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여자친구 곁을 지키다 경찰에게 쫓겨났습니다 [이태원참사_희생자]

오마이뉴스 2023. 1. 1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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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공청회] 예비신랑의 의문과 요청

아래는 2023년 1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공청회'에서 나온 발언 전문입니다. 이 전문은 본인 및 희생자 성명 비공개 요청에 따라 가림막 뒤에서 진술한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편집자말>

[오마이뉴스 기자]

 지난 2022년 10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경찰통제선이 설치되어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가운데, 참사 현장 인근 한 상인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촛불, 배, 감, 밥, 국 등으로 차려진 제사상을 내놓았다.
ⓒ 권우성
저는 올해 9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자 생존자입니다. 하지만 이번 이태원 참사로 인해 저는 저의 예비 신부를 잃었습니다. 지난 2022년 10월 29일도 결혼 준비를 위해 웨딩플래너와 상담이 있었고, 이를 마치고 귀가 전 이태원에 잠시 들렀습니다.

이태원 도착 시간은 밤 10시 2분이었고, 도착 후 15분 만에 참사를 당했습니다. 세계음식거리를 걷던 중, 해밀톤호텔 앞 T자 골목에서 인파가 갑자기 몰렸고, 이를 피하기 위해 이태원역으로 내려가던 중 파도처럼 인파에 휩쓸렸습니다. 세계음식거리에는 제대로 걸어갈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지만, 그곳에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태원역으로 골목을 내려가던 중 OOOO 앞에서 인파에 막혀 벽을 느꼈습니다. 앞에서는 내려가지 못하고 뒤에서는 사람들이 계속 밀어부쳤습니다. 인파에 휩싸여 순간 정신을 잃었고, 그 순간 제 여자친구를 놓쳤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정신을 차렸고 여자친구를 찾으니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모든 사람이 앞으로 10도 정도 기울어져 있었으며, 심폐소생술을 하고 싶었지만 인파로 인해 도저히 공간이 나오지 않았고, 인공호흡만 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발목이 뒤로 꺾인 상태였는데 이를 원위치 시키는 데 힘들 정도의 엄청난 압박이 있었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압박이 지속된 상태에서 15분 후 소방대원이 약 네 분 정도 도착하였고, 그로부터 15분 후 후발대원이 도착하였으며, 뒤쪽인 T자 골목에서 구조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뒤쪽 사람들도 모두 정신을 잃은 상태였고, 자발적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구조 인원도 부족하며, 사람들을 눕히는 공간도 협소하여 구조 활동은 매우 더디었습니다. 초기 대원은 어떤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왜 소수 인원만 출동하였는지 의문입니다. 또한 처음부터 많은 인력이 투입되었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압박은 50분 이상 지속되다 구조되었습니다. 클럽 안 부상자는 너무 많았고, 소방대원은 8명도 채 안 되어 보였습니다. 여자친구에게 CPR을 수행하던 소방대원은 다른 부상자를 보러 가야 한다고 저에게 직접 CPR을 수행하라 지시하고 떠났습니다. 그러던 중 소방대원 한 분께서 '안 되면 지연 처리해, 지연이야. 지연'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마 지연이라는 말은 너무 늦어서 회복하기 힘들다는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지연이라는 말이 저에게 너무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계속해서 CPR을 수행하다 인공호흡을 크게 하니 구토를 하였습니다. 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여 소방대원에게 도움 요청을 하였고, 자동제세동기로 확인하였지만, 힘들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특별한 응급구조 방법에 대해 설명조차 해주지 않고 가셨고, 저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 분들이 희생자를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수행하였습니다.

클럽 안에는 소방대원이 있었지만 모든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였습니다. 저와 시민 분들은 응급조치 전문가가 아닙니다. 부상자 한 분 한 분마다 전문인력이 전담하였다면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왜 저는 여자친구 옆을 지키면 안 됐나요?
 
 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10월 29일 밤 10시 15분경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158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구급대원들이 참사 현장 부근 임시 안치소에서 사망자를 이송하는 가운데, 많은 구급대원들이 사망자 이송을 위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 권우성
 
클럽 안에서 계속해서 CPR 수행하던 중, 시민 한 분이 오셔서 이태원로 큰 대로변으로 나가면 경찰과 소방대원이 많으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여자친구를 들쳐 업고 큰 대로변으로 나갔고, 응급차는 많이 있었지만, 환자의 응급 이송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는 도로가 통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소방대원에게, 의사에게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병원으로 이송시켜달라고 애원했습니다. 하지만 소방대원은 병원으로 못 가고 빈 상가 안으로 이동해야 한다며 여자친구를 상가 안으로 이동시켰습니다. 상가 안에서도 심폐소생술을 계속 시행하였지만, 경찰과 소방대원은 상가 밖으로 계속 나가야 한다며 내쫓았습니다.

여자친구 부모님이 도착하셨는데, 경찰의 통제에 의해 여자친구를 만날 수 없었으며, 그저 창문을 통해 여자친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나갈 수 없다며 여자친구 곁을 2시간가량 지켰고, 버티다 결국 경찰로부터 상가 밖으로 쫓겨 나갔습니다. 왜 희생자 옆을 지킬 수 없었으며 그 상가에서 나가야하는지 아직도 의문입니다.

2시간가량 희생자들을 상가 안에서 안치시켰고, 아무런 대응책이 없었습니다. 소방과 경찰에게 이제 어떻게 되냐고 물어봐도 대답해주는 사람 하나 없었습니다.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으로 이동해서도 여자친구를 만날 수 없게 경찰과 소방은 계속 통제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한남동 주민센터에 실종자 신고를 하면 보다 빨리 찾을 수 있다고 하여 주민센터에 실종자 신고를 하였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왜 실종자 신고를 하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여자친구가 체육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고, 저와 가족들이 직접 신원을 확인해 줄 수 있다고 말했는데 안 된다는 답변뿐이었습니다.

경찰은 희생자의 사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지난 2022년 11월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인 골목길 입구에 ‘이태원 참사 청년 추모행동’ 참가자들이 가져온 국화꽃과 ‘막을 수 있었다. 국가는 없었다’ 등이 적힌 피켓이 놓여 있다. 추모행동에는 청년진보당, 청년정의당, 청년녹색당, 노동당 학생위원회, 페미니즘당 창당준비모임 청년하다, 청년연대, 진보대학생네트워크 회원들이 참석했다.
ⓒ 권우성
 
신원을 확인하기까지 대기해 달라는 경찰에 지시에 집으로 돌아갔으며 여자친구가 어디로 갔는지 여자친구 오빠께서 직접 수소문하여 알아냈습니다. 경찰이나 구청 및 시청 직원이 저희에게 알려주는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 연고지로 이동하는데 검사의 검시필증이 필요하며 경찰서에 직접 가서 신고를 해야한다고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신고하러 경찰서로 갔는데 갑자기 진술서를 작성해야 한다며 여자친구 오빠와 제가 진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질문에 답변하면 경찰이 타이핑하는 진술서였습니다.

그때는 작성 해야한다고 하여 작성했는데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왜 작성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여자친구 오빠께 희생자의 사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부검 의향이 있는지 질문하여 깜짝 놀랐습니다.

여기까지가 사고가 일어난 경위에 대해 말씀드렸으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159번째 희생자의 소식을 듣고 너무 안타깝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 역시 지금도 그런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힘든 시간을 버티고 견뎌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약혼자 가족 분들 덕분입니다. 희생자를 잃었다는 슬픔에 대해 공감하고 서로를 위로하여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공감이 없었더라면 저 역시 159번째의 희생자와 같은 선택을 했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같은 슬픔을 공유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유가족들이 서로를 만날 수 있도록 정부에게 요청하였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러한 모임을 만들어 주지 않았습니다. 이것 또한 2차 가해입니다. 더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발 저희의 요청에 응답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상입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공청회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 지역 상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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