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생존자 “오빠 시신 한 번 못 만지게 했다”

이가현 2023. 1. 1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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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생존자 조경선씨는 12일 "엄마가 오열하며 오빠의 시신을 만지려고 했지만, 경찰이 손대지 말라고 했다. 우리 가족은 한 번도 오빠를 만져보지 못했다. 그게 오빠의 몸을 살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고 밝혔다.

조씨는 이날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공청회에 참석해 구조 당국과 수사기관의 부실한 사건 처리와 책임 떠넘기기에 대해 비판하며 이처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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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선 진술인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2차 공청회에서 생존자의 진술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이태원 참사 생존자 조경선씨는 12일 “엄마가 오열하며 오빠의 시신을 만지려고 했지만, 경찰이 손대지 말라고 했다. 우리 가족은 한 번도 오빠를 만져보지 못했다. 그게 오빠의 몸을 살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고 밝혔다.

조씨는 이날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공청회에 참석해 구조 당국과 수사기관의 부실한 사건 처리와 책임 떠넘기기에 대해 비판하며 이처럼 말했다.

조씨는 “저희 가족은 7남매”라며 “형제가 많아 항상 집이 시끌벅적했고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 싸움도 많았지만 취미가 비슷해 항상 즐거웠다”며 과거 오빠와의 기억을 회상했다.

그는 “오빠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 119에 전화를 하니 다산콜센터에 전화를 하라고 했고, 다산콜센터는 정보가 없다며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빠는 처음부터 끝까지 휴대전화와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왜 아무도 신원을 확인하지 않은 건지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는다”며 “결국 참사 다음 날 오빠가 성남중앙병원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왜 그 먼 곳까지 오빠가 갔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일단 안치실로 향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조씨는 안치실에서 오빠의 시신을 발견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가족 모두 오빠의 몸을 만질 수 없었다며 “오빠의 몸을 살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는데 그 기회마저 빼앗겼다”고 분노했다.

참사 이후 조씨와 가족들은 참사 당일 오빠가 어떻게 구조됐으며 어쩌다 성남중앙병원까지 가게 됐는지 등 행적을 추적하기 위해 나섰지만, 소방당국과 수사기관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정보공개를 통해 구급일지를 요청했다”며 “2주 뒤에 자료를 받았지만 어렵게 받은 구급일지에는 이태원에서 이동한 구급일지가 아닌 순천향병원에서 성남중앙병원으로 이동할 당시의 구급 일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성남중앙병원 담당 형사에게 전화를 걸어 오빠에 대한 기록을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지만, 무슨 기록을 말하는 거냐며 제 말이 이해가 안 된다는 말만 여러 번 반복하고 실랑이를 벌였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담당 형사는 수사권이 용산경찰서에 있기 때문에 사건이 종결되고 나면 수사기록을 넘겨주겠다고 했고, 사소한 기록이라도 좋으니 알려달라고 재차 요구했지만, 알려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조씨는 “그렇게 여러 날에 걸쳐 (담당 형사와) 전화를 계속하던 중, 기록을 보고 싶으면 정보공개청구를 하라는 말에 경찰청, 용산서, 성남중앙경찰서, 국과수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며 “하지만 청구처리는 ‘비공개 수사 중인 사건의 기록을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어 “용산서에서 전화가 와서 성남중앙서에 문의하라는 답변을 받아 ‘성남중앙서에서는 용산서에 문의하라고 답변을 받았다’고 말하니 용산서는 사건 서류가 성남중앙서에 있다고 했다. 너무 황당하고 말문이 막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이런 어이없는 떠넘기기 상황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고 오빠는 지금까지도 방치되고 있다는 생각만 든다”며 “행적을 좇던 시간 동안 대한민국 경찰의 행정 처리, 부실 수사, 수사 방치에 정말 진절머리가 나고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조씨는 “저는 아직도 SNS도 하지 못하고 사람들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 자리에 있는 시간조차도 저에게는 트라우마이자 2차 가해다. 정부가 책임을 다해서 해결해야 끝나는 고통이다”고 강조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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