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미국 코첼라 역사를 바꾸다
[이현파 기자]
▲ 2019년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블랙핑크 |
ⓒ YG 엔터테인먼트 |
걸그룹 블랙핑크가 미국 최대의 뮤직 페스티벌 중 하나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2023(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2023)'의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공연한다. 아시아 뮤지션 역사상 최초, 걸그룹 역사상 최초다.
코첼라 페스티벌은 현지 시각 10일, 블랙핑크가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참여한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코첼라 페스티벌은 4월 14일부터 16일, 21일부터 23일. 2주에 걸쳐 열리며, 블랙핑크는 4월 15일과 21일 무대에 선다.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거장인 프랭크 오션, 라틴 팝의 슈퍼스타인 배드 버니가 헤드라이너를 맡았다. 이외에도 과거 코첼라의 헤드라이너로 공연했던 비요크와 고릴라즈를 비롯 케미컬 브라더스, 포터 로빈슨, 키드 라 로이 등 쟁쟁한 뮤지션들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캘리포니아 인디오에서 열리는 코첼라 페스티벌은 1999년부터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초반에는 록 페스티벌의 정체성이 강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장르를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뮤직 페스티벌의 형태로 바뀌었다. 노선을 변경한 이후, 코첼라는 글래스톤베리에 필적하는 페스티벌의 성지이자, 가장 트렌디한 문화적 이벤트로 각인되었다.
지금까지 비욘세, 건즈 앤 로지스, 레이디 가가, 켄드릭 라마, 라디오헤드 등이 이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로 공연했다. 지난해에는 해리 스타일스와 빌리 아일리시, 위켄드와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가 헤드라이너를 맡았다. 블랙핑크는 4년 전 코첼라의 사하라 텐트 스테이지에서 서브 헤드라이너로 공연한 지 4년 만에, 이곳에서 메인 헤드라이너 자리를 꿰차게 되었다.
8000만 명을 넘는 유튜브 구독자 수가 보여주듯 블랙핑크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팬덤을 보유한 걸그룹이다. 지난해 정규 2집 < BORN PINK >가 케이팝 걸그룹 역사상 최초로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데에 이어, 코첼라 메인 헤드라이너를 맡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 2023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라인업 포스터 |
ⓒ Coachella |
올해 코첼라 페스티벌의 라인업은 오늘날 대중음악계의 흐름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지표다. 우선 헤드라이너 세 팀 중 두 팀이 비영어권 국가 출신의 뮤지션이다. 코첼라 역사상 최초로 세 팀의 헤드라이너(프랭크 오션, 블랙핑크, 배드 버니) 중 영미권의 백인 아티스트가 없는 해이기도 하다.
블랙핑크가 첫 번째 케이팝 헤드라이너라면, 배드 버니는 코첼라의 첫 번째 라틴팝 헤드라이너다. 지난 2022년 8월, 배드 버니는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VMA)에서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수상하면서, "내 문화와 언어를 바꾸지 않고도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배드 버니는 스페인어를 활용한 레게 톤 음악과 함께, 2020년과 2021년 스포티파이 스트리밍 1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올해 서브 헤드라이너를 맡은 바르셀로나 출신의 팝스타 로살리아, 콜롬비아 출신의 칼리 우치스, 멕시코 출신의 베키 지 등 히스패닉-라틴 계열 뮤지션의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블랙핑크는 물론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아시아 뮤지션의 비중 역시 의미있게 짚어보아야 할 지점이다. 지난해에는 아시아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음악 레이블 88 라이징의 합동 무대 'Head In The Clouds Forever'가 메인 스테이지에서 펼쳐졌다. 투애니원의 깜짝 재결합 에스파, 비비, 윤미래의 코첼라 데뷔 역시 이곳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이 무대에 등장했던 갓세븐 출신의 잭슨 왕은 올해 솔로 무대를 배정받았다. 블랙핑크 이외에도 한국인, 한국계 뮤지션의 이름이 눈에 띈다. DPR 크루의 DPR LIVE, DPR IAN 등 한국 힙합 신의 뮤지션들이 합류했으며, 미국에서 활동하는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예지(Yaeji) 역시 이름을 올렸다.
라틴팝과 힙합, 일렉트로니카 등의 뮤지션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편, 과거에 비해 록 밴드의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970~1980년대 뉴웨이브의 전설인 블론디(Blondie), 2000년대 스트록스의 등장을 떠올리게 하는 2020년대 밴드 웻 레그(Wet Leg) 등 신구의 조우 역시 이뤄질 예정이다.
장르 선호도에 따라 호불호는 갈리겠으나, 올해 코첼라 페스티벌은 빠르게 바뀌는 음악계의 흐름을 정확히 축약해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올해 코첼라 페스티벌은 예년처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황 중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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