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초격차 신제품, 2‧4위는 합병설…낸드 시장 혹한기 타개책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불황이 깊어지면서 반도체 업체들이 타개책 모색에 나서고 있다. 신제품을 통해 침체한 시장에 새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제조사들도 있지만,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꾀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12일 5나노미터(㎚·1나노는 머리카락 굵기 10만분의 1) 기반 신규 컨트롤러를 탑재한 PC용 고성능 SSD(솔리드 스테이트드라이브) ‘PM9C1a’ 를 양산한다고 밝혔다. 이 제품에는 첨단 5나노 기반 신규 컨트롤러와 7세대 V낸드를 탑재했다.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로 만드는 SSD는 주로 저장장치로 쓰인다. 이 SSD의 경쟁력은 컨트롤러 기술에 많은 부분 좌우된다. 컨트롤러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활용한 각종 저장용 장치에 설치돼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삼성전자가 5나노 기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을 적용한 컨트롤러를 PC용 SSD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PM9C1a의 1W(와트)당 전력 효율은 기존 제품보다 최대 70%가량 향상됐다. PC에서 동일한 용량의 작업을 할 때 소비되는 전력이 낮으며, 노트북 PC의 절전모드에서는 소비전력이 10% 이상 줄어든다. 기존 제품보다 연속 읽기 속도는 1.6배, 연속 쓰기 속도는 1.8배 빨라졌다.
SK하이닉스도 서버용 메모리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4세대(1a) DDR5 서버용 D램을 인텔이 최근 출시한 신형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인증을 받았다고 같은 날 밝혔다. 1a DDR5는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이 적용된 메모리로, 10나노급 4세대 D램이 인텔의 인증을 받은 건 SK하이닉스가 최초다. 서버용 D램은 CPU와 결합해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메모리로, 그동안 이 시장의 주력제품은 DDR4였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직전 분기보다 평균 10∼15%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용과 소비자용 SSD도 각각 13∼18%, 10∼15%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속적인 수요 하락에 가격 하락까지 더해지며 메모리 시장의 수익성은 올해에도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SSD 수익은 1분기(36억7200만달러), 2분기(39억7300만달러)를 기록하다 3분기(27억1300만달러) 대폭 감소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시장이 상당히 어렵고 가격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올해 전망도 매우 어두운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새로운 제품을 내는 것은 시장 수요를 창출해 파이를 키워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송용호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부사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시장 요구에 맞는 제품 개발을 통해 시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낸드플래시 세계 2위 키옥시아와 4위 웨스턴디지털은 합병 논의를 진행 중이다. 두 회사는 지난 2021년에도 합병 논의를 진행했지만 무산됐다. 현재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낸드 기술개발, 생산시설 운영 등에서 광범위한 협력 관계를 갖고 있다. 반도체 빙하기를 틈타 ‘규모의 경제’를 노린 업체 간 합종연횡을 꾀하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1위는 삼성전자(31.4%)이며 뒤이어 2위 키옥시아(20.6%), SK하이닉스(18.5%), 웨스턴디지털(12.6%), 마이크론(12.3%)이다. 5개 기업이 경쟁 중이다. 두 기업 합병땐 한국 기업이 낸드 시장 1, 3위를 내주게 된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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