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불나고 문 안 열려 탈출 불가… 커지는 ‘테슬라 공포’

이용상 2023. 1. 12. 04:0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9일 세종시에서 발생한 테슬라 사고 당시 운전자는 불타는 차량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2021년 미국 텍사스에서 테슬라 화재 사고가 벌어진 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는 완성차업체에 화재 초기대응 매뉴얼을 보완하라고 권고했다.

테슬라의 문손잡이는 평소 안쪽에 숨어 있다가 손잡이를 눌러 밖으로 꺼내는 방식이다.

2020년 12월 서울 한남동에서 발생한 테슬라 화재 사고에선 매립식 문손잡이가 열리지 않으면서 구조가 지연됐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테슬라 화재 왜 위험한가
배터리 불붙으면 끄기 쉽지 않고
앞문 수동개폐 불구 손상땐 안 열려
소방대원들이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테슬라 서비스센터에서 테슬라 전기차에 붙은 불을 끄고 있다. 소유주가 정비를 위해 서비스센터에 맡긴 차량에서 갑자기 화재가 발생했다. 서울성동소방서 제공


지난 9일 세종시에서 발생한 테슬라 사고 당시 운전자는 불타는 차량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주변에 있던 시민이 창문을 깨고 운전자를 끌어내 겨우 화를 면했다. 위기의 순간, 전기차의 문이 열리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우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가 가까워지면서 내연기관차에 맞춰진 차량 안전기준의 전반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기차가 화재에 취약하다는 인식이 확산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실제로 전기차 화재 사고는 잇따르고 있다. 강력한 에너지를 담은 배터리에 한번 불이 붙으면 몇 시간 동안 꺼지지 않는다. 2021년 미국 텍사스에서 테슬라 화재 사고가 벌어진 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는 완성차업체에 화재 초기대응 매뉴얼을 보완하라고 권고했다. 테슬라의 화재 대응 매뉴얼에는 배터리 화재를 진압하고 냉각하려면 약 3000갤런(약 1만1356ℓ)의 물을 분사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대형 소방차 3대 분량이다.

사실상 운전자가 할 수 있는 건 탈출뿐이다. 그런데 테슬라의 경우 운전자가 차 안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적지 않다.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자동차 문은 충돌 후 모든 승객이 연장 등의 도구를 쓰지 않고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각 열마다 1개 이상의 문이 열릴 수 있게 설계해야 한다.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전기차 안전인증을 통과할 수 없다.

지난 9일 세종시 소정면 운당리 1번 국도에서 화재를 입고 전소돼 뼈대만 남은 테슬라 전기차. 세종소방본부 제공


그러나 테슬라는 예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의 안전인증을 받지 않는다. 전기차는 전기 스위치 방식으로 문을 잠그기 때문에 전력 공급이 끊기면 열 수 없다. 그래서 비상상황에 처한 운전자가 안에서 수동으로 문을 열 수 있도록 기계적 장치를 마련한다. 테슬라는 이 기능을 1열에만 적용했다. 앞문이 찌그러지면 내부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매립식 문손잡이(히든 도어)도 위험을 키운다. 테슬라의 문손잡이는 평소 안쪽에 숨어 있다가 손잡이를 눌러 밖으로 꺼내는 방식이다. 다른 완성차 업체도 디자인을 세련되게 개선하고 공기 저항을 줄여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채택하고 있다. 다만 전자계통 부품이 망가지면 손잡이가 튀어나오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문을 열기 어렵다. 2020년 12월 서울 한남동에서 발생한 테슬라 화재 사고에선 매립식 문손잡이가 열리지 않으면서 구조가 지연됐었다.

다른 완성차업체는 구조가 조금 다르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의 경우 사고가 발생해 에어백이 터지면 자동으로 전 좌석 문의 잠금 기능이 해제된다. 매립식 문손잡이가 튀어나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11일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서 운전자가 빠져나오지 못한 사례가 많이 보도되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차량 구조결함이 아니라 운전자가 정신을 잃은 경우다. 하지만 자동차는 앞으로 더 많은 전자장비를 적용하게 될 텐데 안전과 관련한 기능은 기계적인 방식을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차량 안전기준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 생태계가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데, 안전기준은 여전히 내연기관차에 맞춰져 있어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에는 안전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국제적으로도 전기차 안전을 확보하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계와도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돌 테스트도 전기차 특성을 반영하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기둥을 들이받거나 낮은 연석과 충돌했을 때 불이 나는 경우가 많다. 전기차 충돌 테스트에는 이런 부분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