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철렁’ 미 연방항공청 “항공대란, 데이터베이스 파일 손상 탓”
11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미국 전역의 항공기 운항을 마비시킨 대란의 원인은 ‘데이터베이스(DB) 파일 손상’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이날 오후 6시30분 공식 설명자료를 내고 “FAA는 ‘NOTAM’(노탐ㆍ항공 전산정보 체계) 중단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철저히 검토하고 있다”며 “초기 작업에서 이 원인을 추적해보니 데이터베이스 파일 손상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FAA는 이어 “현재 시점에서 사이버 공격의 증거는 없다”며 “FAA는 문제의 원인을 더 정확히 파악하고 이런 종류의 혼란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번 사안을 잘 아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손상된 디지털 파일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대란 발생 하루 전날 오후부터 NOTAM에 문제가 있었다는 현지 보도도 나오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10일 오후 3시30분부터 FAA의 NOTAM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다. FAA는 처음에는 백업 시스템으로 전환해 문제를 풀어보려 했지만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졌다. 시스템은 10일 자정 직전 가동이 되는 듯했다가 다시 악화됐고, FAA는 다음날인 11일 오전 4시15분 시스템을 수동으로 껐다 켜는 재부팅을 했다. 이후 오전 7시21분 전국에 ‘운항 중단’을 발령해 미 전역에서 항공기 이륙이 멈췄다.
항공추적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인해 11일 오후까지 9500여 편의 항공기 운항이 지연되고 1300여 편은 아예 취소된 것으로 집계됐다. FAA가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운항 중단 해제’를 알리면서 항공기 이륙이 재개되긴 했지만, 약 100분간의 갑작스런 항공 마비에 수많은 승객의 발이 공항에 묶이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초유의 항공 대란에 한때 러시아나 북한 등 미국에 적대적인 외부 국가나 세력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다만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현 시점에서 사이버 공격 증거는 없다”고 알리며 총체적 조사를 지시하는 등 미 정부가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신속하게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NOTAM이 다운된 이유를 조사 중인 교통부와 FAA 등 미 당국은 “아직까지 사이버 해킹으로 볼 근거는 없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한다고 했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CNN 방송 인터뷰에서 “사이버 공격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나 징후는 없지만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이해하기 전까지는 그 가능성도 제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는 자국 항공 체계의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미 전역의 항공기 운항 중단은 오랫동안 세계 최고의 항공규제 기관으로 여겨졌던 항공 기구의 명백한 약점을 부각시켰다”고 보도했다. NYT는 “불과 2주 전 수십만 명의 여행객들이 미 최대 여객사인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운영 마비로 발이 묶였는데 이번 문제와 함께 두 사안을 종합하면 미국 항공 시스템의 취약성을 분명하게 드러낸다”며 “특히 FAA는 기술시스템을 빠르게 현대화하지 못했고 항공교통 관제사와 안전 전문가를 충분히 고용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오랫동안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팀 캠벨 전 아메리칸항공 선임부사장 발언을 인용해 “미국의 NOTAM 시스템뿐 아니라 FAA 기술에 대한 우려가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에 이어 캐나다 항공 관제업무를 담당하는 NAV캐나다도 11일 “NOTAM으로 불리는 항공 전산정보 체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NAV캐나다는 NOTAM을 즉시 복구했고 항공기 이륙 중단 등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가동 중단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미국에서 발생한 NOTAM 오작동과의 직접적 관련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NAV캐나다는 전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수백명 접속한 '라방'서 잠든 여성 간음…30대 BJ 최후 | 중앙일보
- 여고생 제자에 "성경험 있어?"…새벽 울린 40대 교사의 전화 | 중앙일보
- "여사님은 여기 왜 오셨어요" 경단녀 울린 면접관 첫 질문 | 중앙일보
- "하루 이틀 삼일 사흘"…래퍼 노엘, 신곡 '문해력' 논란 | 중앙일보
- "자녀 사건 해결해줬잖아"…피의자 어머니에 성관계 요구한 경찰 | 중앙일보
- 4살에 신기, 6살에 신내림…26살 애기보살 '눈물겨운 이중생활' | 중앙일보
- '더글로리' 박연진 월급 220만원? 실제론 얼마 받나 현직 기캐가 밝혔다 | 중앙일보
- 아옳이 "서주원, 신혼초 여자 문제 반복…상간녀와 스킨십 보고 펑펑" | 중앙일보
- 아직도 '먼지 속 건물 한동'인데…'문재인표' 한전공대 경쟁률 반전 | 중앙일보
- [단독] 대통령실 "윤 대통령, 나경원 애정 커…사의 수용할 뜻 전혀 없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