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단둘이 점심한 여야 원내대표…둘만 아는 속내 털어놨다
“가끔 보면 우애 깊은 형제같다.”
여야가 팽팽하게 대립하며 1월 임시국회 일정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지만, 협상 카운터파트너인 두 사람에 대해선 이런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9살 터울인 주호영(63) 국민의힘, 박홍근(54)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얘기다. 살얼음판 같은 여야 대치 상황에도 두 사람은 지난해 말 2023년도 예산안 막판 합의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최근 두 사람은 표면적으로는 1월 본회의 개최 여부를 놓고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주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KBS라디오에서 “설 연휴 전까지 긴급하게 처리할 현안이 없어 본회의를 열 필요가 없다”고 하자, 박 원내대표는 11일 같은 방송에서 “국민의힘이 본회의 소집에 대해 부정적이다 보니 국회가 일을 못 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두 사람의 물밑 대화는 여전히 활발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가 수시로 주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임시국회 좀 엽시다’고 하면, 주 원내대표는 웃으면서 ‘밥 먹으면서 얘기합시다’라고 한다”며 “식사자리에서 뚜렷한 결론은 안 나지만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이런 식사 자리도 여러 차례였다고 한다.
가까워진 두 사람은 지난 9일엔 서울 모처에서 점심을 함께하며 마음을 터놓았다. 각자가 당내 강경파에 둘러싸인 정치적 상황을 토로하는 자리였다. 평소 의견표출을 자제하던 주 원내대표가 “현재 나는 ‘그로기(groggy·권투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것)’ 상태다. 너무 지친다”고 하자 박 원내대표가 “저도 그렇다”며 동감을 표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어려운 정치환경에서 여야 협상을 이끄는 원내대표로서 동병상련을 많이 느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주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입법으로 풀어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말로 일몰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연장해야 하는 한편, 화물차 안전운임제 제도정비안이 나올 때까지 시간도 벌어야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등쌀이 만만치 않다. 온건 협상파인 주 원내대표로서는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 문제로 최대 화두로 떠오른 3·8 전당대회에서도 주 원내대표는 중재자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박 원내대표 입장에서도 당원들이 요구하는 ‘이재명 방탄’이 제1과제다. 만약 1월 임시국회 중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무난하게 부결시켜야 한다”는 게 당내 강경파 요구다. 더 나아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재점화해 맞불을 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이 대표 주변에선 여전히 나온다.
일부 친명 강경파 권리당원들은 박 원내대표의 선도 투쟁을 주문하기도 한다. 친야(親野) 성향 온라인게시판엔 최근 “2018년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는 단식하면서까지 ‘드루킹 특검’을 얻어냈다. 박 원내대표도 ‘김건희 특검법’을 관철하기 위해 단식이라도 하라”고 요구하는 글까지 올라왔다.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두 사람은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1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원내대표는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박 원내대표도 “전임 원내대표(권성동 전 원내대표)보다 100배, 1000배는 낫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만약 국회가 현재처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아닌, 협치의 장이었다면 합리적인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수많은 입법 성과를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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