 변화에도 집중하려 합니다. 새해 주목할 만한 주식은 호텔신라와 BGF리테일 그리고 GS리테일입니다. 목표주가는 각각 11만원, 26만원, 3만5000원입니다.”
3위 유정현 대신증권
유정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49)는 여의도에서 잔뼈가 굵은 애널리스트다. 2006~2008년에는 소비재 섹터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 1위까지 차지한 적도 있다. 2011년 출산과 육아를 위해 잠시 업계를 떠났고 2015년 다시 복귀했다. 긴 공백기에도 쌓아온 내공은 사라지지 않았다. 섬유·의복 분야에서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유통·홈쇼핑 종목에서도 3위에 이름을 다시 올렸다. 유 애널리스트가 새해 최선호주로 뽑은 종목은 ‘호텔신라’다.
“2023년 상반기는 경제 상황 때문에 소비 진작이 어려워지는 시기입니다. 그러나 3년간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억눌렸던 해외 관광객들의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호텔신라를 최선호주로 제시합니다. 목표주가는 11만5000원입니다.”
음식료·담배 | 3위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38)는 지난해 11월 내놓은 보고서 ‘변수의 변화’로 시장 관심을 끌었다. 2022년과 2023년의 음식료 업종 영업 실적을 좌우하는 대외 변수들을 체계적으로 분석, 좋은 평가를 받았다. 투자자로부터 중장기적인 분석에 큰 도움이 됐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시간과 노력이 가장 많이 들어간 보고서였습니다. 실적을 좌지우지하는 변수들의 변화에 대한 고민을 보고서에 잘 녹여냈다고 자부합니다.”
이 애널리스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기초’다.
“단기 실적만으로 기업을 가볍게 판단하지 않습니다. 기업의 기초에 근거한 중장기 방향성에 대해 신중히 고민합니다. 새해 추천 종목은 오리온입니다. 목표주가는 16만원입니다.”
생활소비재 | 3위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37)가 생활·소비재 종목 3위를 차지했다. 신한투자증권에 둥지를 튼 지 1년 만에 얻은 쾌거다. 다른 주력 업종인 섬유·의복 종목에서도 4위를 기록하며, 저력을 증명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대표 보고서로 신한투자증권 이직 후 낸 ‘첫 보고서’를 꼽았다.
“현재 회사로 이직 후 화장품 산업의 업황 반전 가능성을 언급한 첫 보고서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현재 화장품 업종이 기대감 때문에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입니다. 2023년 구조조정 효과가 발생하면, 기대감을 충족할 만한 실적이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건설·부동산 | 3위 박세라 신영증권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오일머니에 대한 관심도가 커지던 2022년 6월, 박세라 신영증권 애널리스트(34)는 ‘오일머니는 웃고 있지’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변수가 많고 불확실성이 높던 시장에서 ‘확실한 수혜주’를 언급해 관심을 모았다. 특히 그동안 분석이 잘 안 됐던 해외 수주 심층 분석 자료를 제공해 투자자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장기적인 호흡으로 산업을 바라봅니다. 다각적인 측면을 고려, 회사의 실적이 왜 오를까에 대해서 ‘맥락’을 짚어주는 게 저의 장기입니다.”
박 애널리스트가 새해 추천하는 종목은 ‘삼성엔지니어링’이다.
“해외 주요 에너지 관련 투자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시장이 성장기에 진입했습니다. 관련해서 삼성엔지니어링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목표주가는 3만8000원입니다.”
조선·기계 | 3위 한영수 삼성증권
한영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43)가 마침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매년 4~5위의 성적을 받으며 아쉬움을 삼켰던 그다. 오랜 기간 노력하며 얻은 성과지만 한 애널리스트는 ‘동료들 덕분’이라며 영광을 돌렸다.
“팀 내에 훌륭한 동료들과 자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저의 강점입니다. 산업재는 특성상 자신이 담당하는 종목만 보면 큰 그림을 보기 어렵습니다. 원자재·해운 등 다른 산업을 보는 팀 애널리스트들과 의견을 활발히 교환하며 조선업을 보는 ‘인사이트’를 키웠습니다.”
한 애널리스트가 2023년 꼽은 최선호 주는 ‘현대미포조선’이다.
“현대미포조선의 주력 선종인 석유 제품 운반선 시장의 시황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강력한 재무 상태도 매력적인 주식입니다. 목표주가는 14만원을 제시합니다.”
신흥국 투자 전략 | 2위 최설화 메리츠증권
최설화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39)는 중국 국적 애널리스트답게 중국 경제 현상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봉쇄된 중국을 분석하며 현지 네트워크와 지인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왔다. 꾸준히 모은 데이터를 발판삼아 2022년 10월, ‘2022 중국 탐방기: 격리 안의 세상’이라는 3년 만의 첫 중국 탐방 보고서를 발간했다. 현지에서 직접 보고 들은 중국 경제 현황을 상세히 다뤄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중국은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다른 국가 대비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보도되는 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단, 다양한 숫자에 기반한 타당성 검토와 현지와의 사실관계 확인에 더욱 집중하는 편입니다.”
시황(마켓) | 3위 한지영 키움증권
2020년과 2021년 연속 4위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켰던 한지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40)가 마침내 순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키움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지 1년 만에 이룬 쾌거다. 한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장점을 ‘꾸준함’이라고 강조한다.
“시황 애널리스트는 시시각각 변하는 주가를 계속해서 들여다봐야 합니다. 국내 주식 시장은 물론 글로벌 주식 시장 이슈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분석했습니다.”
그의 꾸준함이 빛을 발한 보고서가 2023년 연간 전망을 분석한 ‘동트기 전에 가장 어둡다’다.
“시장을 계속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2023년에 발생할 만한 다양한 불확실성 이슈를 체계화했습니다. 이슈별 맞춤 대응 전략을 함께 제시하면서 고객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계량 분석(퀀트) | 2위 김경훈 다올투자증권
계량 분석(퀀트) 2위를 차지한 김경훈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39)의 강점은 데이터에 입각한 정확한 분석과 냉철한 상향식 전략 수립 능력이다. 지난해 7월, ‘간과해서는 안 될 이번 장단기 금리차 역전 현상’ 보고서는 그의 강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이다. 2023년 발생할 수 있는 경착륙·시스템 리스크를 정확하게 예측했다. 이어 대응 전략까지 과감하게 제시,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 애널리스트는 2023년 연말까지 가치 상승이 가능한 유일한 자산으로 ‘달러’를 꼽았다. 2024년 이후에는 글로벌 저성장 늪에서 ‘금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SG | 3위 임지우 한국투자증권
임지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29)는 ESG 종목에서 ‘핫’한 루키다. ESG 분석을 시작한 지 불과 1년여 만에 순위를 3위까지 끌어올렸다.
임 애널리스트가 중점적으로 보는 사안은 ‘정치적 이해관계’다. 국내외 국가들의 정책이 ESG 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ESG 투자가 빛을 발하려면 결국 기업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줘야 합니다. 국내외 국가들의 정책에 따라 ESG가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척도가 달라집니다. 사회 분위기, ESG에 영향을 주는 정책 도입 등 이슈를 꾸준히 살펴보는 이유입니다.”
임 애널리스트는 새해에는 ESG 항목 중 ‘지배구조(Governance)’를 주목하라고 권한다.
“2023년에는 배당 제도 개편,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등이 예고돼 있습니다. 국내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불투명한 지배구조 때문에 발생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31)는 예측보다는 ‘대응’에 중점을 둔다. 이 애널리스트는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에서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예측은 불가능한 영역이고, 예측이 맞다 하더라도, 99% 운이 따른 것으로 봅니다. 불확실한 예측보다는 철저한 대응을 지향합니다. 정확하게 시장을 진단한 뒤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이 애널리스트는 2023년 미국 ‘안보 기술’에 투자하는 ETF를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경기가 어려운 만큼 소비자가 아닌 ‘정부 수요’가 높은 기업에 주목하라는 이야기다. 실질 소비가 줄어들면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상품의 판매량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 수요는 경기 변동과 관계없이 굳건하다.
“미국에서 R&D 예산이 급증하고 있는 ‘안보 기술 산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양자정보과학, 생명공학, 인공지능, 무선통신 등에 투자할 수 있는 ETF 상품을 유망 종목으로 봅니다.”
채권 | 2위 김상훈 하나증권
김상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37)는 데이터 수집과 가공, 과거 주기를 공부하는 데 집중한다. 많은 사람이 전무후무한 이벤트라고 할 때, 과거 유사한 주기를 찾아 패턴을 분석하고 데이터 간 시차와 상관성을 분석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김 애널리스트는 채권과 금리를 전망할 때 통화정책회의가 주는 시사점 파악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연준 의장의 모두발언과 기자회견을 보면서 어떤 질문과 답변에 시장이 반응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시장의 관심 파악과 스토리텔링에 도움이 됩니다. 증시와 달러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지켜보면 채권 가격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데 좋은 척도로 활용 가능합니다.”
크레디트 | 2위 김상만 하나증권
업무의 취미화. 김상만 하나증권 애널리스트(56)가 뽑은 자신의 장점이다. 채권 시장과 금융 시장 동향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11월, 발간한 2023년 크레디트 채권 시장 전망 ‘좋은 친구들’은 역량이 잘 드러난 사례다. 해당 보고서에서 2022년 연내 신용 경색이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담았다. 당시 시장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이내 신용 경색 진정 예상이 적중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업무의 취미화가 일궈낸 결실이다.
“기업을 평가할 때는 신용 분석 관점에서 기업의 업력을 중시합니다. 오래 살아남은 기업일수록 부도 확률이 낮기 때문입니다. 2023년 유망 채권 관점에서 투자할 만한 곳은 필수소비재 기업입니다.”
투자 전략 종목의 강자 이재만 하나증권 애널리스트(48)가 자산 배분 종목에서 저력을 증명했다. 지난해 4위에서 올해 2위로 단숨에 2계단 뛰어오르며 상위권에 진입했다. 이 애널리스트의 강점은 ‘확실한 결론’이다. 지수의 상승과 하락보다는 정확히 어떤 시점에 무엇을 살 것인가로 결론을 낸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접근해서, 살 수 있는 자산이나 종목군을 압축합니다. 투자자들에게 무엇을 살 것인지 알려주는 보고서가 저만의 강점입니다.”
3위 박소연 신영증권
박소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46)는 본래 시황 종목에서 명성이 높은 분석가다. 2011년과 2013년 그리고 2014년 시황 종목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시황 종목에서 오랫동안 명성을 쌓아 박 애널리스트가 ‘자산 배분’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지난해 8위에서 5계단을 한 번에 끌어 올렸다.
박 애널리스트의 장기는 ‘독특한 접근법’이다.
“접근 방법이 독특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습니다. 똑같은 변수를 보더라도 인문사회학적 맥락에서 해석해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자산 시장에 큰 변화가 올 때마다, 독특한 분석법 덕분에 호평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3위 김상훈 KB증권
김상훈 KB증권 애널리스트(49)는 여의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1999년 현대증권 입사 이후 채권 등의 분야에서 꾸준히 활약해왔다. 관록을 내세운 그가 2022년 자산 배분 종목에서 3위 자리를 차지했다.
“자산 배분의 근간인 채권 분야에서 오랫동안 애널리스트로 활약하며 얻은 통찰력이 저의 강점입니다.”
그의 강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보고서가 지난해 9월 발표한 ‘KB CoreView-환율로 나타나는 의구심’이다. 당시 단기적으로 원화 채권이 약세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때 그는 과감하게 자산 배분 선호도에서 채권을 최우선으로 제시했다. 이후 국내 금리와 환율이 다시 고점 시장을 형성하며 보고서는 주목받았다. 김 애널리스트는 2023년 자산군별 선호도를 채권·주식·대체 투자 순으로 제시했다.
식음료·담배 이어 유통·홈쇼핑까지 단숨에 ‘점프’
두 섹터에서 뛰어난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가 지난해 11월 발간한 ‘음식료·유통 전망: 가성비 시대’ 보고서가 자리 잡는다. 각종 음식료 제품과 유통 채널의 주가 전망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시장에서 화제를 모았다. 소비 경기 둔화 국면에서의 유통 업종 내 종목 선택 기준과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유통 분야에만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경제지표와 사회 현상을 연관시켜 분석해, 기존 보고서와는 다른 차별점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박 애널리스트는 유통 종목에서는 ‘신세계’를 최선호주로 꼽았다.
“기업을 분석할 때 유통 업태의 협상력 변화를 중요하게 보는 편입니다. 소비자와 판매자가 찾을 수밖에 없는 채널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2023년 추천 종목으로는 신세계, 목표주가는 33만원입니다.”
음식료·담배 종목에서는 식품 제조 업체 ‘농심’을 주목하라고 권한다.
“음식료 기업의 성장 주기는 긴 호흡에서 봐야 할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회사가 브랜드 가치와 시장점유율 상승에 오랜 기간 투자한 성과가 있는지 중요하게 보는 편입니다. 2023년 추천 종목으로는 농심, 목표주가는 45만원입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2호 (2022.01.11~2023.01.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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