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가, 불법사찰로 세월호 유족 2차 가해...추가 배상해야"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2심 재판부가 “국가가 유족에게 각 100~500만원의 위자료를 더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유족들이 추가 청구한 국군기무사령부의 불법 사찰 등 국가의 2차 가해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민사4부(이광만 김선아 천지성 부장판사)는 12일 전명선 4·16 민주시민교육원장 등 세월호 참사 유족 228명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 대한민국의 국군기무사령부가 직무와 무관하게 세월호 유가족의 인적 사항과 정치 성향 등을 사찰해 보고함으로써 원고들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그러나 기무사 소속 공무원들이 보수단체에게 세월호 집회에 관한 첩보를 제공했다는 점을 2차 가해로 보진 않았다. 해당 공무원들이 보수단체와 함께 유족들의 명예훼손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정부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설립과 조사를 방해해 유족들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입혔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특조위 조사활동 등을 방해한 행위와 유족들의 정신적 손해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인정한 배상금에 더해 국가가 희생자 친부모에겐 1인당 500만원, 다른 가족에겐 100~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8년 1심은 정부와 청해진해운의 책임을 인정하고 둘이 공동으로 지급할 위자료를 희생자 한 명당 2억원, 배우자 8000만원, 친부모 각 4000만원, 자녀·형제자매·조부모 등에게 각각 500~2000만원 등 총 723억원으로 정한 바 있다.
앞서 세월호 희생자 118명(단원고생 116명·일반인 2명)의 유족 355명은 2015년 9월 국가가 안전 점검 등 관리를 소홀히 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고 참사 발생 후에도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들 가운데 228명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또 항소심에선 기무사의 불법 사찰 등 2차 가해에 대한 위자료도 추가 청구했다.
유족 측은 2심 판결에 대해 “(재판부가) 기무사의 사찰 이외에 국가의 다른 2차 가해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면서도 “국가의 2차 가해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수민·김정연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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