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건물에 있을 때 지진나면 어떻게 대피할까? [살아남기]

오상훈 기자 2023. 1. 1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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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9일 오전 1시경, 인천 강화군 서쪽 25km 해역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했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없었지만 30건의 지진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대체로 건물이 흔들렸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묻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더 이상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관측들이 나온다. 러시아 극동연방대학은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 한반도 지각을 변화시켜 지진의 빈도와 규모가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도 지난 12월 발표한 괴산 지진 보고서를 통해 괴산 지진의 원인은 조곡단층의 소규모 지하 단층 파열로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놨다.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는 “수도권의 암반은 단단해서 규모가 큰 지진이 발생하려면 지각변동에 의한 충격이 오랜 시간 누적돼야 했다”며 “그런데 동일본 대지진으로 수도권 암반이 동서방향으로 3cm 정도 끌려가면서 충격이 누적되기 쉬운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과 달리 규모가 큰 지진 위험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10년 간, 한반도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규모 4.9 이상의 지진이 10건 넘게 발생했다.

사람은 하루의 80%를 실내에서 보낸다. 실내에 있을 때 지진이 발생하면 튼튼한 탁자 아래에 들어가 있다가 잠잠해지면 공터 등 넓은 공간으로 대피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공간은 다양하다. 밖으로 나오는 게 어려운 고층건물에서 일하다가, 책상이 없는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다가 지진을 맞을 수도 있다. 공간 유형별 지진 대피 요령에 대해 행정안전부 자료와 전문가 코멘트로 정리해봤다.

고층건물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대나무처럼 마디를 나누고 철골 기둥을 두껍게 만드는 내진설계 덕분이다. 내진설계가 적용된 30층 이상의 고층건물은 규모 6.0∼6.5,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는 규모 9의 지진을 견딜 수 있다. 굳이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았더라도 15층 정도의 건물은 지진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건물이 흔들리면서 지진 에너지를 흡수하는 댐핑 현상 덕분이다.

고층건물에 있을 때 주의해야 할 건 창문이나 천장 마감재다.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는 “사실 지진 사상의 원인은 지진 그 자체이기보다는 부서지는 구조물이나 마감재”라며 “특히 창문 유리 파편이 위험한데 책상 아래에 들어가더라도 창문으로부터 떨어진 건물 중앙부가 좋다”고 말했다.

지하는 붕괴 가능성은 낮지만 화재나 정전에는 취약하다. 화재는 지하 공간을 유독가스로 채우고 정전은 탈출을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지하에서 지진을 맞는다면 흔들림이 심할 땐 비교적 붕괴 가능성이 적은 기둥 옆에 있다가 잦아들면 출구로 신속하게 대피한다. 자동으로 비상등이 켜지지 않았다면 휴대폰 플래시 등을 켜고 출입구를 찾아 침착하게 대피한다.

3층 정도의 저층 건물은 붕괴 가능성이 높다. 내진설계도 적용되지 않았고 짧은 시간 여러 번 흔들리면서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6년 경주 지진 당시, 균열 등 건물 피해는 1~3층 저층 건물에 집중됐다. 공하성 교수는 “최초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탁자 밑에 대피했다가 진동이 잦아들면 공터로 이동하는 게 매뉴얼”이라며 “이동할 때 건물과는 건물 높이의 최소 1.5배 정도는 간격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지진은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홍 교수는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내진 성능으로 관측소의 정보가 피해 위험이 큰 원자력발전소, 고속철도 등으로 바로 전달되는 시스템”이라며 “그 다음으로는 지진 대피 훈련이나 교육인데 지진이 발생하면 당황할 가능성이 크므로 자주 있는 공간에서 대피 훈련을 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경주 지진 이후 지진 대피 훈련이 늘긴 했지만 의무가 아니라서 아직 실시하지 않는 기관들이 많다”며 “지진 대피 훈련과 더불어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창문에 비산 방지 필름을 부착하는 것 등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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