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민주노총에겐 '헤어질 결심'이 필요하다

문제원 2023. 1. 12. 09:5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노동조합끼리 '내부 총질'하는 것처럼 비칠까 봐 걱정입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사무금융서비스노조(금융노조)가 2020년 7월 탈퇴한 한국은행 노조를 상대로 밀린 조합비 1억8000여만원을 내라며 최근 소송을 제기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탈퇴한 금융감독원 노조를 상대로도 최근 한은과 비슷한 소송을 제기했다.

노동계 안팎에선 금융노조의 이번 소송이 정말 한은의 탈퇴를 막겠다는 목적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끼리 '내부 총질'하는 것처럼 비칠까 봐 걱정입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사무금융서비스노조(금융노조)가 2020년 7월 탈퇴한 한국은행 노조를 상대로 밀린 조합비 1억8000여만원을 내라며 최근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민주노총 탈퇴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니 무효라는 취지다. 이미 2년 전 민주노총을 탈퇴해 고용노동부로부터 기업별 노조로 허가까지 받은 한은으로선 화가 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내부에선 오히려 '아쉽다'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한은 노조 관계자는 "최근 국민이나 정부 등 노조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이 없는데 같은 노조끼리 소송까지 가는 것은 막고 싶었다"며 "대놓고 싸울 상황도 아닌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탈퇴한 금융감독원 노조를 상대로도 최근 한은과 비슷한 소송을 제기했다. 또 얼마 전엔 70% 가까운 찬성률로 탈퇴를 결의한 포스코지회를 상대로 지회장 제명 등 방해 행위에 나서 논란을 일으켰다. 잇따른 탈퇴 움직임에 조급해졌기 때문일까. 자신들의 불법 시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에는 분노하며 '노란봉투법' 도입을 연일 주장하고 있는 민주노총이, 정작 같은 노조에 대한 소송엔 적극적인 모습이다.

노동계 안팎에선 금융노조의 이번 소송이 정말 한은의 탈퇴를 막겠다는 목적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한은이 다시 돌아올 것 같지 않으니, 다른 노조의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해 본보기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이란 의견이 많다. 법률 자문에 따르면 2016년 대법원이 비슷한 사건에 대해 산하 노조의 탈퇴가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총이 탈퇴를 막아 억지로 세(勢)를 지킨다고 해서 잃어가는 노동자와 국민의 신뢰까지 지킬 순 없다. 온라인 기사에 노조를 향한 악플이 쌓이고, '노조 때리기'에 나선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오르고, 산하 노조의 탈퇴가 이어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애초에 한은 노조가 가입 4년 만에 금융노조를 탈퇴하게 된 것도 공공기관으로서의 한은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산별 노조 성격을 강화하며 '투쟁 일변도'로 나가는 것에 대한 한은 내부 부담이 컸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영화 '헤어질 결심'을 만든 박찬욱 감독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제목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결심을 하지만 끝내 헤어지지 못하거나, 아니면 굉장히 고통스럽게 헤어지거나, 그런 생각이 연상됐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도 그동안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켜온 폭력, 불법적 관행과 하루아침에 결별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달라진 국민 인식에 맞춘 자정 노력은 필요하다. 절차적 하자를 들먹이며 떠난 노조의 발목을 잡기보다는, 과거의 악습과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게 먼저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