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한 미국 '록 전설' 별세…"위대한 기타리스트"
록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제프 벡이 세상을 떠났다. 78세. 방한도 세 번, 세월호 추모 메시지도 냈을 정도로 한국과 인연도 깊다.
12일(현지시간) 벡의 공식 웹사이트는 “벡이 세균성 수막염으로 전날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며 “가족을 대신해 비통한 소식을 전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 등도 “벡이 갑작스럽게 지병을 얻었고 결국 영국의 자택 근처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기타의 신’으로 불렸던 벡은 생전 화려한 기록을 보유했다. 미국 그래미 어워드에서 8차례 상을 받았고,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1992년 밴드 ‘야드버즈(Yardbirds)’로, 2009년 솔로로 두 차례 헌정됐다. 2015년 미 대중문화지 롤링 스톤즈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100명’에서 5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미 헨드릭스, 지미 페이지, 에릭 클랩튼과 함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로 꼽혀왔다.
벡은 기타 실력뿐 아니라 새로운 연주 기법과 장르를 끊임없이 개척하는 실험 정신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재즈, 펑키 블루스, 하드 록, 심지어 오페라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연주를 선보였다. 그는 과거 워싱턴포스트(WP)에 “곡마다 규칙을 10번 이상 어기지 않으면 제 역할을 제대로 못 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그를 “재즈 록을 개척하고 사이코 록이나 헤비메탈 같은 하위 장르의 길을 연 인물”이라고 평했다.
BBC에 따르면 1944년 영국 웰링턴에서 태어난 벡은 어린 시절 교회에서 음악을 배웠다. 10대에 우연히 라디오에서 록을 접했고, 자는 시간까지 들을 정도로 록에 푹 빠졌다고 한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기타리스트였던 스코티 무어나 빌 헤일리를 특히 좋아했다. 그는 “그들은 놀라울 정도로 자신만의 개성과 음악 스타일을 갖고 있었다”며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건 65년 록 밴드 ‘야드버즈’에 합류하면서다. 멤버였던 지미 페이지가 영입을 제안했다고 한다. ‘하트 풀 오브 소울(Heart Full of Soul)’ ‘쉐이프스 오브 띵즈(Shapes of Things)’ 등을 유행시켰지만, 미국 투어 중 생긴 갈등으로 1년 만에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로드 스튜어트(보컬), 로니 우드(베이시스트) 등 훗날 전설적 음악가로 평가되는 이들과 뭉쳐 자신의 이름을 건 ‘제프 벡 그룹’을 결성했고, ‘트루스(Truth·68년)’와 ‘벡 올라(Beck-Ola·69년)’ 를 연이어 흥행시켰다.
팀을 해산하고 75년 솔로로 낸 앨범 ‘블로 바이 블로(Blow By Blow)’는 그의 최대 히트작이다.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가 작사·작곡한 ‘쉬 이즈 어 우먼(She’s a Woman)’과 스티비 원더의 ‘커즈 위브 엔디드 애즈 러버스(Cause We've Ended as Lovers)’가 수록됐다. 비틀스의 프로듀서였던 조지 마틴과 함께 작업했고, 영국 퓨전 재즈 기타리스트인 존 맥러플린의 음악 스타일을 녹여냈다고 한다. 음반은 미 빌보드 200에서 4위에 올랐고, 미 음반산업협회(RIAA)로부터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다.
80년대 이명으로 작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벡은 회복 뒤 90년대부터 테크노·일렉트로닉 등 새 장르 개척에 몰두했다. 지난해엔 ‘헤비메탈 제왕’으로 불리는 오지 오스본의 곡 ‘페이션트 넘버 9(Patient Number 9)’에서 기타 연주를 맡았고, 배우 조니뎁과 음반 ‘18’을 내고 투어 공연도 했다.
제프 벡은 2010·2014·2017년 세 차례 한국을 찾았다. 세월호 참사 직후 있었던 공연에선 노란색 리본을 달고 추모곡으로 ‘피플 겟 레디(People get Ready)’를 연주했다. 그는 과거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팬들은 대단히 열정적”이라며 “공연가인 나를 설레게 한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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