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천공항 외국인 소변 난동에…법무-경찰 갈등 커진 사연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된 외국인 승객 신병 처리를 놓고 법무부와 경찰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시발점은 지난해 8월 법무부가 인천공항 내 출국대기소(옛 송환대기소) 운영을 가져오면서다. 출국대기소는 입국이 거부된 외국인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 임시로 머무는 시설로 공항 보안구역 안에 마련돼 있어 일반인에게 친숙하진 않다. 그동안 민간 항공사가 꾸린 항공사운영위원회가 대기소 운영을 맡았으나 출입국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지난해 8월부터 법무부가 맡고 있다.
법무부와 경찰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해 연말 무렵이다. 튀르키예 국적 A씨 신병 처리를 놓고 양쪽이 대립했다. A씨는 인천공항을 경유해 싱가포로에 도착했지만 공항에서 입국을 거절당했다. A씨는 국내 B사 항공기에 올라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는데 기내에서 문제가 생겼다. A씨가 기내에서 옷을 벗어 던지고 고성을 지르는 등 난동을 부린 것이다. 이에 승무원들이 A씨를 포승줄로 묶어 공항 도착 직후 인천공항 경찰단에 인계했다. 지난해 12월 21일의 일이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조사를 끝내고 인천공항 출국장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A씨는 이상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공공장소에서 소변을 봤고 옷을 벗어 던졌다. 항공사 직원의 제지도 통하지 않았기에 다른 승객이 위해를 입을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 이었다. 이에 공항경찰은 A씨의 신병을 확보한 뒤 병원 진료를 위한 입국 허가를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에 요청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입국을 불허했다. 공항경찰단 관계자는 “법무부 측의 입국 불허로 끝내 병원으로 데려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출국대기실에선 A씨가 환승객이란 이유로 받아주지 않았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병원 퇴원 후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입국을 허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A씨의 경우) 자국 영사의 도움이나 지원을 받기 어려웠고 병원 입원 시 비용 부담과 퇴원 후 안전한 출국을 지원할 조력자가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항공사의 책임 아래 신속하게 본국으로 송환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경찰에도 설명했다”고 말했다. 출국대기실 사용 불허와 관련해선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단순 경유자는 입실 대상이 아니다”고 답했다.
A씨 사례는 출국대기소 업무 전환에 따라 생겨난 보안 사각지대를 보여준다. 출국대기소 업무가 정부로 넘어온 건 2021년 출입국관리법이 개정되면서다. 법무부는 “20년 만의 대전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항공업계에선 에어사이드(입국 심사 전 보안구역) 보안은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민간이 애매하게 섞인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출국대기소 관리와 송환 등을 교통안전국(TSA)이 담당한다. 비용은 정부가 우선 부담하고 항공사 등에서 기부를 받아 충당한다. 항공사운영위원회 관계자는 “출국대기소 관리를 정부가 맡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됐지만 세부조항이 마련되지 않아 에어사이드 보안이 사각지대가 됐다”며 “선진국처럼 입국 거부자 관리는 민간이 아닌 국가가 전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문제는 A씨와 같은 환승객과 입국 불허자가 올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입국 불허자의 경우 2019년 7만3020명에 달했지만 코로나로 여객이 급감하면서 2021년에는 714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올해는 공항 여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입국 불허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항공 업계에선 출국대기소 운영 인력이 크게 줄어든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인천공항 출국대기소 운영 인력은 법무부로 업무가 이관된 후 기존 50여 명에서 15명으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여권이나 사증(비자) 미소지 승객을 태워 온 경우엔 항공사가 출국 비용을 부담하는 게 맞지만 입국 거부는 정부에서 결정하기에 민간에 부담을 지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인천=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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