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130)] 김경인·신기원의 아주 특별한 만남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 밴드의 일원으로 활약하던 드러머, 그리고 대학시절 피아노를 전공하고 유튜브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유튜버.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두 아티스트는 ‘음악’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특별한 만남을 갖게 됐다. 밴드 피터팬컴플렉스 드러머 김경인(Kiik), 피아노 치는 유튜버 신기원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서 여전히 활발하게 음악 활동을 하면서 ‘Kiik&신기원’이라는 이름으로 로파이(Lofi) 음악 앨범을 매달 발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달에는 ‘퍼펙트 데이’ ‘포레스트 로드’ ‘더 웨이브’ 등이 총 6곡이 수록된 ‘포레스트 로드’를 들고 대중을 만나고 있다.
-두 사람이 어떻게 함께 하게 됐는지도 궁금한데요, 어떤 인연이 있나요?
경인: 알고 지낸 시간은 굉장히 오래 되었습니다. 싱어송라이터 프롬(Fromm)의 세션으로 만나게 되어 지금까지도 함께 라이브 세션을 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앨범을 기획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경인: 2022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네요. 누군가와의 협업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즈음, 기원에게 제안을 했어요. 기원이가 피아노를 쳐서 파일을 보내주고, 저는 거기에 편곡을 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잘 진행되어 1주일 만에 6곡을 만들어 버렸어요. 그리고 은미 작가는 음악에 어울리는 커버를 만들어요. 3명의 분업이 확실하다고 할까요. 진행이 순조롭게 잘 되다보니 ‘1달에 한 곡씩 꾸준히 내볼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이번엔 ‘포레스트 로드’를 발매했는데요. 앨범에 대한 설명 부탁드려요.
경인: 맑고 청량한 느낌을 담아 보려고 노력한 음악입니다. 앨범의 커버나 음악의 멜로디도 가볍게 산책하며 듣기 좋은 느낌으로 만들었어요. 이제 날씨가 조금 풀린 듯하니, 걸으면서 듣기 좋으실 겁니다.
-앨범 작업에서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이 있다면?
경인: 분위기와 편곡입니다. Lo-Fi 음악은 반복적인 루프음악을 다양한 편곡으로 나타내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이 지치지 않고 편하게 들을 수 있게끔 너무 자극적 이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지루하지도 않게,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최근 대중들이 로파이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아요.
경인: 요즘은 특정 뮤지션의 앨범을 듣기보다는 플레이리스트 위주로 듣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어떤 분위기, 어떤 스타일의 곡들을 지정하여 내가 원하는 것들로 만들어 듣습니다. 공부할 때 듣는 음악, 잠을 청할 때 듣는 음악, 휴식에 어울리는 음악들처럼 가사가 없고 가볍게 듣는 음악의 플레이 리스트를 선호하는 분들이 많은데 Lo-Fi 스타일로 만들어진 곡들이 이런 플레이리스트에 많이 선곡이 되어지는 것 같아요.
-대중들이 이 앨범을 들으면서 무엇을 느꼈으면 하는지. 어떤 평가를 받고 싶은지.
경인: 유행에 따르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듣기 좋은 음악이었으면 좋겠어요. 카페나 길거리나, 혹은 나의 SNS의 배경. 그 어디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곡이면 좋겠네요.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경인: 딱히 힘든 것은 없었습니다. 저희 셋이 작업하는 방식은 크게 불협이 나올 일이 없거든요. 힘들었다기 보다는 개인적으로 편곡에 어려가지 테크닉을 넣어보고 싶어서 공부한 것들 이외에, 머리 아픈 일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재미있었던 일화는 있나요?
경인: 제목을 정할 때는 명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서칭을 많이 하거든요. 사실 ‘미라클 모닝’ 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어요. 의미가 정말 잘 전달된다 생각했고, 마지막까지도 타이틀을 이걸로 할까 말까 정말 많이 고민 했습니다.
-앨범에 대한 반응들도 궁금해요. 특히 해외에서 반응이 좋다고 하던데요.
경인: 기원이와 만든 앨범은 미국과 동남아등지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K-드라마, 케이팝의 작업을 많이 하는 기원이의 기존 팬분들이 많이 들어주시고 있고요. 또 최근 해외에서 발매한 크리스마스 캐롤 음반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리스너분들이 찾아 들어 주셨습니다. 꾸준히 노력한 것들이 조금씩 성과가 나고 있어요.
-프로젝트 앨범의 최종 목표도 궁금해요.
경인: 국내에는 Lo-Fi 음악도, 그리고 매달 발매하는 팀도 저희 밖에는 없습니다. 그만큼 쉽지 않은 것인데요. 국내에도 이런 음악가들이 많아지고 활성화 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프로젝트 앨범은 다작의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로파이 음악씬이 저희의 많은 곡들로 채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월간으로 프로젝트를 꾸미는 것이 힘들진 않나요?
경인: 네, 2022년 힘을 좀 세게 넣었다고 할까요(웃음). 시작이라 조금 무리를 해서 한 것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할 만 하더라고요. 2023년에는 매달 4곡씩으로 줄여서 좀 더 퀄리티에 집중해 보려 합니다. 기대해 주세요.
-다음 달, 그 다음 달에는 또 어떤 곡들이 나올지 귀띔해주세요.
경인: 피아노의 리드미컬한 느낌을 살려서 산뜻한 느낌의 곡들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곧 봄이 올 테니, 좀 더 경쾌한 곡들이 많아지겠죠?
-각자 두 사람의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먼저 경인 씨는 피터팬컴플렉스와는 또 다른 작업이라 매우 흥미로운 작업일 것 같은데요.
경인: 굉장히 다릅니다. 완전 반대의 스타일로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2022년에 밴드 20주년 공연도 하고 전시도 하고 음원도 발매하는 자리를 가졌는데요. 저는 20년 밴드 음악을 했어도 모두 채워지지 않았나봅니다. 욕심이 많은 건지, 아니면 음악을 너무 사랑하는 건지는 몰라도 그간 해온 노하우가 터진 거겠죠. 사실 지칠 때도 되었는데 다시 에너지가 생겨 그저 행복할 따름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신기원 씨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된 계기가 있나요?
기원: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있는 능력으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는데요. 유튜브에 올라온 다양한 커버곡 영상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고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가끔 다른 뮤지션의 곡의 편곡이나 피아노 녹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하면서 다양한 커버곡을 공개하고 계신데요. 김경인 씨와 함께 프로젝트 앨범을 발매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경인 씨에게도 이런 앨범은 의미가 클 것 같고요.
기원: 그동안 커버곡을 많이 올렸는데 이 프로젝트 앨범들은 창작곡이라는 것에 저에게 일단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로파이 음악에 예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혼자서 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었는데요. 서로 잘 하는 부분에 집중하면서 작업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경인: 확장의 의미가 큽니다. 피아노 연주곡 중심으로 발매하는 기원이의 스타일에 저의 편곡이 더해저 다양성을 추가하면 재미있는 작업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기원 씨의 경우도, 많은 드러머와 함께 연주를 했던 경험이 있을 것 같긴 하지만 경인 씨와의 호흡에서 느꼈던 특별한 ‘케미’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기원: 경인누나는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월등히 높은 것 같아요. 작업할 때 제가 코드와 멜로디를 보내주는데 거기에 어울리는 사운드와 비트를 찰떡같이 만들어 내서 늘 감탄하곤 합니다. 그래서 제 멜로디에 로파이 음악을 가장 잘 만들어내는 뮤지션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인 씨는 특히 오래 음악을 해왔던 터라 힘든 순간이나 의도치 않게 변화를 줘야 했던 순간이 있었을 것도 같은데요.
경인: 한국에서 밴드음악을 한다는 것은 정말 녹록치 않습니다. 음악시장도 너무 빠르게 변하고 특수 장르만 선호하는 흐름이 너무 강해서 입지를 굳히는 게 참 어렵죠. MP3가 없던 시절부터 데뷔해 드럼을 연주했는데, 그 시간이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당연히 포기하고 싶은 생각, 수도 없이 했습니다. 밴드 10년차에 음악에 많은 변화를 줘야했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전자드럼을 연주해야했고, 컴퓨터로 음악을 만드는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물론 누가 시킨 것은 아니지만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공부를 했었죠. 그리고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니, 그간 내가 음악을 하며 살아온 것이 환상처럼 느껴졌습니다.
포기하고 싶고, 이걸 왜 하나 하는 많은 생각들이 스쳐 갔지만, 결국 나의 탈출구가 된 것은 음악입니다. 이것만큼 행복한 게 없더라고요.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모든 것들이 온전히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나 스스로를 굉장히 단단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시기를 넘길 수 있었던 원동력이 궁금해요.
경인: 예전에 아는 선배가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버티는 게 진짜 이기는 거라고요. 그때는 좀 없어 보인다고 생각했어요. 못하니까 버티기라도 해라 뭐 그런 의미로 해석한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 그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봅니다. 내 앞에 무슨 미래가 있을지도 모르면서 어리석게 버티기만 하면 안 되는 거죠. 공부하고 결과물을 내고 성과를 내다보면 자연스럽게 버틸 힘이 생기고 그런 것 같습니다.
거창한 꿈을 기대하기보다 매일매일 지치지 않을 만큼만 공부하고 그걸 써먹고 하는 무언가만 있다면 그게 원동력이 되어 꾸준히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질 높은 휴식을 권합니다. 저는 휴식도 잘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휴대폰 그만 보고 자연으로 나가세요. 거기서 주는 에너지를 힘껏 받아오면 책상에 앉는 일이 두렵지 않을 거예요.
-음악인으로서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또 앞으로의 방향성도 궁금해요.
경인: 나는 이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생각하며 음악생활을 놓지 못한 게 있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보다 뛰어난 것도 하나 없었어요. 자책의 연속이었습니다. 데뷔하고 내가 몇 장의 앨범을 냈나, 히트곡이 뭐가 있나 하는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게 나의 발목을 잡을 수 있으니까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음악들을 만들어야 내 머리 속이 편안해 질 테니, 계속 움직일 수밖에 없네요. 창작욕이 많은 사람들은 그냥 창작하면 됩니다. 대신에 창작물은 내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것이라 생각해야 일이 진행 될 거예요.
내 것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을 갖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하고 음악을 합니다. 기원이와의 앨범은 편안하고 가볍게 듣기 좋은 음악으로, 어떻게 하면 트렌디하면서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피아노 소리를 참 좋아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식상하지 않고, 감각적사운드를 만들어야 인기도 있으니까. 각자가 잘 하는 것들을 중심으로, 어디서든 흘러 나와도 잘 어울리는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앞서 프로젝트 팀으로서의 최종 목표를 여쭤봤는데, 두 사람 각자의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경인: 앞으로는 다양한 일러스트 작가나 뮤지션과의 협업도 하고 싶고, 해외에 Kiik의 음악을 더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수많은 리스너들의 Lofi 플레이 리스트에 탑 뮤지션으로 손꼽히는 날을 꿈꾸며 달려 봅니다.
기원: 전 꾸준함이 승리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지금처럼 꾸준히 음악을 만들 생각입니다. 또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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