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분의 혈투,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삼산의 밤'
[유준상 기자]
▲ 11일 오후 2022-2023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맞대결이 펼쳐진 인천삼산월드체육관 |
ⓒ 유준상 |
추격하려는 팀도, 선두 자리를 지키려는 팀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 어느 때보다 '삼산의 밤'은 뜨거웠다.
1위 현대건설은 11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2위 흥국생명과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2(30-28, 25-20, 16-25, 21-25, 15-11)로 승리를 거두었다. 4연승을 질주한 현대건설(19승 2패 승점53)은 흥국생명(16승 5패 승점48)과 승점 차를 더 벌렸다.
▲ 승리의 기쁨 만끽하는 현대건설 11일 흥국생명과 원정 경기서 승리를 거둔 이후 기뻐하는 현대건설 선수들 |
ⓒ 유준상 |
풀세트 접전, 선두의 저력 발휘한 현대건설
1세트 초반만 해도 홈 팀 흥국생명이 분위기를 압도했다.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의 활약을 앞세워 12-5까지 달아났다. 재활로 인해서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가 경기에 나서지 못한 현대건설로서는 반전의 계기가 필요했다.
'베테랑' 황연주가 나섰다. 흥국생명이 15-10으로 앞서던 상황에서 퀵오픈에 이어 서브득점을 만들었고, 정지윤의 블로킹 득점으로 순식간에 격차를 좁혔다. 20점 고지를 밟기 전에 균형을 맞추는 데 성공한 현대건설은 5번의 듀스 접전 끝에 1세트를 승리했다.
1세트의 기세를 이어간 현대건설이 2세트마저 이기면서 흥국생명은 셧아웃 패배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홈 팬들의 응원에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 3세트 17-14에서 4연속 득점으로 상대의 추격을 뿌리치고 리드를 지킨 흥국생명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내친김에 4세트까지 따내며 경기를 5세트까지 끌고 갔다.
두 팀이 팽팽하게 맞서던 11-11까지는 누가 승리할지 장담할 수 없었지만, 한순간에 승부의 추가 현대건설 쪽으로 기울어졌다. 이다현의 블로킹 득점으로 리드를 잡은 현대건설은 더 이상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14-11에서 고예림의 서브가 엔드 라인 안쪽에 떨어지며 145분간 펼쳐진 혈투에 마침표가 찍혔다.
▲ 현대건설을 상대로 분전했지만, 승리를 가져오지 못한 흥국생명 |
ⓒ 유준상 |
코치 2명 남은 흥국생명, 선수들 뒤 지킨 것은 팬들
흥국생명에서는 경기 내내 분전한 '에이스' 아포짓 스파이커 옐레나(31득점)가 선수들을 이끌었고, 컨디션을 끌어올린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24득점)도 힘을 보탰다. 다만 2시간 넘게 경기를 잘 치르고도 마지막 5분여를 버티지 못했다. 부족한 뒷심에 무릎을 꿇었다.
현재 흥국생명은 악조건 속에서 4라운드를 소화하는 중이다. 팀에 남아있는 코치진이라고는 김대경 감독대행, 최지완 코치 단 두 명밖에 없다. 차기 감독으로 내정될 것이 유력했던 김기중 감독은 끝내 감독직을 고사했다. '감독대행의 대행' 체제나 다름이 없는 셈이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흥국생명이 힘을 내야 했던 이유는 분명했다. 선수들의 뒤를 지켜준 팬들이 있었다. 패배가 확정되고 팀의 연승도 '4연승'에서 멈췄지만, 자리를 지킨 팬들은 코트를 빠져나가는 선수들을 격려했다. 마무리 스트레칭을 끝내고 일어선 김연경이 손을 흔들어 감사함을 표현하자 관중석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행복배구', '팬들은 선수들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흥국생명 팬들이 자발적으로 배포하고 있는 응원도구에 적힌 문구다. 팬들에게는 좋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활짝 웃으며 코트를 누비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승리한 팀은 승리한 팀대로, 패배한 팀은 패배한 팀대로 긴 여운을 남긴 '삼산의 밤'이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 사라지지 않는 카톡... 엄마와 열살 동생의 쌓이는 메시지
- '국민OO녀'라니... 수지의 용기 있는 반격
- 한국 비료공장 유해폐기물,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4년 넘게 방치
- '힘 추구 국방' 설파 윤 대통령 "종전선언이네 하는 데서 벗어나야"
- 3040 열광하는 '슬램덩크', 이제야 이유를 알겠다
- 지구를 지키는 '초딩 영웅'의 따끔한 한마디 "어른들!"
- 제자의 느닷없는 질타 "선생님은 왜 명문대를 선택하셨나요?"
- '국민 영웅' 지단 무시하더니, 쫓겨난 프랑스 축구협회장
- 이상민 장관의 실토, 잘못이 확실히 확인됐다
- 펑펑 울고 이태원 참사 청문회에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