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3자 통해 강제징용 배상"…피해자측 '반발'
피해자측은 추가적인 의견수렴 필요하단 입장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김영원 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판결금을 '제3자를 통해 피해자에게 변제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지급 주체로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12일 외교부와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통해 "검토를 거듭할수록 핵심은 어떤 법리를 택하냐 보다 피해자들이 제3자를 통해서라도 우선 판결금을 받아도 된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정부의 해결방안 발표를 앞두고 실시되는 사실상 마지막 여론 수렴 절차다. 이에 서 국장의 발언은 정부안에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피해자 및 유가족 찾아 수령 의사 묻고 동의 구할 것"
서 국장은 "순수 법적 측면에서 민사사건으로서 채권·채무 이행 관점으로 볼 때, 이 판결금은 법정 채권으로 피고인 일본 기업 대신 제3자 변제가 가능하단 점을 검토했다"며 "바꿔 말하면 피해자가 판결금을 제3자로부터 받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 국장은 "대법원 판결 후 4년 이상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법적 관점에서 일단 현실적 방안을 찾자는 취지"라며 "정부로서는 반드시 원고인 피해자 및 유가족들을 직접 찾아뵙고 수령 의사를 묻고 동의 구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판결금 지급 범위 및 주체로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언급됐다. 서 국장은 "원고가 제3자로부터 판결금을 지급받게 되면, 지급 주체 관련해서는 현존하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새 재단이나 기금 설립에 추가 작업이 드는 비용, 절차, 시간을 절약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주체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 국장은 "정부는 이번 확정 판결 문제의 해결이 강제징용 문제 전체의 해결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피해자들이 재단 등을 통해 판결금을 받더라도 실제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대의를 금전으로 치환했다고 말하는 것은 실례"라며 "그러나 어떤 해법도 피해자분들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그간 노력해온 중요 목적 중 하나인 기억과 추모, 연구,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 부분 강화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심규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은 측은 '특별법 제정을 해달라'며 목소리 높였다. 재단을 통한 판결금 지급은 확정판결 피해자 15명을 대상으로 우선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 이사장은 "피해자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특별법 제정뿐"이라고 했다.
피해자 측 "본질을 호도하는 프레임"토론회에 참석한 피해자 측 관계자들은 정부안을 놓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보이기도 했다.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이는 본질 호도하는 왜곡 프레임"이라며 "일본이 아무런 부담을 지지 않는데 그동안 일본이 어떻게 성의 있는 호응을 했는지 확인해달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 변호사는 "공개 자리에서 외교부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절차가 조금 더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위해 나왔다"며 "장관이 마지막 절차라고 했는데, 이런 자리 최소한 한두 번은 더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정 비대위원장은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정 비대위원장은 "오늘 토론회는 피해자 할머니 할버지들의 가슴에 서린 한을 풀기 위한 자리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과거사를 얼버무리는 해결책은 원치 않는다"며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한일 외교당국 간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비대위원장은 "과거사를 직시하며 한일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며 "1998년 김대중-오부치 손잡고 한 '한일파트너십' 선언의 정신을 되살려 양국관계를 가장 좋았던 시절로 되돌리고 싶은 것이 우리 외교의 목표이고 그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 대리인단 등 일부 단체 등이 불참하며 '반쪽'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들은 외교부가 보안을 이유로 이번 토론회 발제문을 미리 제공하지 않은 데 반발했다. 정 비대위원장이 토론회장을 나갈 때 한 시민단체는 "어떻게 이렇게 망국적인 토론회를 열 수 있는가"라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라"고 외쳤다. 이들의 손에는 '치욕스러운 강제동원 해법 철회하라', '강제징용 친일해법 친일관료 규탄한다' 등의 적힌 손피켓이 들렸다.
한편 강제징용 관련 해법은 이날부터 2박3일 동안 진행되는 한일연맹 의원들의 일본 방문에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연맹 소속 여야 의원 10명은 이날 오후 출국해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 아소 다로 전 총리 등 일본 정관계 지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정 비대위원장은 "일본 정부와 정계의 책임 있는 지도자를 만나서 우리의 이러한 뜻을 분명하게 전달하겠다"며 "오늘 토론회가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의미 있는 두드림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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