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골든타임 놓친 IPO 활성화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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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 상반기도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가뜩이나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한데, 수요예측 참여율마저 더 저조해지면 IPO 시장 침체기가 더 길어질 수 있다.
지난해 수요예측을 거친 70개 기업 가운데 공모가가 희망범위 상단을 초과한 기업은 새빗켐·성일하이텍·넥스트칩·레이저쎌 등 12개였다.
IPO 시장에서 적정 공모가를 산정하기 위한 제도 개선은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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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 상반기도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반도체용 특수가스 업체 티이엠씨는 공모가를 희망범위 하단보다 10% 이상 낮췄다. 국산화 기술을 바탕으로 가파른 성장을 이어와 수요예측 흥행을 자신했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대어'로 꼽혔던 컬리도 상장을 연기했다. 시장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컬리 경영진과 재무적 투자자(FI)가 기대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IPO 시장이 급격하게 쪼그라든 가운데 금융당국은 시장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예고했다. 수요예측 기간을 늘리고 허수성 청약을 방지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계획이지만 관련 업계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앞으로 주관사는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 투자자의 주금납입 능력을 확인해야 한다. 당국은 주관사의 관리가 부실하다고 판단되면 최대 업무 정지까지 처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가뜩이나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한데, 수요예측 참여율마저 더 저조해지면 IPO 시장 침체기가 더 길어질 수 있다.
허수성 청약이 발생하는 원인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관 투자자뿐만 아니라 일반 청약에 참여하는 개인들은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웃돌 걸로 판단하면 1주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눈치싸움을 벌인다. 과거 경쟁률 추이를 고려해 주문 규모를 결정한다. 수요예측 또는 청약 경쟁률이 100대 1을 넘어선다고 하면 1억원을 청약해도 고작 100만원어치 주식을 받는다. 결국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공모주 경쟁률은 예상보다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대로 경쟁률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공모주는 자칫 주문한 수량을 모두 받을 수 있으니 청약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허수성 청약 여파로 공모가 거품이 얼마나 생기는지도 따져볼 문제다. 지난해 수요예측을 거친 70개 기업 가운데 공모가가 희망범위 상단을 초과한 기업은 새빗켐·성일하이텍·넥스트칩·레이저쎌 등 12개였다. 희망범위 상단을 기준으로 10~20%가량 높은 공모가로 증시에 입성했다. 허수성 청약을 배제하면 연간 신규 상장사 10개 가운데 2개의 공모가를 20% 정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수요예측 과정이 경직돼서 생기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또 민간 기업인 주관사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주금납입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느냐도 미지수다.
IPO 시장에서 적정 공모가를 산정하기 위한 제도 개선은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과 공모주에 투자하는 투자자 사이에서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다양한 시도는 장려할 일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사태 이후 1년이 지나서야 대안이 나왔다. 그런데 그사이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해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은 836대 1을 기록했다. 2021년 평균 경쟁률 1173대 1보다 30%가량 떨어졌다. 올해는 허수성 청약이 아니라 수요예측 참여 미달을 걱정해야 하는 분위기다.
IPO 시장 위축은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투자금을 마련하는 데도 악영향을 미친다. IPO로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도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금융 당국은 '가뭄으로 물이 빠졌을 때 저수지를 고치겠다'고 했지만 가뭄에 시들어가는 농작물을 지켜봐야 하는 농민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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