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나는 국민의힘 '쩐당대회'…"선거비 10억 훌쩍"

금보령 2023. 1. 12.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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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 기탁금 9000만원으로 확정
공식 비용보다 비공식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국민의힘 새 지도부를 뽑는 3·8 전당대회가 벌써부터 '억' 소리가 난다. '당원 투표 100%'로 진행되는 이번 전대는 어느 때보다 '조직력'이 중요해진데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비대면으로 진행된 2021년과 달리 대규모 행사로 치러지면서다.

1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한 기탁금은 당대표는 예비경선 4000만원, 본경선 5000만원 등 9000만원이다. 최고위원 후보는 4000만원이고, 청년 최고위원은 원내와 원외 구분 없이 1000만원으로 동일하다.

당대표 기탁금만 1억원…후보 사퇴해도 못 돌려받아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로 당선된 이준석 후보와 최고위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당대표 선거의 경우 기탁금만 봐도 1억원 가까이 드는 셈이지만 서울을 포함한 전국 각 지역에 두고 있는 사무실 임대료와, 공보물 제작, 문자 발송 등의 비용까지 합치면 숫자는 더욱 커진다.

여의도 주변 사무실의 월 임차료는 크기에 따라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사무실을 차렸거나, 이달부터 계약했더라도 2~3개월 임차료만 수천만원을 지출해야 한다. 사무실 두세 곳을 계약하는 캠프도 있어 임차료는 더 추가될 수 있다.

문자메시지도 한 통에 20원으로 책정했을 때 책임당원 80만명에게 보내면 한 번에 1600만원이 들어간다. 통상 문자메시지 전송을 5회로 제한하고 있어 이보다 적은 4회를 보낸다고 해도 6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공보물 또한 제작업체나 쪽수 등에 따라 다르지만 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까지는 공식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이지만, 비공식적으로 나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공식 비용보다 비공식 비용이 훨씬 더 많다고 얘기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역에 갈 때마다 조직을 구성해 사람을 모으려고 하면 그것만 해도 엄청나다"며 "앞에서는 선거 기간이니 식사 비용을 내지 못한다고 말을 하겠지만 한 표라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낼 수밖에 없다. 그것만 해도 1억원 이상 넘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당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는 한 정치인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본인 선택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정말 많이 쓸 경우 10억원도 충분히 넘긴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 선거비용 3000만원…"전국적 인지도 있어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쩐의 전쟁'을 하지 않고도 선거에서 승리한 선례는 있다. 이준석 전 당대표는 지난 전대 당시 사무실을 차리지 않았고, 문자메시지도 발송하지 않았다. 공보물은 손편지로 대신했다. 이렇게 해서 이 전 대표는 약 3000만원 정도로 선거를 치렀다. 다만 이는 '전국적 인지도'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방송에 자주 나오면서 얼굴과 이름이 알려져 있던데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을 이미 잘하고 있었기에 적은 돈으로도 가능했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로 실시했던 지난번과 달리 서울 잠실 핸드볼 경기장에서 열리는 만큼 비용 측면에서 지난번의 몇 배나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원투표 100%로 실시되는 첫 선거인 점도 한몫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인지도가 없으면 결국 조직표에 기대야 하는데 사람을 모아야 하는 일이다보니 결국 돈을 쓰게 되는 구조가 된다"며 "다시 '쩐당대회'로 회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정 득표율을 확보하면 선거비용을 어느 정도 돌려받는 선거등록비와 달리 기탁금은 선거관리비용으로 쓰다보니 출마 부담은 더욱 커진다. 국민의힘 당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규정' 제6장 제30조에 따르면 기탁금은 선거관리 비용으로 사용하고 잔여분은 특별당비로 당에 귀속된다. 후보자가 사퇴하거나 등록이 무효돼도 기탁금은 특별당비가 된다.

후보자가 되면 후원회를 열어 후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최대 1억5000만원까지 모금이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지출 비용 대비 턱도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후보자가 누구냐에 따라 최대 비용까지 모금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른다"며 "이런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전당대회에 도전하고 싶어도 고민을 안할 수가 없다. '출마 요구'를 받는 인물들 중에도 이 같은 이유로 고민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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