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의원님, 대통령 지키기 위해 그 자리 계신 게 아닙니다" [이태원참사_희생자]

오마이뉴스 2023. 1. 1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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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공청회] 고 이지한씨 아버지 이종철씨

아래는 2023년 1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공청회'에서 나온 발언 전문입니다. <편집자말>

[오마이뉴스 기자]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공청회에서 진술하고 있다.
ⓒ 남소연
  
안녕하십니까. 지한이 아빠, 유가족협의회 대표 이종철입니다. 지금 이정민 부대표님께서 존경하는 국회의원님 국조특위위원님들께 감사한다고 말씀드렸는데. 감사를 드려야 될지 말아야 될지 난감한 부분이 있습니다.

유가족협의회를 대표해서 감히 몇 말씀 올립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수년간 이루어진 축제에 들렸다가 159명이 희생되었습니다. 거리를 지나가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유가족협의회 가족분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말 한 분 한 분 너무 사랑스럽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던 사람들이었습니다. 159번째 희생자분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참사 현장에서 겨우 살아남은 고등학생 희생자분에게 (지난해) 10월 30일에 경찰이 병원으로 찾아와 부모의 동석을 허락하지 않고 조사를 50분 동안 했다고 합니다. 잠시 후 복지부 직원이 다시 30분만 상담을 하자고 하여 부모 동석하에 허락을 하였지만, 병원 일정상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성폭행을 당한 미성년자에게 보호자 없이 따로 경찰관이 불러서 그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세세하게 이야기 해달라고 하면은, 그거는 그 미성년자를 또 한 번 죽이는 일입니다. 과연 그 이야기를 듣고서 도저히 저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어요. 정부의 부재 속에 희생된 친구를 모욕하는 온라인 글에 고통받는 등 2차가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한 희생자의 가족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아니라며 원스톱 지원센터로부터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도 들었다고 합니다.

정부의 기준이 아예 없는 것 같습니다. 참사 앞에 희생자도 유가족도 모두 보호받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은 왜 한 명도 없습니까? 지금도 많은 유가족들이 이차가해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우리 유가족들을 계속 방치할 것입니까.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은 책임 있는 사람들에 대해 아무런 수사를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국정조사 기대했는데... 실망과 좌절감 크게 느껴"

대규모 인파가 매번 모이는 핼러윈 축제 때 무책임하게 휴가를 떠나 술을 마셨다는 경찰청장, 재난 안전관리의 총괄적인 책임이 있는 행정안전부, 대규모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 대비하고 한 명이라도 더 살리는 대응을 못 한 것에 대한 책임이 있는 서울시 관계자들, 모두 소환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유가족들에게 의견을 묻거나 브리핑을 하는 등의 조치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저 일방적으로 수사를 종결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국정조사에 기대가 있었습니다. 너무 기대를 했던 것일까요. 국정조사를 지켜보며 우리 유가족은 오히려 실망감과 좌절감을 크게 느꼈습니다. 허위 부실 자료를 제출하거나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기관들, 출석조차 하지 않는 국무총리,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기관들, 허위로 답변하거나책임회피식 답변을 하는 증인들 너무나 좌절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더욱 좌절스러운 부분은. 피 같은 국정조사 시간에 진상규명이 아니라 정쟁을 위해 질의하는 일부 의원들의 질의 태도였습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자 봉사자입니다. 모 의원님, 대통령 정부를 지키기 위해 그 자리에 계신 것이 아닙니다.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해 일하라고 그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국정조사 공청회 때 한마디라도 더 말하고 싶었던 가족분들이 많았습니다. 저희 유가족들은 23명이 증인신청을 하였지만 결국 합의 하에 12명으로 하기로 하였습니다. 왜 증언을 안 들으려고 하시는지, 아니면 시간이 없어서 그런 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증인수를 계속 축소하고 녹음본조차 틀지 못하게 하고, 이런 것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입니까. 피해자를 위한 진실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맞습니까.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을 위해 그리고 우리 유가족들을 위해 필요한 것은 철저한 진상규명입니다.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진상규명이 되어야 유가족들은 비로소 일상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납득할 수 없는 답변과 허위 진술로 점철된 국정조사로 인해 유가족들은 이후에도 진상규명을 외칠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정말 두렵지만 사랑하는 이들의 가족으로서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미흡한 진상규명 결과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진상규명은 정쟁의 대상이 아닙니다. 당연히 국가가 유가족들에게 보장해야 할 권리입니다 따라서 국정조사 이후에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절차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유가족들의 절박한 호소에 국회가 응답해주시길 바랍니다.

"매년 핼러윈 축제 경비하던 200명, 올해엔 대통령 관저 갔는지 궁금"

국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지난 국정감사때 국회의원님들이 행정부를 잘 감시해서 이 모래성 같은 행정부와 경찰청 조직에 대한 상황을 인지하시고 꾸짖고 일 못하는 분들을 처벌해주셨으면 이런 참사는 없었습니다. 국회의원님들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분들이 행정부를 국민들을 위해서 진심으로 일할 수 있는 그런 공무원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의원님들이 힘써주셔야 됩니다.

전쟁 발생 시에 그때도 여야가 총으로 쏴야되는지 대포로 쏴야하는지 싸우실 겁니까. 전쟁이 발생하면 여야가 한 팀이 되어서 적과 힘을 한군데로 모아서 싸워야 하는데 그때도 총으로 쏠지 대포로 쏠지 싸우시면 안 됩니다. 국민들은 여러분들을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왜? 우리를 지켜주실 분들이니까.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은 매년 5년 동안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200명씩 배치가 됐다고 했었는데, 올해는 왜 그게 지켜지지 않았는지 그 200명이 어디로 갔는지, 대통령 관저를 경비하러 갔던 건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궁금한 사실이 더 많지만, 국정조사를 통해서 저희 유가족들은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것 같아요. 너무 큰 기대를 하다 보니 실망도 너무 컸습니다.

국조특위 위원님들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여러분들, 아까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국민들을 위해서... 이런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는 유가족들이 보는 방향을 같이 똑같이 여야 의원님들이 똑같이 바라보시고서, 우리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지, 뒷다리는 잡지 마시고 힘이 드시면 앉아서 같은 방향으로만 바라봐주셔도 저희에겐 큰 힘이 됩니다. 앞으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정쟁의 도구로 절대 딜(deal)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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