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전임자 임금, 한국만 회사가 준다?" 전순옥 발언 '사실반 거짓반' [오마이팩트]
[김시연 기자]
▲ 노동운동가 전태일 여동생 전순옥 한국가치패션연구소 대표. |
ⓒ 남소연 |
[검증대상] "다른 나라 기업노조 전임자는 사용주가 월급 안준다" 전순옥 발언
노동운동가 전태일의 여동생이자 더불어민주당 제19대 국회의원(비례대표)을 지낸 전순옥 한국가치패션연구소 대표의 '노조 전임자 급여'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연합뉴스> 인터뷰(전태일 여동생 전순옥 "노조전임자가 회사 월급 받는 것은 잘못")에서 "사용주로부터 월급을 받는 노조위원장이 어떻게 조합원들을 대변하겠는가"라면서 "다른 나라에는 회사 일을 안 하는 기업노조 전임자에게 사용주가 월급을 주는 일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는 다른 나라 노조 전임자의 경우 노조에서 급여를 받거나 회사 일을 하면서 노조 일을 하는데, 유독 우리나라 노조 전임자들만 회사에서 급여를 받으면서 노조 활동만 하고 있다는 의미로 전달됐다.
그는 9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도 "내 발언의 핵심은 조합비로 임금을 줘야 노조 전임자가 조합을 위한 권리를 올바르게 주장할 수 있고, 회사에서 월급 받으면 자칫 회사와 야합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는 회사 일을 하지 않는 기업노조 전임자에게 사용자가 월급을 주지 않는다"는 그의 발언이 사실인지 따져봤다.
[검증방법]
전순옥 대표 발언에 대한 양대 노총과 경총 등 당사자들 의견을 듣고, 우리나라와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노조 전임자 임금 제도를 비교 연구한 자료를 확인했다.
[검증내용] 산별노조는 전임자 직접 고용... 기업 소속은 '타임오프' 적용
우리나라에서 '노조 전임자'란 회사 일을 하지 않고 노조 업무에만 종사하는 근로자를 뜻했는데, 지금 법적 개념은 근로계약상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지 않고 노동조합 업무에 종사하면서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지급받는 '근로시간면제자'로 일원화됐다.
▲ 지난 2020년 12월 7일 당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신승일 의료산업노조 위원장 등 지도부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반노동적 노동법 개악안 철폐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자료 사진) |
ⓒ 유성호 |
과거 기업별 노조 전임자는 회사에서 급여를 받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1997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아래 노조법)'을 제정하면서 노조의 자주성을 위한다면서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급여 지급을 금지하고 형사처벌(제24조 제2항과 제5항)하기로 했다. 하지만 13년간 유예하다, 지난 2010년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제도'와 함께 시행했다.
이후 정부는 지난 2021년 ILO(국제노동기구)의 폐지 권고를 받아들여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와 형사 처벌 조항을 삭제했지만, 근로시간면제제도는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용노동부,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설명자료, 2021년 3월).
▲ 우리나라의 근로시간면제 한도(조합원 규모별) |
ⓒ 고용노동부 |
경총 "전임자 급여, 노조가 줘야" vs. 노총 "유급 전임자 허용 국가 더 많아"
기업에 소속된 노조 전임자는 타임오프 한도 내에서 사용자에게 급여를 받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영자 단체에선 여전히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노총이 지난해 1월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정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 '연합단체에서의 활동(상급단체 파견활동)을 감안한 추가 한도 부여'를 요구하자, 경총은 일본·영국·독일 등 해외 사례를 거론하면서 반대했다.
경총은 "주요 선진국의 경우 노조업무 종사자들의 급여는 노조에서 자체적으로 부담하는 게 너무나 당연히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 노동계만 과거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이라는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경총, '근로시간면제 관련 한국노총 요구안의 문제점', 2022.1.26 보도참고자료).
반면 노동자 단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일본·캐나다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유급 전임자를 허용하는 국가가 더 많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9일 <오마이뉴스>에 "노조 전임자 임금 관련 문제는 단순히 유급·무급 여부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전임자 임금이 노조의 자주성을 해치는지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OECD 회원국 중 많은 국가에서 타임오프를 통해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정 최저기준을 정하고 있으며, 이 권리를 누릴 전임자 수와 시간은 노사교섭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조합 운영에 대한 재정지원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일본·캐나다 등 극히 일부이며, 이들 국가도 단체협약으로 정한 조합 활동은 폭넓게 유급으로 인정하고 있다"면서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체코·폴란드·슬로바키아·아이슬랜드·오스트리아·벨기에·헝가리·이탈리아·룩셈부르크·튀르키예 등엔 유급 전임자가 다수 존재하며, 특히 폴란드와 슬로바키아 등에서는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이 법으로 규정돼 있다"고 반박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도 8일 <오마이뉴스>에 "외국과 한국은 노조의 구성이나 위상,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예를 들어 민주노총은 금속노조 같은 산별노조 형태지만 현대차·쌍용차 등 지부와 지회 형태로 기업별 단위를 유지하는데 독일 등은 애초에 이런 구분이 없어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도 노사 협의에 따라 회사에 재직 중인 전임자는 회사에서 급여를 지급하지만,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노조에서 채용한 전임자는 노조에서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 노조전임자에 대한 법률상 개념정의 비교(출처 : <노조전임자 임금제도 외국 사례 연구>(2014년). 358쪽 표3-2. *348쪽 표3-1 발췌) |
ⓒ 김시연 |
연구자들도 나라마다 노조 체계가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선진국에서도 사업장(기업) 단위는 물론 산별노조 등 상급단체에 파견된 노조 전임자에게 사용자가 급여를 지급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국·미국·독일·프랑스·일본·호주·이탈리아 등 7개국의 노조 전임자 제도를 비교 분석한 <노조전임자 임금제도 외국 사례 연구>(김동원 외 10인, 2014년 4월, 박영사)에 따르면,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법으로 금지한 나라는 일본이었다. 영국과 미국은 노조의 자주성이 인정될 경우 등에는 제한적으로 유급 노조 활동을 인정했다. 또한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는 기업별 노조가 아닌 직종별, 산별 노조 중심이어서 전임자를 대부분 노조에서 직접 고용하기 때문에 '사용자 급여 지급'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산별노조 등 상급단체 전임자 임금의 경우 영국·미국·독일·호주에선 노조가 자체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다만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사용자로부터 임금 지급을 받는 노조 전임자를 사업장 단위 노조에서 상급단체로 파견할 수 있도록 한 법 규정에 따라서 일부 노조 전임자가 상급단체에서 노조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국가의 사업장(기업) 단위 노조의 사례를 살펴보면, 노조에서 직접 고용하지 않은 전임자 임금은 대부분 사용자가 지급하고 있었다. 미국·프랑스·일본·한국 등은 "(법률상) 허용되는 한도 내의 노조 전임자 활동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지만, 그 한도를 벗어나는 활동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이 임금지급 의무"를 가지고 있다.
영국의 경우 "근로면제시간으로 허용되는 시간이 적기 때문에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고 있고 독일은 "종업원평의회의 법적 성격상 사용자가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하고 있다(이상 <노조전임자 임금제도 외국 사례연구> 제3부 결론 '7.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주체 비교', 382~385쪽).
이보다 앞서 독일·미국·영국·일본·프랑스 등 5개국의 노조 전임자 제도를 비교한 문무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산업별 노조 체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와 동일한 (기업 차원의) 노조 전임자는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면서도 "관련 제도의 운용 과정에서 사실상 기업단위 노조활동가 내지 근로자 대표에게 노조 전임자로서의 위치를 인정하고 이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노조전임자제도 국제비교 및 개선 방안', <법학논고> 제29집 2008.12).
전순옥 "유럽은 타임오프 시간 단위로 사용, 한국처럼 풀타임 안해"
이같은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산별노조에서 직접 고용한 전임자는 노조에서 급여를 지급하지만, 노조가 직접 고용하지 않은 기업 단위 전임자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타임오프제도 등을 활용해 사용자에게 급여를 받으면서 노조 활동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순옥 대표는 9일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다른 나라 전임제는 회사 일을 하면서 노사협의회 등 노조 일에 필요한 타임오프 시간을 주는 것이지, 우리나라처럼 회사 일을 전혀 하지 않는 노동조합 위원장이나 지부장에게 회사에서 월급을 주는 형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는 타임오프를 365일 풀타임으로 쓰지 않고 필요할 때 시간 단위로 쓴다. 예를 들어 숍 스튜어드(영국의 사업장 단위 노조 대표)는 노동조합 일로 시간을 내야 하면 한 달에 80시간을 정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선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도 노사 합의에 따라 풀타임 노조 전임자에게 회사가 급여를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전 대표는 "풀타임 하는 사례를 찾으면 일부 나올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현장에서 작업을 하면서 오프타임에 노조 일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타임오프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회사에서 전임자에게 월급을 주는 게 일반화돼 있다"고 주장했다.
[검증결과] 전순옥 발언은 '사실 반 거짓 반'
일본을 제외한 미국과 유럽 대부분 국가는 산업별 노조 체제여서 한국과 같은 형태의 '기업노조 전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산별노조에서 직접 고용한 전임자 급여는 대부분 노조에서 지급하지만, 기업(사업장) 단위에서 활동하는 노조 전임자들은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제도)와 노사 협의에 따라 유급 노조 활동을 인정받기도 한다. 한국도 지난 2010년부터 근로시간면제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산별노조에서 고용한 전임자는 노조에서 급여를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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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팩트] |
전순옥 |
(한국가치패션연구소 대표) |
"다른 나라에는 회사 일을 안 하는 기업노조 전임자에게 사용주가 월급을 주는 일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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