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news is bad news”···이 말이 반대로 될 때가 와야
실적이 안 좋아도 금리가 내리면 주가가 오르는 금융 장세부터 금리가 더 이상 내리지 않아도 실적이 좋아진 덕분에 주가가 오르는 실적 장세를 지나 역금융 장세와 역실적 장세라는 하락기를 맞게 된다는 이론이다. 역실적 장세, 즉 기업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경기가 침체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돈을 풀어 금리를 내리면 다시 주가가 오르는 금융 장세로 이어진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의 동반 하락은 대체로 역금융 장세에 속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위해 엄청난 유동성을 풀었고, 덕분에 경제위기 없이 잘 극복됐지만 되레 물가 급등 등 경기 과열 국면이 전개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금융 긴축에 착수하며 기준금리를 올렸고, 이때부터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Good news is bad news.’
지난해 1년간 언론과 분석가들이 주로 사용했던 이 표현이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경제 호황을 알려주는 지표가 나오면 주가가 상승해야 정상이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난 1년간은 반대로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기 일쑤였다.
좋은 지표가 나올 때마다 증시는 되레 매물이 쏟아졌고, 이런 현상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12월 23일(현지 시간), 미국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1만6000건으로 전주보다 소폭 상승했다고 발표됐다. 3분기 미국 GDP(국내총생산) 증가율도 3.2%로 전망치 2.9%를 웃돌 것으로 나왔다. 미국 경제가 아주 좋다는 굿 뉴스였지만 미국 주요 지수는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1월 5일에도 미국의 뜨거운 고용 시장 현황을 보여주는 지표가 나왔다. ADP 전미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12월 민간 부문 고용은 직전 달보다 23만5000명 증가했다. 전문가 예상치인 15만3000명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다. 12월 31일로 끝난 한 주간 실업 보험 청구자 수는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주보다 1만9000명 감소한 20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또한 전문가 예상치 22만3000명보다 적은 수치였다.
이날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1% 이상 하락했다. 연준의 긴축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우라가미 구니오의 분석 틀을 대입하면 여전히 역금융 장세에 놓여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시장 내부에 서서히 변화의 조짐은 보인다. 우선 4일 올 한 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임을 시사하는 연준의 매파적 의사록이 공개됐음에도 당일 뉴욕 증시는 상승세를 보였다. 증시가 금리 인상 이슈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흔적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배드 뉴스가 아직 호재가 되는 상황은 아니다. 미국 경기지표들이 나쁘게 나오며 주가가 올라가는 모습이 펼쳐져야 시장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수십 년간 미국 고용 상황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 명목 GDP 성장률도 올해 어떻게 나올지, 그때마다 시장이 어찌 반영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2호 (2022.01.11~2023.01.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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