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관객들 아바타 외면, 3위로 미끄러져…슬램덩크에도 졌다
자국 콘텐츠 소비 강한 일본 특성 반영
일본 포경산업 비판 내용에 관객 등돌려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전 세계 흥행 돌풍을 일으킨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2: 물의 길’이 일본에서는 부진한 흥행 실적으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바타는 일본 박스오피스 집계에서 1, 2위 자리를 모두 일본 애니메이션에 내주고 3위로 주저앉은 상태다. 아바타 영화에 전반적으로 흐르고 있는 일본 포경산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일본 관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일본 내 영화 관련정보를 집계하는 '일본 흥행통신사'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8일간 일본 박스오피스 1위는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차지했다. 2위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이었고, 아바타는 3위를 기록했다.
관객 수로도 흥행 차이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1위 슬램덩크의 경우 지난주 금·토·일 31만9000명이 관람했고, 개봉 38일간 누적 관람객 수는 527만명을 기록했다. 2위인 스즈메의 문단속도 주말 동안 28만1000명이 관람했고, 누적 관람객은 913만명에 육박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모두 1, 2위를 차지한 가운데 아바타는 3위로, 금·토·일 기준 14만7000명이 관람했다. 누적 관객 수는 173만명에 그쳐 200만명선도 채 넘지 못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해외 분위기와 상반되는 부분이다. 한국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한국에서 지난달 14일 개봉한 아바타는 개봉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이다. 현재 누적 관객 수 890만명으로 900만명 돌파를 곧 눈앞에 두고 있다.
흥행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분위기다. 아바타의 국가별 흥행수익에서 1위는 1억8830만달러(2346억원)를 기록한 중국이었고, 2위는 프랑스(1억720만달러), 3위는 독일(9260만달러), 4위가 한국(8560만달러), 5위가 영국(6910만달러)이었다. 일본은 5위까지 순위권 집계에 들지도 못했다.
물론 처음부터 일본 관객이 이번 아바타 신작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일본에서 아바타 1편은 2009년 일본 박스오피스 최대 흥행을 기록했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 이번 개봉도 1466개 스크린에서 상영을 결정할 정도로 기대가 높았다. 이는 2012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1092개 스크린에서 상영된 이후 역대 최대 수치다. 그러나 개봉 이후 성적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사실 일본 영화계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본 특수’는 처음이 아니다. 일본은 ‘어벤져스가 유일하게 패배한 나라’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전 세계 돌풍을 일으켰을 때도 잠깐 1위에 들었지만, 곧바로 개봉한 ‘명탐정 코난: 감청의 권’에 밀려 순위에서 밀려나야 했다.
일본 영화계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애니메이션 강국’이라는 특성이다. 이미 자국 애니메이션에 익숙해 외화를 소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 영화 평론지는 “일본의 경우 자국 콘텐츠가 지나치게 강하다. 해외 콘텐츠가 관객을 사로잡을 틈이 없다”고 분석했다.
영화관 문제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해당 매체는 “이번 편은 초당 프레임 수를 2배 늘리는 등 고도의 기술을 적용했는데, 출력에 부하가 걸려 상영이 중단되는 극장도 있었다”며 “2D 상영관 대신 3D나 4D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졌을 것”이라고도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흥행 부진에 아바타 영화가 일본 포경산업을 비판했다는 여론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일본에서는 아바타 줄거리 중 고래와 비슷한 ‘툴쿤’을 사냥하는 장면에서 작살에 ‘일포(日浦)’라고 적혀 있는 화면이 나오면서 비판여론이 확산됐다.
이에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카메론 감독이 일본의 포경 산업을 비판했다며 사실상 반일 영화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야후 재팬 등 포털 사이트의 영화 리뷰 페이지에서 아바타는 ‘별점 테러’를 받고 있다. 또한 아바타 공식 트위터에도 일본인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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