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트렌드]시니어 위한 디자인이 모두를 위한 것

2023. 1. 1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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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 소식이 연일 전해졌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정상 개최돼, 3100개 기업과 10만명의 참가로 성황이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삼성, SK, LG와 같은 대기업은 물론이고 스타트업과 정부 기관들이 대거 참가했다.

올해 행사는 5G, 디지털헬스, 지속가능성, 메타버스와 크립토 등 총 24개 주제로 열렸다. 그 중 필자는 패밀리&라이프스타일 세션에 주목했다. 스마트홈 확장의 세부 주제로 시니어의 안전한 독립 생활(Virtual Care and Independent Living: Keeping Seniors Safe)을 위해 어떤 기술들이 구현 가능하고 향후 개발이 필요한지가 다뤄졌다. 이 세션에는 다양한 경력을 가진 4명의 연사들이 발표를 담당했는데,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신성장 사업과 관련해 "올해 안에 시니어케어 보조로봇 X1(가칭)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히는가 하면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스마트한 연결을 통해 ‘어떤 경험을 줄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미래 기술 현장에서 시니어의 일상을 고려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 같았다. 이는 소비능력을 갖춘 시니어가 증가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한국에서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가장 어려움을 경험한 사람들 중 시니어가 있었다. 일상이 순식간에 크게 변화하면서 디지털 격차 문제가 바로 소외, 삶의 제약을 가져왔다. 한동안 주문형 키오스크나 배달앱 사용에 좌절감을 느끼는 어르신 이야기가 화두였다. 나이듦이 서글프다고 했다. 하지만 실상 3040세대들 중에서도 비대면 서비스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고, 이는 비단 시니어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기술 혁신에 따라 제품 기능은 점차 첨단화되고 있는데, 새로운 사용법을 익히는 것은 어려워지고 있다. 누군가는 편리해졌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힘들어한다. 사용자의 행동을 고려하기보다 기술 자체나 기계와 프로세스 최적화에 집중된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직관적인 디자인과 단순화된 사용법을 제시하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 공감을 얻고 있다. 시작은 장애를 위한 '배리어 프리'였는데, 고령화와 다양성 사회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점차 개념과 적용하는 곳이 확장 중이다.

유니버설 디자인(UD)은 성별, 연령, 국적, 신체 조건이나 장애 유무로 인한 차이가 차별이나 불편함이 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소외되는 사람 없이,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한다는 가치를 담고 있다.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다른 사람의 배려나 도움 없이도 사용하기 용이하도록, 다양성을 생각하는 디자인이라는 의미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인데 특히 시니어 산업 분야에서 흥미로운 사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고령화나 초고령화를 향해 가는데 소비시장과 노동시장이 대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시력이 약해진 고령자 이용이 쉽도록 웹사이트의 내용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병원 웹기능이 있는가 하면, 큰 활자의 책으로 채워진 프리미엄 서점도 있다. 굿그립(good grip)이란 제품은 악력이 약한 사람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잼)병따개인데, 이를 만든 OXO는 연달아 관련 제품을 출시하며, 시니어는 물론 주부에게도 큰 호응을 받으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프랑스에서는 ‘틸팅 싱크’가 출시 되었다. 아이들은 물론 굽은 허리의 시니어나 휠체어에 탄 채로도 사용이 가능한 형태의 변형 세면대이다.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농촌에 가장 많이 지어지고 있는 스마트팜에는 아예 계단을 없애고 슬로프를 설치하고 있다.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저상버스도 타고 내릴 때 모두에게 편리하다. 보쉬 같은 글로벌 기업은 시니어 공정 전문가들의 은퇴를 늦추거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화로 인한 신체 기능 저하를 보조할 수 있도록 공장의 조명과 작업대를 개선하는 가 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포용적인 디자인(Inclusive Design) 원칙을 전사적으로 내세운다.

국가적 차원에서 사례로는 중국을 빼놓을 수 없다. 2020년 중국 정부가 앱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언론, 쇼핑, 정부기관 앱 등 42개)을 지정해 고령자를 위한 개선을 명령했다. 강력한 규제 시행에 발맞추어 시니어 버전 혹은 편의성이 높은 서비스들이 출시되었는데, 그 개선 속도가 놀라울 정도다.

‘고령화의 공포를 이겨 낼 희망의 경제학’이란 부제를 가진 조지프 F.코글린의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란 책의 내용 중 공감이 가는 부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모든 세대가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 디자인’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초월적 디자인’을 추구해야 한다. 즉 소비자의 열망을 일으키고 의미를 제공하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소비시장에서 점진적 개선은 일어나고 있지만, 혁신은 초입인 듯하다. 열광을 일으킬 혁신의 흐름을 이끄는 자, 누구일까?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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