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에올' 에블린 부부, 나란히 골든글로브 수상! 양자경과 키 호이 콴의 뭉클한 수상 소감
주최 측 부정부패와 각종 차별 논란에 영화인들마저 등을 돌렸던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 지난해에는 생중계마저 보이콧을 당하며 80년 역사에 위기를 맞았는데요. 10일(현지시각),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어찌 됐든 무사히 열렸습니다. 엄청난 변화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쇄신의 의지가 보인 축제였습니다.
이날 시상식에는 영화 같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속 부부로 출연한 양자경과 키 호이 콴이 각각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받은 건데요. 아시아계 작품과 배우에 유독 차별적이었던 골든글로브에선 보기 드문 장면이기도 했어요.
그래서인지 두 배우의 수상 소감에는 유독 차별에 대한 경험과 이를 타파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겼습니다. 먼저 수상자로 호명된 키 호이 콴은 뛸 듯이 기뻐하며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는 "저는 제 출신과 제게 첫 기회를 준 사람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는 가르침을 받고 자랐다"라고 말문을 열었는데요. 베트남계 미국인인 그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2〉 속 소년으로 할리우드에 입성했지만 이후 40년 가까이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는 가장 큰 영화 시장 미국에서 활동한 아시아계 배우라면 누구나 겪었을 부침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떠날 수 없던 키 호이 콴은 무술 담당 스태프로 일하며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등의 작품으로 다시 눈길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그의 새 전성기를 열 영화이기도 합니다. 키 호이 콴은 자신을 차별 받게 한 출신을 언급하면서, 영화배우로서의 뿌리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더 페이블맨스〉를 들고 수상 후보로 시상식에 참석했는데요. 스티븐 스필버그가 무릎에 앉혔던 꼬마가 쉰이 넘어 은사와 대등한 모습으로 나타난 광경은 감동적이었어요.
말레이시아 출신의 양자경은 뮤지컬ㆍ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받아 들고 "이 자리까지 정말 멋진 여정과 엄청난 싸움들이 있었고, 그걸 겪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라고 운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항상 '너는 소수자'라는 말을 들어 왔다. '너도 영어를 하느냐'라는 말도 들었다"라고 자신이 경험한 차별적 시선을 고백한 양자경은, 아시안계이자 초로의 여성입니다. 그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찾아온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최고의 선물'이라면서 "이 영화는 때로는 눈에 띄지 않는 우리 주변의 여성에게 경의를 보내는 영화"라고 덧붙였습니다.
이후 양자경은 프레스룸에서 "시나리오를 보는데 미국에 이민 온 나이 든 아시아 여성이 주인공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겐 중요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아시아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게 내게는 크게 다가왔다"라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모두 평범한 슈퍼히어로다. 친절과 사랑이 바로 우리의 슈퍼파워"라고도 했어요. 사랑스러운 에블린 부부의 수상이 의미있는 건, 느리더라도 차별과 싸워 승리한 사람들에게 응당 주어져야 할 보상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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