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와인 또는 5만원 과일세트…설 선물도 양극화

김정완 2023. 1. 1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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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스 아니면 가성비…불황형 소비트렌드

설을 앞두고 초고가 선물 세트의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실용적인 가성비 선물세트 또한 인기를 끌면서 선물 시장에도 소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기간 중 거리두기로 인해 확대돼 온 고급선물 문화가 이어지는 한편,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에 실용과 실속을 따지는 고객이 함께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억대 와인·고품질 한우…소비 침체에도 '프리미엄' 팔린다

백화점 업계가 순차적으로 설 선물세트 본판매를 시작한 지난 3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 설 선물세트가 진열되어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업계는 '최고급' 상품 강화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새해부터 전국 16개 식품관에서 300억원 규모 물량의 '설 명절 프리미엄 와인 선물 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이 중 디저트 와인의 황제라 불리는 '샤토 디켐' 버티컬 컬렉션은 1945년부터 2015년 사이에 생산된 샤토 디켐을 빈티지(생산 연도)별로 1병씩 모은 구성으로, 총 64병에 가격은 2억6000만원이다.

롯데백화점은 설 고급 선물의 대표로 꼽히는 '한우' 세트 품질 상향에 힘썼다. 특히 올해는 1+ 등급 이상의 프리미엄 한우 선물 세트 품목 수를 40% 이상 늘렸다. 대표 상품은 150만원 상당의 '프레스티지 No. 9 특선 GIFT', 85만원에 구성된 '지정농장 명품 혼합 GIFT' 등이다.

이 같은 '프리미엄' 전략은 다양해진 고객의 수요와 기호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 2~5일간 프리미엄 한우 설 선물 매출은 지난 설 대비 약 20%의 신장세를 기록했다. 코로나 기간 중 거리두기 여파로 선물에 공을 들이는 문화가 올해에도 이어지는 추세다.

다이아몬드·골드바, 자동차까지 등장

편의점업계가 내놓은 이색 선물 세트에도 '프리미엄'이 붙었다. BGF리테일의 CU는 설을 맞아 이례적으로 자동차를 내놨다. 차량 기본 사항은 카니발 4세대 시그니처 9인승(가솔린)으로 프라임(7430만원), 써밋(8880만원), 에어포스원(1억2000만원) 총 3가지 사양으로 구성됐다.

다이아몬드와 골드바도 등장했다. 이마트24는 국내 최대 보석감정원인 '우신'이 인증한 3.27캐럿 다이아몬드를 판매한다. 그동안 명절 선물로 선보인 다이아몬드 가운데 가장 큰 사이즈로, 가격은 5990만원이다. GS리테일의 GS25도 황금토끼 골드바 7.5g(2돈, 76만4000원), 37.5g(10돈, 371만3000원)을 비롯해 11.25g(3돈, 113만2000원), 37.5g(10돈, 371만5000원) 등 코인 3종을 판매하고 있다.

실용성 우선 '가성비' 선물 세트 수요도 함께 늘어

백화점 업계가 순차적으로 설 선물세트 본판매를 시작한 지난 3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 설 선물세트가 진열되어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그런가 하면 가성비에 주안점을 둔 선물 세트도 인기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9일까지 선물 세트 사전예약에서 5만원 이상 10만원 미만의 선물 세트 매출이 지난해 설 대비 45.1% 증가했다. 대표 상품으로는 사과와 배, 샤인머스캣으로 구성된 시그니처 샤인&사과&배(6만200원), 피코크 샤인머스캣 혼합(9만9400원), 영광 간편팩굴비 세트(20%할인, 7만2000원), CJ스팸12호(5만9900원) 등이 있다.

롯데마트의 설 사전 예약판매(12월1~27일)에서도 10만원 미만의 물가안정 기획 세트 물량이 지난 추석보다 50% 이상 확대됐다. '한우 갈비세트 2호(찜갈비 600g*2,양념소스)'와 '한우 정육세트 2호(국거리500g*2,불고기 500g*2)'를 엘포인트 회원가 9만9000원에 판매한다. '깨끗이 씻은 GAP 사과(11-12입/3㎏내외)'와 '전주 한옥토 배(6-10입/5㎏내외)'는 각 엘포인트 회원가 2만9900원, 3만5900원에 판매 중이다.

온라인 유통채널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감지된다. GS샵 온라인몰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6일까지 '위대한 설' 기획전의 열흘간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체 구매 상품 가운데 10만원 미만 상품 판매 비중은 무려 80%를 차지했다. 지난해 62%를 차지한 것과 비교해 1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가성비 좋은 선물 세트를 찾는 이들이 늘어난 데에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경제 사정이 반영됐다. 아울러 고소득층 위주의 '플렉스 소비(과시형 소비)'도 동시에 늘면서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불황형 소비'의 전형적인 특징으로 꼽힌다. 명절 선물 세트는 경기가 위축될수록 고가 제품과 실속형 상품이 동시에 인기를 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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