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세운 신년 계획… 3일도 못 가는 이유 [별별심리]

강수연 기자 2023. 1. 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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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심리]
일러스트=박상철 화백
‘매일 운동하기’ ‘매일 일기쓰기’ ‘다이어트’ 등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신년 계획들이다. 그러나 대다수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부지기수. 왜 매년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지키리라 다짐하지만, 매번 잘 지키지 않는 걸까. 지난 계획을 돌아보면 계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내가 한심하기까지 하다. 신년 계획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 과연 내 문제인 걸까? 아니면 의지박약인 걸까?

◇단순 의지 부족 문제는 아냐
신년은 의지가 충만한 시기이다. 따라서 의지력이 부족해서 나타난 문제라고 판단하긴 이르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의지력 부족보단 계획에 접근하는 방법이 잘못된 것”이라며 “대개 신년 계획이 작심삼일로 이어지는 경우는 실천 가능한 목표보다 과도한 계획을 세워서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거대하고 의미 있는 목표를 세우려다 보니 남들이 다 하는 거창한 목표를 따라 계획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 역시 계획 실천에 문제가 된다.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창수 교수는 “깊은 사색과 성찰 없이 유행에 따라 신년 계획을 세우게 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계획 실천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명호 교수는 “작년에 작심삼일로 끝난 계획에 대한 좌절감과 실망감이 들 수 있어 ‘올해는 잘해보자’라는 방어기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거창한 목표를 세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년 계획이 오래 못 가는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익숙함에 있다. 사람 자체가 익숙한 것을 선호해 새로운 계획이 습관으로까지 이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계획 잘 지키는 성향 따로 존재해
하지만 신년 계획을 유독 잘 지키는 사람이 있다. 개인의 성향이 계획 실행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한창수 교수는 “계획을 잘 지키는 사람의 특징은 본인에게 익숙하거나 편안함을 추구하기보단 항상 도전적이고 부지런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 계획을 잘 지킬 가능성이 높다”며 “회복력이 좋고 외상 후 성장이 좋은 사람도 계획을 꾸준히 실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상 후 성장이란 정신적 충격을 수반하는 사건을 겪은 후 정상 상태로 회복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뜻한다.

반면, 계획을 유독 못 지키는 사람도 있다. 임명호 교수는 “무의식적으로 성공을 두려워하거나 계속된 실패를 겪으며 실패를 학습하는 사람이 있다”며 “이러한 경우는 계획 실천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더더욱 지키기 쉬운 단계적 계획을 세워 성공 경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년에 세운 계획, 잘 지키려면…
계획 실천율을 높이기 위해선 먼저 ‘지킬 수 있는’ 신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즉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말이다. 단계적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실천해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그간 아침 외출을 하지 않던 사람이 처음부터 ‘아침에 매일 헬스장 가기’라는 계획을 꾸준히 지키기란 어렵다. 따라서 ‘아침에 눈 뜨자마자 이불 밖으로 나오기’ 등의 간단한 목표를 먼저 세워 성취감을 느끼고 그다음 단계의 계획을 설정하는 게 좋다. ‘자이가르닉 효과’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미완성의 효과’로도 불리는 자이가르닉 효과는 그날 하루 계획을 미완성 목표로 세워 찝찝한 기분을 남기게 함으로써 다음날에도 계획을 실천할 수 있게끔 하는 심리효과를 말한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JTBC '상암동 클라스' 방송에 출연해 "10, 100단위로 끊어지는 단위로 목표를 세우면 목표를 달성한 것처럼 느껴 계획을 꾸준히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며 "줄넘기 96개 하기 등 미완성 목표로 계획을 세워두면 미완성으로 끝냈던 계획이 다음날에도 생각나 실천으로 옮기기 쉽다"고 말했다. 임명호 교수는 “계획을 뜸하게 지키거나 진도가 지지부진한 경우엔 이 방법을 권하지 않는다”며 “특히 번아웃이 온 사람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어 더더욱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번아웃 증후군 환자라면 ‘계획 세우기’에 더 신중해야 한다. 무리한 계획은 연이은 계획 실패로 이어질 수 있고, 자신감을 빼앗아 갈 수 있다. 한창수 교수는 “자칫 번아웃이 왔다고 해서 계획을 세우기보단 휴식을 취하기만 하려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좋지 않다”며 “오히려 지킬 수 있는 사소한 계획을 세워 지켜나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66일은 계획 실천해야 습관된다
매일 일기쓰기, 운동하기 등 신년에 세운 계획을 습관화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얼마일까? 유럽의 심리학 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습관이 형성되는 데 걸리는 평균 기간은 66일이다. 사람에 따라 최소 18일부터 최대 254일까지 편차가 컸지만, 대체로 약 66일이 지나면 생각이나 의지 없이도 반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잘 지켜나가던 계획을 도중에 중단한 경우가 많거나 계획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없다면 계획을 점검하는 시간을 따로 마련해보자. 일주일에 1번, 한달에 1번 등 주기적으로 계획 실천율을 점검해 계획을 지키지 못한 날이 유독 많으면 계획을 수정해 나가야 한다. 계획은 일일 계획과 함께 일주일, 한달, 일년 단위 등의 장기적 계획을 함께 세우는 게 좋다. 대강의 장기계획을 정하는 건 좋지만, 단기계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이를 고려한 장기 계획 조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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