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아무도 못 받은 현대차그룹 탤런트 리워드 [기자수첩-산업IT]
현대차·기아 노조 시작으로 모비스, 제철, 트랜시스까지 줄줄이 손 벌려
'고급 인력 유출 막기 위한 사무·연구직 고성과자 보상' 취지 무색
성과에 대한 보상체계를 제대로 만들겠다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약속이 결국 첫 해 시행 이후 무산됐다. 아니, ‘무산’이라기보다는 ‘좌절’이 맞는 표현이겠다.
‘줄 거면 다 줘라, 남이 받는 꼴은 못 보겠다’는, 생산직 중심 노동조합의 철저한 ‘N분의1’ 정신이 현대차그룹을 개별 능력이나 성과에 따른 보상을 기대하기 힘든 회사로 만들어버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1년 말 지급했던 특별 보상금 ‘탤런트 리워드’를 지난해 말에는 지급하지 않았다.
회사측은 애초에 탤런트 리워드가 연례적으로 지급되는 것은 아니었고, 앞으로의 존폐 여부도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단 지난해는 ‘현대 히어로’라는 기존의 우수 임직원 포상 제도를 확대하는 선에서 갈음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 탤런트 리워드 제도의 소멸은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기자는 ‘일 잘하건 못하건 'N분의1' 하자는 그들(2021년 12월 20일자)’, ‘R&D 인재 이탈 어쩌나…현대차의 씁쓸한 격려금(2022년 3월 7일자)’ 기자수첩을 통해 앞으로 탤런트 리워드는 시행되기 힘들 것임을 예상된 바 있다.
굳이 기자의 설레발이 아니었더라도, 첫 시행 이후 1년여 간 현대차그룹 내에서 어떤 소동이 벌어졌는지 아는 이들에겐 사측이 그걸 다시 시행했더라면 오히려 놀라운 일이었을 것이다.
탤런트 리워드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미래 방향을 설정한 현대차그룹에게 필수적인 R&D(연구개발) 인력 유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였다.
생산직 노조 위주의 교섭결과에 따라 직군과 무관하게 모든 이들이 성과급을 나눠 갖는 구조로 인해 사무‧연구직군 중심의 MZ세대들이 불만을 갖고 회사를 떠나는 일이 빈번해지자 나온 대책이었다.
2021년 3월 정의선 회장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MZ세대 직원들은 성과 보상 방식의 체계화를 강하게 요구했고, 즉각 수용을 약속한 정 회장이 각 계열사 대표들에게 개선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하면서 탤런트 리워드가 탄생했다.
현대차·기아의 사무‧연구직 책임매니저들 중 성과가 좋은 직원 10%를 선발해 500만원의 특별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제도 시행 직후 현대차·기아 노조가 들고 일어났다. 사측에 ‘탤런트 리워드는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공문을 보내는 한편, 전 조합원에게 동일한 포상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개별 성과에 대한 차등적 보상’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노조와의 대립이 격해지고 이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면서 사측은 결국 현대차·기아 전 직원에게 400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했다.
그러고도 논란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노조도 특별격려금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 결국 받아냈고, 그러자 현대제철 노조까지 같은 요구사항을 놓고 지난해 내내 사측과 줄다리기를 했다. 최근에는 현대트랜시스 노조까지 손을 벌리면서 중소 계열사들에게까지 파장이 확산될 기세다.
2021년에 지급된 탤런트 리워드를 가지고 지금까지 시끄러운 상황에서 2022년도 탤런트 리워드를 또 다시 지급하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할 리 없다.
결국 생산직 중심의 강성 노조가 존재하는 한 현대차그룹 내에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은 존재하기 힘들다는 사실만 증명됐다. ‘다 같이 받거나 아무도 못 받거나’만 있을 뿐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현대차·기아가 인수한 ‘포티투닷(42dot)’을 중심으로 TaaS(모빌리티 총괄) 본부에 있는 SW 개발 인력을 흡수해 ‘글로벌 SW 센터’를 설립했다.
그룹 SW 역량 강화를 위해 만든 조직이라지만, ‘N분의1’ 타령만 하는 강성노조로부터 고급 인력을 분리시키기 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현대차그룹이 노조에 발목을 잡히지 않고 고급 인재를 지키려면 현실적으로 그 방법 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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