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은 북핵, 한·중은 코로나 관심…인플레엔 3국 한뜻 [新애치슨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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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 1월 미국은 소련과 중국의 확장을 막기 위한 ‘애치슨 라인’을 발표했다. 그리고 5개월 뒤 애치슨 라인 밖에 위치하게 된 한반도에선 전쟁이 발발했다. 73년이 지난 2023년 한국은 다시 미ㆍ중의 공급망 전쟁으로 그려질 ‘신(新)애치슨 라인’의 최전선에 서 있다.
중앙일보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소장 박수진 교수)와 함께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 한국 외교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아르스프락시아’는 아시아연구소의 의뢰로 2020년 1월~2022년 9월 30일까지 한ㆍ미ㆍ일ㆍ중 4개국 824개 언론사의 기사 550만여건을 빅데이터 분석했고, ‘한국리서치’는 지난달 6~9일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심층 웹설문 조사를 진행했다.(95% 신뢰수준ㆍ표집오차 ±3.1%ㆍ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
」
중앙일보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공동으로 한·중·일 언론의 최근 3년간 보도 내용을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 각국이 가진 경쟁과 협력 과제가 교차해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국이 서로를 협력의 상대인 동시에 경쟁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뜻한다.
한·일 간에는 ‘북핵 문제’, 한·중 간에는 ‘코로나19’가 공동 과제로 나타났고, 우크라이나 전쟁 후 세계 경제를 휘청이게 하고 있는 ‘물가 상승(inflation)’은 3국 공통의 관심사였다. 이러한 결과는 한·일 관계에선 북핵 대응이 협력의 계기가 될 수 있고, 한·중 간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인적 교류 확대가 양국 관계 개선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인플레이션 극복을 위한 3국 간 협력 방안이 나올 경우 한·중·일 모두의 공감대를 얻는 데 더 용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일의 공통된 우려와 협력 가능성은 양국이 서로를 주로 ‘미사일(missile)’과 관련된 프레임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실제 일본은 북한이 지난해 탄도미사일을 역대 최다 빈도(38차례, 70여발)로 발사하자 한국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북한을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장외 성명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 10월 북한이 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상공을 넘어가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학교 수업을 취소하고 신문 호외를 배포하는 등 국내적으로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일본 또한 한국만큼이나 북핵 위기를 실제적 위협으로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 한·미·일 3국 정상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회담에서 북한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정보의 사후 교환이 아닌 즉시 교환 방식이라는 점에서, 현재 종료 유예 상태로 애매하게 남아있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보다도 발전된 형태로 평가된다. 이는 북핵 협력에 관해선 한·일 모두가 여론의 동의를 얻기가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한·중 간에는 ‘코로나19’가 공통된 우려였고, 이외에 ‘기술’, ‘관광’도 유의미한 키워드로 분석됐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한국판 인도·태평양전략에서 정부는 첨단과학기술·경제안보ㆍ기후 등에서의 대중 협력을 배제하지 않았다. 물론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에 출범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미·중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국의 기술력이 양국 사이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외교 레버리지’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 ‘관광’이 한·중 공통의 관심사로 나타난 점도 주목된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양국간 인적·물적 교류가 상당 부분 제한을 받았는데 향후 방역 빗장이 풀릴 경우 관광 등의 인적 교류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 정부는 지난 10일 한국인의 중국행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하면서 교류 확대에 대한 양국 국민의 기대감에 역행하는 태도를 보였다.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속화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은 한·일, 한·중 공통의 관심사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였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전보다 3.7% 올라 2차 석유파동 이후 약 41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보였다. 중국 또한 지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여 만에 최고 폭인 2.8% 상승했지만 현재는 1%대(지난해 11월 기준 1.6%)로 잦아든 상황이다.
한편 한국이 일본과는 '미사일'과 '물가', 중국과는 '코로나19'와 '물가'라는 관심사를 공유한 것과 달리 중국과 일본 사이엔 유의미한 공통의 관심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지정학적으로도 일본과 중국 사이에 위치한데다 중·일 모두와 독자적 공동 관심사를 확보한 한국이 이러한 구도를 활용해 동북아 3국 협력에서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기획취재팀=강태화ㆍ정영교ㆍ정진우ㆍ박현주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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