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자기연민에 빠진 관종의 거짓된 삶

데스크 2023. 1. 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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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관심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요즘같이 자기 삶을 살기도 바쁜 현대사회에서 타인의 삶에 웬만해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영화는 그 어디서도 만나보지 못한 역대급 관종을 통해 자기애에 빠져 자해하는 관심 고픈 관종에 대한 경고를 날린다.

영화 '해시테그 시그네'는 장애를 꾸며낸 한 관종의 일상이 통해 자기연민에 빠진 현대인과 거짓 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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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시태그 시그네’

인간은 누구나 관심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요즘같이 자기 삶을 살기도 바쁜 현대사회에서 타인의 삶에 웬만해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들은 SNS나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끊임없이 늘어놓으며 댓글수, 좋아요, 조회수 등으로 일종의 승부욕과 과시욕까지 불러일으키며 관심을 유도한다. 관종(타인의 관심을 유발하는 사람)들은 타인으로부터 관심을 얻어내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무리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최근 개봉한 영화 ‘해시태그 시그네 (Sick of Myself)’는 제목과 같이 타인의 관심을 받기 위해 자신 스스로 상처를 내고 관심을 유도하며 만족을 얻는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카페 바리스타로 따분한 인생을 살던 시그네(크리스틴 쿠야트 소프 분)에게는 행위 예술가로 매거진 표지를 장식한 남자친구 토마스(아이릭 새더 분)가 있다. 타인의 물건을 훔쳐 전시하는 토머스가 점점 유명해지자 시그네는 토마스 옆에서 자신이 소외당한다고 생각한다. 우연히 인터넷을 보고 약물 부작용으로 화제가 된 인물을 발견하고 시그네는 그 정체불명의 알약으로 남자친구의 사랑은 물론 세상의 관심까지 독차지할 황당한 계획을 세운다.


영화는 자기 연민에 빠진 관종의 삶을 담아냈다. 사람들 누구나 자기 연민에 빠질 때가 있다. 아무도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거나 관심을 두지 않을 때 스스로 감정에 빠져 위태로운 상태가 된다. 특히 자기애가 강한 사람들은 무관심을 더욱 견딜 수가 없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외모와 매력적인 성격을 지닌 시그네는 행위 예술가인 남자친구가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게 되자, 자기 연민에 빠진다. 그리고 무심해지는 남자친구에 반발하는 심리로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신경안정제를 복용해 고칠 수 없는 피부병을 갖게 되지만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두자 오히려 그것을 즐기며 만족해한다. 영화는 그 어디서도 만나보지 못한 역대급 관종을 통해 자기애에 빠져 자해하는 관심 고픈 관종에 대한 경고를 날린다.


거짓말의 폐해를 그린다. 약간의 관심이 필요했던 시그네가 심각한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은 건성으로 대하는 남자친구 때문이다. 어딜가든 사람들의 관심은 예술가 토머스에게 집중되고 소외감을 느낀 시그네는 이를 참을 수 없다. 처음에는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소한 거짓말로 출발해서 일상을 과장하고 거짓을 반복하게 된다. 피부에 괴사가 생기고 머리카락이 빠지며 흉측하게 변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될수록 거짓은 더 큰 거짓을 낳는다. 인터뷰며 에세이, 소설까지 출간되지만 결국 거짓된 삶에 정신이 피폐해져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다. 영화는 거짓말이 불러온 한 인간의 파괴 과정을 그린다.


자극적인 볼거리를 소비하는 미디어의 행태도 비판한다. 시그네는 인터넷에 뜬 자극적인 기사로 아이디어를 얻고 거짓을 꾸민다. 그리고 병든 자신의 몸을 포스팅하고 조회수를 확인한다. 몰골이 흉측할수록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되고 언론이 반응하고 진보적 패션잡지사는 그녀를 모델로 기용하기까지 한다. 영화는 몸과 마음이 파괴된 한 개인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겉모습에 환호하고 세간의 관심에만 반응하는 미디어의 행태를 지적하고 있다.


SNS와 유튜브가 확산되면서 우리 사회에도 관종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대중을 기만하고 검증되지 않은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유포해도 제재받지 않고 좋아요와 리트윗 덕분에 오히려 팬덤을 형성하면서 유명인사가 된다는 것이다. 영화 ‘해시테그 시그네’는 장애를 꾸며낸 한 관종의 일상이 통해 자기연민에 빠진 현대인과 거짓 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 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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